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환자 5년 새 3배 증가… 진짜 환자일까, 과잉 진단일까

입력 2025.03.26 16:00

‘인식 개선’ 노력의 결실… 단순 성격 문제 아냐
성인 돼 겪는 주의력 결핍은 ‘우울증’과 감별돼야

ADHD
사진=클립아트코리아
ADHD(주의력 결핍 과다 행동 장애)를 의심하고 진료를 받은 환자 수가 최근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2019년 ADHD 진료자 수는 7만 2452명이었는데, 2023년 20만 1251명으로 5년 새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국민건강보험공단). 이런 통계가 나온 배경에는 '성인 환자 수' 증가가 미친 영향이 크다. 20대 이상에서 진료를 받은 인원이 2019년 1만 8105명에서 2023년 8만 9664명으로, 약 다섯 배로 증가했다.

이 통계는 좀 기이한데, ADHD는 갑자기 후천적으로 생기는 질환이 아니기 때문이다. 태어날 때부터 뇌의 전전두엽 등의 발달이 지연되며 생기는 '신경발달장애'의 일종이다. 도대체 왜 최근 들어 이렇게 갑자기 환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걸까.

◇ADHD 증상에 공감하는 사람 많아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지만, 핵심은 사람들의 증상에 대한 '공감'이다. 널리 알려진 WHO에서 배포한 자가설문지 문항으로 ▲어떤 일의 어려운 부분을 끝내 놓고, 그 일을 마무리 짓지 못해 곤란을 겪은 적이 있는가? ▲체계가 필요한 일을 해야 할 때 순서대로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가? ▲약속이나 해야 할 일을 잊어버려 곤란을 겪은 적이 있는가? ▲골치 아픈 일은 피하거나 미루는 경우가 있는가? ▲오래 앉아 있을 때, 손을 만지작거리거나 발을 꼼지락거리는 경우가 있는가? ▲마치 모터가 달린 것처럼, 과도하게 혹은 멈출 수 없이 활동하는 경우가 있는가? 등이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알려진 증상이, 자신에게 나타나 고민하던 증상과 비슷하다고 느껴 병원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ADHD 진단기준
사진=헬스조선 유튜브 캡처
실제 다섯 명의 정신건강의학과 개원의, 종합병원 교수 등을 취재했더니 모두 입 모아 “ADHD 증상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는 성인 환자가 점점 늘고 있다”고 답했다. 디에프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청담클리닉 지수혁 원장은 "ADHD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자가진단표 등이 널리 알려지면서 자신이 ADHD인 것 같다며 물어보러 오는 환자가 매우 많아졌다"고 했다.

물론 이렇게 증상이 공감받게 된 배경에는 급여화와 인식 개선을 위한 의료계의 노력이 있었다. 2016년 9월, ADHD 치료제 보험급여 적용 범위가 19세 이전에서 65세 이하 성인 환자로 확대됐다. 소아·청소년기에 진단 시기를 놓친 환자가 많을 것으로 추정되면서다. 이후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건강 매체 등에서 성인 ADHD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이어졌다. 2022년에는 진단을 위한 새로운 장애 지표가 신설돼, 진단 기준도 명확해졌다. 강동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민하 교수는 "2013년부터 ADHD가 신경발달장애의 하나로 성인기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개념이 자리 잡았고, 이후 다양한 학회에서 대중의 ADHD가 소아에서만 나타난다는 인식을 변화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고 했다. 지수혁 원장은 "SNS, 방송, 신문 등 다양한 매체에서 여러 전문가가 성인 ADHD에 관해 이야기했고, 증상에 공감하는 대중이 늘어나면서 사회적인 인식이 빠르게 커진 게 환자 수 증가의 원인이라고 본다"고 했다.

한편, ADHD의 대표적인 증상은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충동성이다. 주의력 결핍은 어떤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증상이고, 충동성과 과잉 행동은 가만히 있지 못하고 꼼지락거리거나 조용히 있어야 하는 장소나 상황에서고 과한 행동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환자마다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증상이 다른데, 소아·청소년기에는 과잉 행동이 특히 눈에 띈다. 성인기가 되면 이 증상이 사라지기도 하지만, 여전히 주의력 결핍, 충동성 등에 문제를 지니기도 한다. 성인기에는 스스로 증상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단순한 성격 문제로 오해받기 쉽다.

◇“ADHD 증상, 나 같다” 알고 보면 ‘우울’
성인 ADHD 증상에 많은 사람이 공감을 한 이면엔 '우울증'이 있다.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황현찬 교수는 "ADHD를 의심하며 진단을 받으러 오는 환자 중 꽤 많은 사람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며 "ADHD가 아닌 채 우울증만 앓고 있는 사람도 있고, 두 질환 모두 앓고 있기도 하다"고 했다. 한 전문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끼리 'ADHD인 것 같다'며 오는 환자는 우울증,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환자'가 진짜 ADHD더라고 얘기할 정도"라고 했다.

