아이 치료, 시기 놓치지 않는 게 핵심 지역 소아과 병·의원에서 빠른 치료를 연령별 치료법, 소아과 의사만 알아 감기 합병증도 소아과서 빨리 진단을
아이들은 특별하다. 몸조차 특별해서, 아픈 아이를 진료하는 '소아청소년과'가 따로 있을 정도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감기가 다른 건강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어떤 때에 소아청소년과에 꼭 가야 하는지 알아두자. 서울을 제외하면 전국에서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가장 많아, 세종·옥천·논산·무주·보령·홍성 등 전국 곳곳에서 부모들이 찾아오는 대전 엠블아동병원의 조명구 병원장(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을 만나고 왔다.
엠블아동병원 의료진은 육아 상담에서 질환 치료에 이르기까지 아동 건강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김지아 헬스조선 객원기자
아이 아플 땐, 지역 소아과 병·의원 우선 방문
아이들은 대부분 중이염·비염·부비동염·후두염·장염 등 급성기 질환으로 내원한다. 서울에 있는 유명 병원 진료를 기다리느라 치료가 늦어지느니, 인근의 알짜배기 소아청소년과 병원에 가는 것이 유리하다. 조명구 병원장은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 질환은 오늘 병원에 와서 진료를 못 봤다면 내일 와도 괜찮지만, 아이들은 치료 시기를 놓치면 빨리 악화하고, 제때 치료하면 금세 좋아지는 경향이 강하다"며 "아이가 아픈 원인을 정확히 찾아서, 제대로 된 개입을 빨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모가 보기엔 무서운 증상이어도, 병원에 와서 처치만 빨리 받으면 쉽게 회복하는 경우가 많다. 탈수로 의식 저하가 일어났을 때가 대표적이다. 노로바이러스 장염 등으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구토와 설사를 반복하는 아이들은 탈수되기 쉽다. 이에 저혈당·저나트륨혈증 상태가 되면 의식을 잃고 경기를 일으킬 수 있지만, 병원에 데려와서 빨리 수액만 맞아도 괜찮아진다.
감기가 2차 문제로 이어지기도… 적기 진단 중요
동네 이비인후과·내과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감기도, 웬만하면 소아청소년과를 가는 것이 좋다. 아이들은 발달 상태와 연령에 따라 치료 지침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감기로 내원한 아이 4명 중 1명에게 생기는 중이염을 예로 들어 보자. 소아청소년의학 교과서에 따르면 6개월에서 2년 사이 어린이는 중이염이 진단되면 치료할 것이 권장된다. 그러나 6개월 이전 영아는 중이염이 '의심만 되어도' 뇌수막염 등 합병증 예방을 위해 항생제 치료가 권장된다. 이런 세부 지침을 교육받는 것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다. 조명구 병원장은 "아이 특성을 고려한 치료를 제때 받지 않으면 중이염이 만성화될 수 있고, 청력 저하가 와 말 배우는 것이 늦어질 수도 있다"며 "중이염을 정확히 진단하고, 적합한 항생제를 적기에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제때 치료하는 것이 빠른 회복에 가장 중요하다. 엠블아동병원 조명구 병원장이 소아청소년과 진료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김지아 헬스조선 객원기자
이처럼 아이들은 감기가 몸 다른 곳에도 염증을 일으키는 경우가 흔하다. 초기에 알아차리려면 소아과 의사의 '감'이 필요할 때가 있다. 예컨대, 아이가 감기에 걸린 후 잘 걷지 못하거나 사타구니 근처가 아프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뛰어놀다가 관절을 다쳤다고 단정하기 쉽지만, 감기 바이러스가 고관절 활액막에 침투해 염증을 일으켰을 가능성도 있다. 초기에는 엑스레이를 찍어도 염증이 잘 확인되지 않는다. 조명구 병원장은 "고관절 활액막염이 생긴 것으로 의심되지만, 열이 없고 고관절 부근이 붓거나 빨개지지도 않았다면, 일단 부루펜 시럽만 먹으면서 지켜보자고 한다"며 "정형외과적 치료 없이도 감기가 나으면서 관절 통증도 사라진다"고 말했다.
