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같은 의사] “병원, 가? 말아?” 애매한 ‘그 증상’… 의사들 생각은 어떨까

의사들은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어떻게 챙기고 있을까? 우리가 모르는 특별한 비법이 있지는 않을까? 주변에 친한 의사가 있다면 몇 번이고 물어보고 싶었던 말들. 헬스조선이 국내 유수 의료진에게 대신 물어본다.[편집자주]

갑자기 생긴 증상에 병원에 가야할지 말아야할지 망설여지는 때가 많다. 병원에 갈 만큼 통증이 심하지는 않은데, 마음이 불안해 고민하던 순간들도 꽤나 있다. 헬스조선이 물어봤다. “이럴 때는 굳이 병원 안 와도 된다 하는 상황은?” 그리고 “이럴 때는 꼭 병원에 와야 한다는 상황은?”

◇“일시적인 증상은 지켜보면서 자가 치료를”
유독 많이 걷거나 운동을 하고 나서 특정 근육에 통증이나 부기가 느껴져 곧바로 정형외과를 찾는 일이 많다. 병원에 가는 게 최선일까? 갑작스런 통증이 생겼을 때에는 굳이 병원에 가지 않아도 증상을 완화하는 방법이 있다. SNU서울병원 정형외과 장작 원장은 “휴식·냉찜질·무릎 보호대 착용 후 그래도 증상이 지속될 때 내원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참포도나무병원 이동엽 병원장과 서울예스병원 정형외과 양재우 원장 역시, “온찜질·마사지·가벼운 스트레칭·진통제 복용만으로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고 말한다.

두발로병원 정형외과 김지범 대표원장에 따르면, 많이 걸어서 생긴 부기와 통증은 다음날 아침에 증상이 좋아지기도 한다. 좋아졌다면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 오래 서있을 때에도 발이 붓고 화끈거리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SNU서울병원 정형외과 강태병 원장은 “누워서 베개 위에 다리를 올려 심장보다 높게 하면 부기가 가라앉고 증상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서울예스병원 정형외과 정현수 원장은 “발바닥에 통증이 있을 때 족욕과 스트레칭으로 통증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앉았다 일어설 때, 움직일 때 무릎이나 어깨에서 ‘뚜둑’, ‘딱’하는 소리가 날 때가 있다. 뉴본정형외과 임창무 원장과 SNU서울병원 정형외과 한도환 원장은 “통증이 동반되지 않았다면, 병원을 찾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통증이 느껴지면 바로 병원에 가야할까? 제일정형외과병원 K-관절센터 임병은 원장은 “무릎 주변부 근육 강화운동, 바른 생활습관, 통증 유발 자세를 피하면 이 역시 호전될 것”이라고 했다. SNU서울병원 정형외과 김대하 원장은 “어깨의 경우에도 들어올릴 때 통증 없이 소리만 난다면 경과를 지켜봐도 된다”며 “습관적으로 소리를 내는 행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았는데 생긴 근육통이나 특정 부위에 느껴지는 통증은 그냥 둬도 될까? 서울예스병원 정형외과 김동현 원장은 “하루 이틀 정도의 근육통은 병원에 오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했다. 서울예스병원 신경외과 권종규 원장과 푸른청신경과 양준규 대표원장에 따르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고 참을 만한 통증은 지켜봐도 괜찮다. 다만 통증이 2주 이상 지속되면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

지켜봐도 크게 문제없는 눈 증상은 어떤 게 있을까? 수연세안과 고일환 원장은 “결막하 출혈 정도는 며칠 내 괜찮아지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결막하 출혈은 결막에 있는 혈관에 출혈이 생겨 결막 아래쪽으로 혈액이 고여 흰자위가 빨갛게 보이는 상태다. 고일환 원장은 “시간이 지나면 혈액은 흡수돼 없어지고 혈관은 아물어 다른 시력 증상 없이 결막하 출혈만 있다면 대개 저절로 괜찮아진다”고 설명했다. 온누리스마일안과 김부기 원장도 “결막하 출혈은 대부분 치료 없이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진다”며 “전염 위험도 없다”고 했다.

비앤빛안과 류선영 원장은 “눈 충혈은 휴식을 취하고 인공눈물을 넣으면 증상이 완화된다”고 말했다. 다만 “충혈이 3일 이상 지속되고 눈꼽, 가려움 증상이 함께 나타나면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고 했다. 혜안서울안과 이주용 대표원장은 ‘가벼운 눈 피로감이나 일시적 흐림 증상이 있는 경우’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이주용 대표원장은 “이런 증상은 눈이 피로할 때 생길 수 있는 증상으로 충분한 휴식과 눈 운동을 통해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요즘 같이 봄철 알레르기로 겪는 눈 이물감이나 충혈은 어떨까? 온누리스마일안과 김지선 원장은 “계절성 알러지로 인한 눈 이물감·소양감·충혈은 비비지 말고 냉찜질을 하면 증상이 호전된다”고 했다.

