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훈의 이것도 심리학

때는 2024년 3월. 얼굴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흰색 옷에(한복이었나? 확실하진 않다) 흰 머리, 흰 수염이 가득한 어떤 남자가 필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왜?’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입이 열리지 않았다. 뭔가 무서운 느낌.
한참이나 필자를 노려보던 그 사람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비! 트! 코! 인!’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침실. 세상은 고요했고, 옆에서 아내는 조용히 잠들어있었다. ‘꿈이구나.’
상황이 이해됐고, 모든 꿈이 그러하듯 대부분 자세한 정보는 사라졌지만, 필자에게 신령인 듯한 그 사람이 말한 네 글자, ‘비트코인’은 더 선명해졌다. 이게 무슨 일이람.
그래도 명색이 심리학자. 꿈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꿈의 내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필자가 심리학과에 입학하던 그 옛날, 심리학과 예비 전공생이던 우리들에게는 몇 권의 필독서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이었다.
프로이트. 심리학자인 듯 심리학자 아닌, 심리학자 같은 정신과 의사 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을 창시해 전 세계 지식계에 큰 영향을 준 사람이다.(사실 필자는 심리학과 진학하면 프로이트 책만 주구장창 읽는 줄 알았는데, 30년 심리학 외길 인생에서 프로이트와 만날 일은 거의 없었다) 책이 가장 멋진 인테리어라는 말을 신봉하던 필자도 그 책을 사서 읽었는데, 아니 정확하게는 읽으려고 했는데, 피가 용솟음치던, 이성보다는 호르몬이, 책보다는 술이 더 강하게 작용했던 20살의 필자로서는 읽기가 쉽지는 않았다.
아무튼, 인간의 무의식을 강조하던 정신분석학에서 꿈은 매우 의미 있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꿈은 억압된 무의식적 욕망이 상징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꿈에서 내가 보는 것들을 ‘명시적 내용(Manifest content)’, 이 명시적 내용 속에 담긴 무의식적인 욕망·갈등·소망과 같은 진짜 의미를 ‘잠재적 내용(Latent content)’으로 구분했다. 잠재적 내용이 우아하게(?) 명시적 내용으로 포장돼 나타나면서 욕망을 은밀하게 충족시키는 것으로 봤다. 예를 들면, 위에서 떨어지는 꿈의 경우 프로이트는 성적인 욕망과 불안의 표현으로 해석하고 해방과 행복에 대한 유혹을 반영하는 것으로 봤다.
이런 이론에 따르면, 산신령이 필자에게 ‘비트코인’이라고 외친 것은 4인 가정의 가장으로 살아가는 필자가 현실적으로 겪는 경제적 어려움으로부터 선물처럼 일확천금을 얻어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이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경제적 어려움이 비트코인으로 상징화된다고하기에는 너무 직접적인 것 아닐까? 물론 정신분석학을 본격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수준 낮은 해석일 것이고, 필자가 잠재적 내용을 제대로 뽑아내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꿈의 의미를 중요시했던 정신분석학과 정반대로 꿈의 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는 시각도 있다. 주로 신경생리학적 접근을 취하는 이론들인데, 일반적으로 꿈은 뇌가 수면 중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로, 꿈에 쓸데없이 의미를 부여해 해석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예를 들면, ‘활성-합성 가설’의 경우, 렘수면 단계에 뇌에서는 활발한 활동이 발생하고, 이 과정에서 저장됐던 감정이나 기억들이 활성화되는데, 이때 뇌에서 활성화된 정보들을 합쳐서 일련의 이야기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꿈이라고 봤다. 그냥 수면 중 발생하는 정보처리 과정의 일환일 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이 관점에서 낙하하는 꿈은 그냥 전정기관에서 유발되는 것과 비슷한 신호가 우연히 렘수면 중에 잡혀서 경험하는 것일 뿐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필자가 꾼 비트코인 꿈은 일종의 ‘개꿈’인 셈이고, 쿨하게 잊으면 된다.
정신분석학과 신경생리학 사이에 위치한 이론들도 있다. 주로 인지심리학 계열의 이론들인데, 이들은 꿈이 수면 단계에서 처리되는 정보의 영향이라는 점을 받아들이면서도, 어느 정도 의미를 반영한다. 수면 단계에서 활성화되는 정보들이 그냥 아무런 이유 없이 무작위로 일어나는 단순한 생리적 반응은 아니라고 봤다. 깨어있을 때 다양한 활동을 하고, 그 기억과 감정들이 재정리되고 조직화되는 과정에서 활성화되는 것으로 이해했다. 이런 맥락이면 꿈에서 나타나는 정보들이 일상생활과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예컨대, 낙하하는 꿈은 일상에서 느낀 심리적 불안, 실패에 대한 두려움, 대인 관계에서의 무력감 등이 꿈에서 떨어지는 상황으로 표현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참이나 필자를 노려보던 그 사람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비! 트! 코! 인!’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침실. 세상은 고요했고, 옆에서 아내는 조용히 잠들어있었다. ‘꿈이구나.’
상황이 이해됐고, 모든 꿈이 그러하듯 대부분 자세한 정보는 사라졌지만, 필자에게 신령인 듯한 그 사람이 말한 네 글자, ‘비트코인’은 더 선명해졌다. 이게 무슨 일이람.
