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 치료 안 하면 시력 퇴화… 적기 수술 중요”

입력 2025.03.26 10:03

[전문의에게 묻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안센터 정연웅 교수

요즘은 영유아기부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접한다. 전자기기를 가까이 두고 오래 보는 일이 흔하다 보니, 어릴 때부터 다양한 안질환을 겪는다. 사시가 대표적이다. 전자기기를 가까이 두고 보는 것이 소아 사시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아직 없을 뿐, 둘은 이론적으로 충분한 관련이 있다.

틀어진 눈을 제때 바로잡지 않으면 다양한 문제가 생긴다. 성인도 주의가 필요하지만, 아이들은 더 그렇다. 사시로 인해 생기는 문제는 무엇이고 어떻게 치료하는지,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안센터 정연웅 교수(소아안과·사시 전문)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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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안센터 정연웅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사시 증상은 무엇이고, 어떤 경우에 사시로 진단하나?
“일반인도 보통은 양 눈의 시선이 완벽히 평행하지 않다. 그러나 눈이 15프리즘 이상 틀어지면 자연 회복될 가능성이 희박해 치료가 필요하다. 사시 환자는 ▲두 눈으로 볼 때 물체가 둘로 보이는 양안 복시 ▲깊이 인식 능력인 입체시 저하 ▲눈의 피로감과 두통 등을 겪는다. 눈이 틀어져 왜곡된 시야를 맞추느라 자신도 모르게 고개가 틀어지기도 한다. 운전할 때 특정 방향에서 다가오는는 차가 다른 방향에서 오고 있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눈이 틀어진 방향에 따라 ▲바깥쪽으로 틀어지는 외사시 ▲안쪽으로 틀어지는 내사시 ▲위아래로 틀어지는 수직사시 등으로 나뉜다. 국내에선 외사시가 가장 흔하다. 외사시는 증상이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일상적인 상황에선 양 눈의 시선이 평행을 이루다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피곤할 때 눈이 틀어지는 것이다. 환자의 몸 상태에 따라 조금 틀어질 때도, 많이 틀어질 때도 있다.”

-사시를 제때 치료해야 하는 이유는?
“사시를 제때 치료하지 않은 환자의 약 70%에선 눈이 더 틀어진다. 눈이 틀어진 채로 오래 있을수록, 수술로 틀어짐을 바로잡은 후에도 눈이 다시 틀어질 위험이 커진다. 또 사람은 양 눈을 다 사용해서 앞을 봐야 하는데, 사시 환자들은 틀어지지 않은 쪽 눈의 시각 정보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틀어진 쪽 눈을 잘 쓰지 않아 퇴화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안경을 써도 시력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는 약시가 되기도 한다.”

-생후 6개월 이전 어린아이는 눈이 틀어져도 사시가 아닐 수 있다는데, 이유는?
“양눈이 목표물을 향해 같은 방향과 속도로 움직여, 평행한 시선으로 목표물을 바라보는 행동이 생후 3~6개월 이내에 정립된다. 이 기간엔 시선이 틀어진대서 사시라 하기 어려우므로 일단 지켜본다. 6개월 이후에도 증상이 이어지면 사시를 판정할 수 있다.”

-아이들은 본인이 사시임을 어른보다 인지하기 어렵다는데, 왜 그런가?
“사시 환자는 목표물을 똑바로 바라보는 눈에서 오는 시각 정보와, 잘못된 방향으로 틀어진 눈에서 오는 시각 정보가 충돌한다. 이에 양안 복시 등 시각 혼란을 겪는다. 아이들은 적응이 빨라, 틀어진 쪽 눈에서 들어오는 시각 정보를 뇌가 차단해버린다. 그럼 처음엔 물체가 겹쳐 보이다가도 나중엔 하나로 보인다.

반면, 성인 환자는 틀어진 쪽 눈에서 들어오는 시각 정보를 어린아이처럼 빨리 차단하지 못한다. 그러니 양안 복시가 있을 땐 병원에 와야 한다. 두 눈을 다 뜨고 있을 땐 하나의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데, 한쪽 눈을 가리고 남은 쪽 눈으로만 봤을 땐 물체가 하나로 똑바로 보인다면 양안 복시다.”

-아이와 어른에서 사시를 치료해나가는 과정이 어떻게 다른가?
“소아 사시는 보통 눈의 움직임과 시력이 정립되는 성장 발달 과정에 미흡해서 생긴다. 원인을 일일이 찾고 구분하긴 어려워 원인 불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눈이 틀어져 시선이 안 맞는 결과만 바로잡으면 되니 치료는 단순하다. 틀어진 눈을 수술로 바로잡으면 거의 해결된다.