감기 때문에 장이 살짝 부으며, 부은 부분이 꼬여버리는 사례도 드물게 있다. 늦게 발견하면 장의 혈액 순환이 안 돼 장이 썩으며 패혈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 구토 등 비특이적인 증상이 주로 나타나는데다 엑스레이만으로 확진할 수 없지만,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라면 장이 꼬이는 장 중첩을 어렵지 않게 진단하고 대학병원 전원을 의뢰해, 꼬인 장을 푸는 시술을 받게 할 수 있다. 조 병원장은 "감기 때문에 생기는 2차적 문제를 빠르게 진단하려면 아동 진료에 특화된 소아과 전문의에게 진료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열 38도 이상이거나 경련하면 반드시 병원으로
조명구 병원장은 다음 상황이라면 꼭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받으라고 권한다. ▲38도 이상의 고열이 지속될 때 ▲열성 경련을 할 때▲숨소리가 쌕쌕거리거나 호흡 시 가슴이 눈에 띄게 오르내릴 때 ▲두통과 구토가 심할 때 등이다.
열성 경련은 당황하지 말고, 응급 처치를 한 다음에 아이를 병원으로 데려오면 된다. 조명구 병원장은 "아이가 경련하면 어깨뼈 아래에 베개를 둬서, 누운 채 고개가 뒤로 살짝 젖혀지게 하라"며 "이 상태에서 고개를 옆으로 돌려줘, 혹시나 토하더라도 구토한 것이 기도를 막지 않고 밖으로 흐르도록 하라"고 말했다. 이것만 지키면 대부분은 5분 이내에 경기가 멎으니, 이후에 재빨리 병원에 데려와서 몸에 다른 이상은 없는지 확인하면 된다. 경기가 5분 이상 지속되면 멎을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일단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의사가 알려주는'소아과 200% 활용법']
대전 엠블아동병원의 조명구 병원장이 말하는 '소아과 진료의 질을 높이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①육아 문제도 의사의 도움 받을 수 있어
진료하다 보면, 아이가 너무 안 먹는 게 고민이라는 보호자가 많다. 아이가 아침을 안 먹어 애가 탄 엄마가 빵이나 간식을 주는 게 문제의 시작이다. 탄수화물 식품이라 조금 먹어도 혈당이 올라가니, 배고픔을 느끼지 못해 아이가 끼니를 안 먹는 것이다. 이럴 땐 "아이가 배고픔을 느껴 봐야 다음 끼니를 먹으니, 안타까워도 간식은 주지 마세요"라고 말해준다.
②보호자가 불편해할 말도 해 달라고 해야
의사로서도 보호자가 듣기 싫을 만한 이야기를 하는 것에는 부담이 따른다. 그래도"자녀가 비만이니 살을 빼야 합니다" 같은 말은 꼭 해야 한다. 아이가 비만이면 성조숙증이 와서 키 성장이 일찍 멈춘다.어린이 비만의 90%는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니 빨리 정상 체중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③의사·간호사 모두 숙련된 곳으로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도 오래 근무한 병·의원이 좋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주사나 수액을 놓기가 어렵다. 무섭다고 우는 아이를 억지로 잡고 주삿바늘을 찌르다가 아이가 숨을 제대로 못 쉬어서 사망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지만 있다. 의사들의 근속 연수만 볼 게 아니라, 간호사들도 오래 근무해서 아이를 다루는 데 능숙한 사람들인지 봐야 한다.
④부모 걱정 헤아리는 병·의원 골라야
아픈 건 아이지만, 병·의원에 아이를 데리고 오는 건 부모다. 부모가 쾌적하고 마음 편히 다녀갈 수 있는 병·의원을 택해야 아이와 올 때마다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다. 예방 접종실이 환자 대기 공간과 분리돼 있어, 예방 주사를 맞으러 온 아이가 아픈 아이와 마주쳤다가 괜히 바이러스에 옮을 걱정이 없는지 확인하는 게 한 예다. 객관적 지표도 참고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해마다 병원들을 평가한 결과를 발표한다. 아이에게 금기인 약을 사용하는 곳은 아닌지, 항생제나 스테로이드제를 과잉 처방하지는 않는지 미리 확인해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