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뇌동맥류, 100명 중 2명이 갖고 있어… 터지기 전 없애려면?

입력 2025.04.13 22:06
머리 잡고 있는 여성
뇌동맥류는 성인 인구의 2% 내외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파열 전 미리 예방하는 치료를 받는 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뇌동맥류는 뇌동맥의 일부분이 약해져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를 말한다. 겉으로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도 한순간에 생명을 위협할 수 있어 '조용한 살인자'라고도 불린다. 부푼 상태에서 발견되면 ▲미파열 뇌동맥류, 파열돼 이미 뇌출혈을 유발한 경우에는 ▲파열 뇌동맥류로 분류한다. 이 둘의 치료는 여러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당연히 파열 뇌동맥류의 치료가 훨씬 복잡하고 위험하므로 파열 전 미리 예방하는 치료를 받는 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증상 없는 '미파열 뇌동맥류', 대부분 검사로 우연히 발견
뇌동맥류는 성인 인구의 2% 내외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노령, 여성, 가족력이 있거나 결체조직질환과 같은 일부 유전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에 상대적으로 발생 빈도가 높다.

미파열 뇌동맥류는 대부분 증상이 없어 알아채기 어렵다. 제3뇌신경의 마비로 한쪽 눈꺼풀이 감겨서 제대로 떠지지 않거나, 크기가 아주 큰 거대 뇌동맥류가 뇌조직이나 뇌신경을 직접 자극하는 증상이 나타나는 매우 특수한 경우에만 알아챌 수 있다.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김용배 교수는 "보통 두통의 원인을 찾을 때나, 검진 목적으로 시행한 뇌 CT(컴퓨터단층촬영) 또는 MRI(자기공명영상촬영)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다만, 이때 발견된 미파열 뇌동맥류와 평소의 두통은 전혀 관련이 없다.

◇'파열 뇌동맥류', 빠른 치료로 합병증 막아야
파열 뇌동맥류는 매년 인구 10만 명당 10~20명에서 발생해 뇌지주막하 출혈을 일으키며, 이 중 25~50%가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생존자들 가운데 거의 절반은 크고 작은 영구장애를 겪기 때문에 혹독한 중증질환이라 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파열 뇌동맥류로 치료받는 환자는 한 해 평균 약 5000명에 이른다.

김용배 교수는 "파열 뇌동맥류는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위험한 상태여서 수일 내에 수술적 클립결찰술이나 혈관내 색전술로 재출혈을 막아야 한다"며 "이미 퍼져 있는 뇌출혈은 계속 집중치료가 필요하고, 이때 합병증을 잘 극복해야 환자가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뇌동맥류 파열로 뇌지주막하 출혈이 일어나면 뇌혈관이 수축하면서 정상 뇌혈류에 장애가 생긴다. 그럼 허혈성 뇌기능장애를 초래하는 혈관연축의 발생 위험이 높다. 또 출혈 때문에 뇌척수액의 순환이 나빠져 머리에 물이 차는 뇌수두증도 생길 수 있다.

◇파열 막는 치료법, 클립결찰술과 혈관내 색전술
뇌동맥류 치료는 수술적 클립결찰술과 비수술적 혈관내 색전술이 대표적이다. 전통적인 수술적 클립결찰술은 개두술을 시행해 조그마한 창을 만든 다음, 뇌의 틈 사이로 혈관이 부풀어 있는 뇌동맥류를 찾아 그 경부를 클립으로 동여매 파열을 막는 방법이다. 혈관내 색전술은 사타구니 혈관을 통해 가느다란 도관을 넣어 머릿속까지 찾아 들어간 뒤, 도관을 통해 부풀어 오른 뇌동맥류 주머니 안에 매우 가느다란 코일을 채워 넣어 혈류를 차단함으로써 파열을 방지한다.

혈관내 색전술은 전통적인 클립결찰술에 비해 절개나 뇌 조직의 노출 없이 치료할 수 있어 안전하고 회복 속도가 빨라 크게 주목받았다. 이후 매우 부드럽고 미세한 코일과 뇌혈관용 스텐트 등 치료 재료와 술기의 발전이 함께 이뤄지면서 현재는 뇌동맥류의 주된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파열 위험과 환자 상태 고려해 예방적 치료해야
그렇다면 미파열 뇌동맥류일 때는 어떤 치료가 필요할까. 김용배 교수는 "미파열 뇌동맥류는 크기, 위치, 모양과 개수, 환자 나이와 건강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예방적 치료의 득실을 따져 치료 여부를 판단한다"고 말했다. 뇌동맥류를 진단받았더라도 파열 가능성이 극히 적다면 굳이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정기적인 추적 검사로 큰 변화가 없는지 점검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치료가 필요한 경우엔 치료의 내구성과 위험성, 효과를 균형 있게 고려해 최적의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 김용배 교수는 "혈관내 색전술이 첨단 치료법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모든 환자에서 시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클립결찰술이 훨씬 더 안전한 경우도 많다"며 "두 가지 치료 모두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의료진과 환자, 가족들 간에 논의 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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