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황야에다 집 한 채 지었다고 마을이 잘 번창하지 않듯이, 환자 데이터가 있더라도 주츼의에게 잘 전달돼서 진단·처방·환자 교육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랩 커넥트는 프리스타일 리브레를 통한 환자 데이터를 병원 쪽으로 연결해 의사에게 잘 전달해주는 시스템이다"
아이쿱 조재형 대표/사진=정준엽 기자
의료 IT 기업 아이쿱 조재형 대표(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2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애보트·아이쿱 파트너십: 혈당 관리의 패러다임 변화'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 당뇨병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초기부터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해 상태를 꾸준히 점검하고 개인별 맞춤형 치료법을 제안해야 한다는 의견이 고조되고 있다. 이를 위해 당뇨병 환자의 데이터를 의료진이 하나의 서버에서 직접 확인하고, 맞춤형 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솔루션도 함께 등장한 것이다.
◇김난희 교수 "당뇨병 환자 계속 증가… 연속혈당측정기로 조기 관리 필요" 이날 당뇨병 조기 관리의 중요성과 프리스타일 리브레2에 대해 소개한 고대안산병원 내분비내과 김난희 교수는 "최근 국내 성인 6명 중 1명이 당뇨병을 앓고 있다"며 "초기부터 혈당을 적극적으로 조절하면 심혈관계 합병증과 사망률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프리스타일 리브레2는 작년 5월 대한민국에 도입된 연속혈당측정기로, 기존에 측정이 부정확하고 저혈당·고혈당 사건을 반영하지 못한 당화혈색소 측정 방식의 한계를 극복했다. 500원 동전 크기의 센서를 팔뚝에 부착하면 최대 14일 동안 1분마다 혈당 측정 결과를 제공한다.
임상시험 'FREEDOM-2'에서 프리스타일 리브레2는 1형·2형·1.5형 당뇨병 환자의 ▲당화혈색소 ▲저혈당 ▲고혈당 ▲TIR(목표 범위 내 혈당 달성) ▲삶의 질 ▲입원률 등을 모두 개선했다. 프리스타일 리브레2를 사용하고 체계적 교육을 받은 환자군(혈당 수치와 연속혈당측정기 그래프 패턴에 따라 인슐린 용량과 시간을 조절하도록 교육받은 환자 집단)은 24주차에 TIR이 11.9% 증가했다.
김 교수는 "현재는 다회 인슐린을 맞는 2형 당뇨병 환자뿐만 아니라 기저 인슐린을 맞는 2형 당뇨병 환자들도 프리스타일 리브레2를 많이 쓰고 있다"며 "경구혈당강하제를 사용하는 환자들에게도 추후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고대안산병원 내분비내과 김난희 교수
◇2형 당뇨병 환자에게는 아직 비급여 다만, 김난희 교수는 프리스타일 리브레2가 환자들에게 제대로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2형 당뇨병 환자에게도 건강보험 급여가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연속혈당측정기는 1형 당뇨병 환자와 인슐린 치료가 필요한 임신 중 당뇨병 여성을 대상으로만 급여가 적용되며, 2형 당뇨병 환자는 비급여로만 쓸 수 있다.
사실 2형 당뇨병 중 고위험군에서 프리스타일 리브레2의 급여를 적용하는 것이 현 정부의 공약이었으나, 정치적인 상황으로 인해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김난희 교수는 "2형 당뇨병이 보험 재정에서 상당히 뒤로 밀리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정치적 어려움이 해결된다면, 빠른 시일 내에 고위험 2형 당뇨병에서라도 보험 적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재형 대표 "랩 커넥트, 리브레2와 연동 시 시너지 효과" 두 번째 연사로 나선 조재형 대표는 랩 커넥트가 프리스타일 리브레2와의 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랩 커넥트는 데이터 기반 접근법을 통해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프리스타일 리브레2를 비롯한 의료기기나 사물인터넷의 데이터를 의사가 병원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공유해주는 시스템이다. 환자가 병원을 바꾸더라도 데이터 연결·통합이 가능해 기존의 의료 기록을 진단에 참고할 수 있도록 돕는다.
랩 커넥트를 통해 당뇨병 환자들이 가장 크게 받을 수 있는 혜택은 2가지다. 첫 번째는 의료 기록의 장기 보존이다. 당뇨병은 만성 질환인 만큼 단기적으로 끝나는 치료가 아니기 때문에 과거의 데이터를 계속 볼 수 있어야 하나, 연속혈당측정기만 단독으로 사용할 경우 6개월 이상 사용을 유지하지 않는 이상 데이터가 자동 파기된다.
조재형 대표는 "요즘은 환자가 1년 전 자신의 데이터를 보여 달라고 했을 때 없다고 하면 큰일 나는 세상"이라며 "랩 커넥트는 환자의 데이터를 계속 저장할 수 있어 언제든지 과거의 데이터를 불러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외래·입원 시 의사의 진단·처방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상태 변화뿐만 아니라 음식·운동량 변화 등 세부적인 것들을 모두 기록할 수 있어 연속혈당측정기만 사용할 때보다 더 효과적인 진단과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 조 대표의 설명이다.
◇"랩 커넥트 같이 써도 환자 부담금 크게 늘지 않아" 조 대표는 현재 2형 당뇨병 환자들에게 프리스타일 리브레2와 랩 커넥트는 모두 비급여지만, 환자들이 프리스타일 리브레2와 랩 커넥트를 함께 활용할 경우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실제 프리스타일 리브레2의 가격은 약 10만원이며, 랩 커넥트와 함께 사용할 경우 환자 부담금은 10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조 대표에 따르면, 일부 부담해야 하는 시스템 비용이 있으나, 오히려 병원에서 부담하는 비중이 더 크다. 조 대표는 "종이로 복사·스캔해야 했던 환자 데이터를 하나의 서버로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병원이 부담하는 비중이 더 크고, 그 비용도 낮다"며 "환자가 크게 부담을 느낄 일은 없다"고 말했다.
환자가 랩 커넥트의 사용 여부를 직접 결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시스템의 사용을 위해서는 환자의 동의가 필요하며, 동의 후에도 환자가 변심해 자신의 데이터를 의사에게 전달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경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동의를 철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