한편, 나이가 들면서 이전에는 없던 증상이 생겨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중년도 많다. 오전에 손가락이 잠시 뻣뻣해지는 증상, 괜찮을까? SNU서울병원 정형외과 곽상호 원장은 “50대 때 손가락 모양 변화가 크지 않으면서 뻣뻣해지는 증상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양 변화·심한 통증·한 시간 이상의 강직 현상이 있을 때는 병원에 방문하기를 권했다. 칸비뇨의학과 윤철용 원장은 “소변 색깔이나 거품 때문에 병원을 찾는 이들이 많은데, 통증이나 발열이 동반되지 않는 한 병원 방문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서 병원에 꼭 가야하는 증상에 대해 28명의 의사에게 직접 물었다. 이상 증세가 나타나는 부위와 특정 증상에 따라 병원 진료가 필요한 경우를 나눠봤다.

▷무릎=먼저, 무릎에 나타난 증상 중 병원에 바로 가봐야 하는 경우는 언제일까? 제일정형외과병원 K-관절센터 임병은 원장은 무릎 부기·통증·물이 차는 증상이 나타난 경우를 꼽았다. 임병은 원장은 “평지를 걸을 때, 과하지 않은 행동에도 이 증상들이 생기면 병원에 내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SNU서울병원 정형외과 한도환 원장도 “무릎에 물차는 증상은 몸에서 이상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뉴본정형외과 임창무 원장과 강서K병원 관절센터 이형민 원장은 “무릎 통증에 유의할 것”을 조언했다. 두 원장에 따르면, 무릎 통증은 퇴행성 관절염의 신호로 볼 수 있다. SNU서울병원 정형외과 장작 원장은 “무릎이 아프지 않더라도 붓거나 소리가 나면서 관절이 어긋난 느낌이 들면 정형외과 진료를 꼭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발·다리=멍이 들었을 때는 가벼이 여겨 병원에 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두발로병원 정형외과 김지범 대표원장은 “발과 발목에 파란 멍이 든 경우에는 인대가 끊어지거나 뼈가 부러지는 손상이 동반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유독 한쪽 다리에 힘이 빠지고 저린 증상도 지나치면 안 된다. 참포도나무병원 이동엽 병원장은 “한쪽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발이 자주 끌리는 경우 신경 손상의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엽 병원장에 따르면, 발뒤꿈치로 서기 어렵거나 까치발이 잘 안되면 허리디스크로, 신경이 눌린 증상일 수 있다. SNU서울병원 정형외과 강태병 원장은 “한쪽 다리만 저린 증상은 신경이 압박돼 발생하기 때문에 정형외과에 방문해야 한다”고 했다. 장거리 비행을 하거나 다치고 나서 다리 부종·통증·피부 변색이 나타날 때도 병원에 가야 한다. 박애병원 현혈외과 박관태 의무원장은 “이 증상은 심부정맥 혈전증 가능성이 있다”며 “혈전이 장골정맥까지 진행돼 폐색전증 위험이 높아지면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손·팔=갑자기 팔 힘이 약해지더라도 딱히 통증이 없으면 방치하는 경우가 있다. SNU서울병원 정형외과 김대하 원장은 “이럴 경우 어깨 힘줄의 광범위한 파열, 머리·목·어깨 근육으로 나오는 신경 손상에 의한 증상일 수 있다”고 말했다. SNU서울병원 정형외과 곽상호 원장에 따르면, 손을 삐끗하고 부기가 있을 때도 진료를 보는 게 좋다. 손마디가 완전히 펴지거나 구부러지지 않으면 골절, 힘줄·인대 손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눈=네 명의 전문의가 공통으로 꼽은 안과 진료가 필요한 증상은 바로 ‘비문증’이다. 비문증은 눈앞에 먼지나 벌레 같은 뭔가가 떠다니는 것처럼 느끼는 증상이다. 이 증상이 나타날 경우 안과를 방문해 검진을 받아야 한다. 수연세안과 고일환 원장은 “비문증이 갑자기 심해지거나 시야 이상, 번쩍거림이 동반되면 안과를 방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혜안서울안과 이주용 대표원장은 “노화가 아닌 새롭게 발생한 비문증은 망막 박리, 당뇨병 등 내과적 질환과 심각한 눈 질환 징후일 수 있다”고 했다. 비앤빛안과 류선영 원장 역시 “갑자기 생긴 비문증은 시력 상실까지 이어질 수 있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했다. 온누리스마일안과 김지선 원장은 “비문증이 갑자기 생겼거나 번쩍거리는 광시증이 동반되는 것은 망막질환의 전조증상으로 반드시 안과를 방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누리스마일안과 김부기 원장은 “변시증(직선이 휘어져 보이는 증상)의 경우 황반변성 초기 증상 중 하나로, 안과 검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50세 이후에 발생하는 노인성 안질환은 시력 불편을 유발한다. 다만 이 증상을 단순한 노안으로 가볍게 여겨 방치하면 안 된다. 아이리움안과 최진영 원장은 “치료시기를 놓치면 심각한 시력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안과 질환이 있어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