우울증도 성인 ADHD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주의가 산만해지고, 시간 활용력이 떨어진다. 이전보다 감각에 둔해지기도 한다. 지수혁 원장은 "우울증 환자 중 스스로 우울감을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우울증과 성인 ADHD의 차이는 '변화'다. 지수혁 원장은 "예전의 나와 달라졌고, 좀 이상해졌다고 여긴다면 우울증 등 다른 정신질환이 주의력 결핍을 불러온 것일 수 있다"며 "반면, 오래전부터 같은 증상으로 어려움을 겪었을 때에는 성인 ADHD를 의심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두 질환이 모두 있을 수도 있고, 스스로는 판단하기 어려우므로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ADHD 환자는 우울·불안 등과 관련된 공존 질환을 앓고 있을 확률이 70%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잉 진료 가능성도… 꼭 필요할 때 치료 받아야
환자 수 증가가 '과잉 진단'의 결과물일 가능성은 없을까? 취재한 전문의 다수가 “그럴 수 있다”고 했다. 물론 ADHD를 진단할 때 면담 뿐 아니라, 컴퓨터 주의력 검사, 지능 검사 등 다양한 정보를 종합해 진단한다. 하지만 처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결국 전문의의 주관적인 견해다. 한 전문의는 “ADHD에 관한 관심이 올라가면서 설명할 수 없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게 돼 도움을 받은 환자도 분명 많이 늘었다”면서도 “결국 처방은 의사 개인이 하는 것이고, 과잉 처방하는 의사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한 전문의는 “ADHD뿐 아니라 특정 질환에 사회적 관심사가 높아지면, 해당 질환 전문가가 아닌 의사를 포함해 진단이 남용되는 경향이 있다”며 “ADHD도 그런 면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실제 ADHD의 대표적인 치료제 ‘메틸페니데이트’ 처방량이 최근 크게 증가했다. 2019년 처방 환자는 13만 3813명이었는데, 2024년 33만 7595명으로 2.5배 가량 늘었다. 이 약은 도파민 분비에 관여하는 자극제로, ‘마약류 의약품’이다. 과잉 행동, 부주의성 증상이 나타날 때 처방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메틸페니데이트 오남용 방지를 위해 모니터링과 현장 점검을 더 강화한다고 26일 밝혔다. 메틸페니데이트 외에 많이 사용되는 ADHD 치료제로는 아토목세틴이 있다. 아토목세틴은 노르에피네프린에 관여하는 비마약류 의약품으로, 우울감·불안장애 등이 동반됐을 때 주로 처방된다.

ADHD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는 '일상생활의 불편함' 정도를 기준으로 나눈다. 황현찬 교수는 "ADHD 증상의 정도는 사람마다 다른데, 일상생활에 얼마나 장애를 주는지가 치료 여부의 핵심적인 기준이다"며 "성인의 경우 건망증이 심하거나, 일정을 자주 까먹어 주변에 불편을 초래하거나, 감정 기복이 매우 심해 도박 등 중독에 빠질 정도라면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소아·청소년이라면 치료를 권했다. 이 시기에 사회성, 대인관계 등이 성립되는 시기라 충동 조절 능력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증상 개선하려면, 생활 '이렇게' 바꿔야
치료가 필요한 사람은 약물 섭취로 증상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 약물 섭취 없이도 일상생활에 큰 문제가 느껴지지 않지만, 주의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면 다음과 같은 방법을 취해볼 수 있다. 가천대 길병원 조서은 교수는 "사람마다 취약한 증상이 다르지만, 보통 많은 환자가 시간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최대한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을 피하고, 매우 구체적이고 간단하게 우선순위부터 할 일 목록을 만들어 하나씩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좋은 예시로 '포모도로 기법'이 있다. 25분간 알람을 맞춰 일에 집중하고, 5분간 짧은 휴식을 취하는 방식으로 우선순위가 높은 업무를 하는 것이다. 네 번 반복 후에는 15~30분 긴 휴식 시간을 가지며 다음 업무를 준비한다.

조서은 교수는 "수면이 부족한 등 불규칙한 생활 패턴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일상을 규칙화해야 한다"고 했다. 주변 환경을 정리정돈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취미 생활 등 흥미를 뺏길 만한 물건은 다른 곳에 치워두는 게 좋다. 숏폼 등의 짧은 영상은 ADHD 증상을 악화할 수 있으므로, 피한다. 보고 싶다면 엄격하게 시간을 정해 시청한다. 황현찬 교수는 "보조적인 도구를 이용하면 증상을 보완할 수 있다"며 "최대한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고, 모든 일정을 캘린더 등에 작성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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