어른들은 원인이 다양하고, 원인에 따라 치료법도 달라진다. 어릴 때 미약하게 눈이 틀어져 있던 게 성인이 돼 심해져 사시로 진단되면 수술로 해결한다. 그러나 ▲갑상선 기능 항진증 ▲갑상선 기능 저하증 ▲근무력증 등 원인 질환 때문에 생긴 사시는 수술만이 능사는 아니다. 갑상선 질환 때문에 눈을 움직이는 근육이 부으면 사시와 양안 복시가 발생할 수 있다. 근무력증 환자는 일반인보다 눈 주변 근육이 빨리 지친다. 오후~저녁에 눈이 좌우 또는 위아래로 틀어져 양안 복시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이 밖에도 ▲자가면역질환 ▲뇌출혈 ▲뇌경색 때문에 사시가 생길 수 있다. 원인 질환 때문에 생긴 사시는 원인 질환부터 치료해야 한다. 원인 질환을 치료한 후에도 시야가 틀어져 있으면 수술로 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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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웅 교수 눈을 바깥으로 당기는 근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신지호 기자
-원인 질환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수술이 주 치료법인데, 방법은? 
“한국에 환자 수가 가장 많은 외사시를 기준으로 설명하겠다. 외사시 환자는 눈을 바깥으로 당기는 근육(외직근)이 눈을 안으로 모으는 근육보다 힘이 세다. 외직근을 떼어내 원래 붙어 있던 자리보다 뒤쪽에 붙이면, 밖으로 당기는 힘이 감소해 눈도 덜 틀어진다. 해외 데이터에 따르면, 사시 환자들은 수술을 2.2~2.3회 받는다. 수술 한 번에 치료가 끝나면 운이 좋은 것이고, 평균적으로는 두 번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수술 후 재발 확률을 최대한 낮출 방법은 없나?
“수술받기 전에, 사시 재발 위험을 낮추는 생활 습관을 미리 들여야 한다. 틀어져서 잘 안 쓰는 눈의 시력부터 강화해야 한다. 틀어진 눈에 근시나 원시가 있으면 안경으로 시력을 끌어올린다.

‘가림 치료’도 한다. 틀어지지 않아 평소 의존하는 눈을 가리고, 틀어져서 안 쓰는 눈만으로 앞을 보게 한다. 환자에 따라 한쪽 눈만 가리기도 하고, 양 눈을 교대로 가리기도 한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원래 틀어져 있던 눈의 시력이 수술 후에 다시 떨어질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또는 책을 너무 가까이 두고 봐도 안 된다. 한국에 특히 환자가 많은 외사시는 시선을 안쪽으로 모으는 힘이 약해서 눈이 바깥으로 틀어지는 것이다. 전자기기를 지나치게 가까이 두고 들여다보면 눈을 안으로 모아 가까운 곳에 초점을 맞추는 근육이 지나치게 피료해지고, 결과적으로는 약해질 수 있다. 과도한 근력 운동을 하면 근력이 강화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약해지는 이치와 같다. 이 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수술 후에 눈이 또다시 바깥으로 틀어질 수 있다. 뭘 들여다보든 적어도 20~30cm는 눈에서 떨어뜨려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환자가 이 세 가지에 충실하도록 헤 재발 위험을 낮춘 다음, 사시 치료에 화룡점정을 찍는 개념으로 수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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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안센터 정연웅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눈 운동으로 사시를 완화할 순 없나?
“그나마 효과가 검증된 건 ‘근거리 주시 운동’ 뿐이다. 펜을 세로로 세우고 아래쪽을 한 손으로 잡는다. 팔을 쭉 뻗은 채 펜 끝에 시선을 고정하고, 팔을 천천히 구부리며 펜이 얼굴로 점점 가까워지게 한다. 시선은 펜끝에서 떼지 않는다. 눈앞 10cm 정도까지 펜이 다가왔을 때에도 펜이 하나로 보여야 한다. 펜이 두 개로 보인다면, 하나로 보일 때까지 펜을 좀 더 멀리 떨어뜨렸다가, 다시 얼굴로 가까이 가져다 댄다. 눈을 열심히 모아 펜이 하나로 보이도록 노력한다. 근거리 주시 운동은 눈을 모아주는 근육이 약한 외사시 환자들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이 운동을 제외한 다른 운동은 사시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없다.

그러나 혼자 이 운동을 하면서 안과에 안 오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사시 치료의 기본이자 종점은 ‘수술’이다. 그나마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근거리 주시 운동조차, 의사 지도 하에 시행했을 때 일부 사시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 사시를 홀로 극복하겠다 생각하지 말고 반드시 안과 전문의에게 치료받아야 한다.”

-아이 사시 치료는 왜 소아 안과에서 받는 것이 좋나?
“아이와 어른은 눈이 다르다. 어른의 눈은 성장이 끝나서 안정적이지만, 아이는 성장 중이라 변수가 많다. 특정 시점의 눈 구조를 바탕으로 사시 수술을 했는데, 아이가 자라나며 눈 구조가 조금씩 변해 또 눈이 틀어질 수 있다. 이 성장 방식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에게 수술받는 것이 좋다. 한국사시소아안과 학회 사이트에 들어가면 전국의 소아안과 전문의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