그래도 명색이 심리학자. 꿈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꿈의 내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필자가 심리학과에 입학하던 그 옛날, 심리학과 예비 전공생이던 우리들에게는 몇 권의 필독서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이었다.
프로이트. 심리학자인 듯 심리학자 아닌, 심리학자 같은 정신과 의사 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을 창시해 전 세계 지식계에 큰 영향을 준 사람이다.(사실 필자는 심리학과 진학하면 프로이트 책만 주구장창 읽는 줄 알았는데, 30년 심리학 외길 인생에서 프로이트와 만날 일은 거의 없었다) 책이 가장 멋진 인테리어라는 말을 신봉하던 필자도 그 책을 사서 읽었는데, 아니 정확하게는 읽으려고 했는데, 피가 용솟음치던, 이성보다는 호르몬이, 책보다는 술이 더 강하게 작용했던 20살의 필자로서는 읽기가 쉽지는 않았다.
아무튼, 인간의 무의식을 강조하던 정신분석학에서 꿈은 매우 의미 있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꿈은 억압된 무의식적 욕망이 상징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꿈에서 내가 보는 것들을 ‘명시적 내용(Manifest content)’, 이 명시적 내용 속에 담긴 무의식적인 욕망·갈등·소망과 같은 진짜 의미를 ‘잠재적 내용(Latent content)’으로 구분했다. 잠재적 내용이 우아하게(?) 명시적 내용으로 포장돼 나타나면서 욕망을 은밀하게 충족시키는 것으로 봤다. 예를 들면, 위에서 떨어지는 꿈의 경우 프로이트는 성적인 욕망과 불안의 표현으로 해석하고 해방과 행복에 대한 유혹을 반영하는 것으로 봤다.
이런 이론에 따르면, 산신령이 필자에게 ‘비트코인’이라고 외친 것은 4인 가정의 가장으로 살아가는 필자가 현실적으로 겪는 경제적 어려움으로부터 선물처럼 일확천금을 얻어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이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경제적 어려움이 비트코인으로 상징화된다고하기에는 너무 직접적인 것 아닐까? 물론 정신분석학을 본격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수준 낮은 해석일 것이고, 필자가 잠재적 내용을 제대로 뽑아내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꿈의 의미를 중요시했던 정신분석학과 정반대로 꿈의 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는 시각도 있다. 주로 신경생리학적 접근을 취하는 이론들인데, 일반적으로 꿈은 뇌가 수면 중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로, 꿈에 쓸데없이 의미를 부여해 해석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예를 들면, ‘활성-합성 가설’의 경우, 렘수면 단계에 뇌에서는 활발한 활동이 발생하고, 이 과정에서 저장됐던 감정이나 기억들이 활성화되는데, 이때 뇌에서 활성화된 정보들을 합쳐서 일련의 이야기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꿈이라고 봤다. 그냥 수면 중 발생하는 정보처리 과정의 일환일 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이 관점에서 낙하하는 꿈은 그냥 전정기관에서 유발되는 것과 비슷한 신호가 우연히 렘수면 중에 잡혀서 경험하는 것일 뿐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필자가 꾼 비트코인 꿈은 일종의 ‘개꿈’인 셈이고, 쿨하게 잊으면 된다.
정신분석학과 신경생리학 사이에 위치한 이론들도 있다. 주로 인지심리학 계열의 이론들인데, 이들은 꿈이 수면 단계에서 처리되는 정보의 영향이라는 점을 받아들이면서도, 어느 정도 의미를 반영한다. 수면 단계에서 활성화되는 정보들이 그냥 아무런 이유 없이 무작위로 일어나는 단순한 생리적 반응은 아니라고 봤다. 깨어있을 때 다양한 활동을 하고, 그 기억과 감정들이 재정리되고 조직화되는 과정에서 활성화되는 것으로 이해했다. 이런 맥락이면 꿈에서 나타나는 정보들이 일상생활과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예컨대, 낙하하는 꿈은 일상에서 느낀 심리적 불안, 실패에 대한 두려움, 대인 관계에서의 무력감 등이 꿈에서 떨어지는 상황으로 표현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깨어있는 동안 비트코인을 생각했었나? 돈 버는 고민을 했었나? 필자의 상황들을 곰곰이 복기해보니, 떠오르는 한 가지 경험이 있다. 웹 소설. 그때 필자는 웹 소설 읽기에 재미가 들렸고, 그 중 현실 판타지물을 즐겨봤는데, 비트코인으로 부자가 돼 재벌이 되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고 있었다. 아마도 그 기억이 수면 중 재구성되면서 신령님의 비트코인 예언 꿈으로 완성됐으려니 싶었다.
그래서 비트코인을 샀냐고? 당연히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다. 워낙 꿈을 잘 꾸지 않던 필자가 너무 생생하게 꾼 꿈이어서, 잠시 이런저런 생각을 했던 흥미로운 일화였다.(라고 칼럼이 끝났으면 좋았겠지만, 2024년 3월, 비트코인… 신령님, 꿈에 한 번 더 나와주면, 그땐 다른 결정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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