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일 만에 퇴원한 프란치스코 교황… 치명률 매우 높은 '이 질환' 때문?

입력 2025.03.24 13:41

치명적인 노인 폐렴, 예방이 중요

교황
사진=AFP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89)이 지난달 14일 병원에 입원한 후 약 5주 만인 23일(현지 시각) 퇴원했다. 여전히 비강 튜브를 꽂은 채였고, 의사들은 교황이 바티칸에서 두 달간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12년 재위 중 최장 기간 입원을 기록하게 한 이 질환은 '폐렴'이다.

'폐렴'은 특히 교황처럼 '65세 이상 노년층'일 때, 더 위험하다. 폐렴은 말 그대로 폐에 염증이 생긴 상태를 말하는데, 건강한 성인은 항생제 치료와 휴식만으로 쉽게 치료된다. 노년층은 다르다. 폐 기능과 면역력이 떨어져 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23년 사망원인통계 결과'에 따르면 '폐렴'은 70세 이상에서 사망원인 4위, 80세 이상에서 2위였다. 지난해 10월 헬스조선 건강콘서트 '건강똑똑'에서 순천향대 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유병욱 교수는 "폐렴으로 사망한 사람 중 약 97%가 60대 이상"이라며 "고령층은 폐렴에 걸리지 않도록 매우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노인 폐렴, 전형적인 호흡기 증상 없기도
노인에게서는 젊은 폐렴 환자에게 나타나는 전형적인 급성 호흡기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아, 폐렴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젊은 폐렴 환자에게서는 세균·바이러스·곰팡이 등에 의해 폐 조직에 염증이 생기면서, 발열·기침·가래·몸살 등 감기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난다. 면역력이 약한 노인에게서는 호흡기 증상 없이 ▲입맛이 떨어지고 ▲식사를 잘 못하고 ▲기운이 없고 ▲대소변을 잘 못 가리고 ▲헛소리를 하는 등 막연하고 뚜렷하지 않은 증상으로 발현할 수 있어, 단순히 체력이 떨어진 게 원인으로 오인하기 쉽다. 폐렴이 진단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사망으로 이어질 우려가 커지므로 어르신이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인다면 급성 호흡기 증상이 없어도 병원 진료를 받아보도록 하는 것이 좋다.

◇만성질환자 노인에게 더 치명적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은 특히 폐렴에 취약하므로 더 주의해야 한다. 중증 폐렴으로 진행할 위험이 크고, 폐렴으로 기저질환도 악화할 수 있다. 폐렴에 걸리기도 더 쉽다. 천식·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의 폐렴 발병률은 일반 성인보다 7.7~9.8배, 심혈관질환자는 3.8~5.1배, 당뇨병 환자는 2.8~3.1배 높았다.

또 노인성 폐렴은 젊은 환자와 달리 구강·위 내용물이 기도로 흡인하면서 생기는 '흡인성폐렴' 비율이 높다. 뇌혈관질환이나 퇴행성 뇌 신경계 질환을 앓는 노인은 연하 곤란이나 기침 반사 저하로 흡인성폐렴 위험이 높으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 기저 질환이 없는 노인도 자는 중 무증상 흡인이 생길 수도 있다. 평소 구강위생에 더욱 신경 써야 하고, 식사 중 사레에 걸리는 빈도가 잦다면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예방 위해 식사 전후엔 눕지 말아야
노인성 폐렴을 예방하려면 '건강한 컨디션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 영양상태를 개선하고, 규칙적인 식사·수면을 해야 한다. 습도와 온도도 적절히 유지한다. 기저질환으로 거동이 어렵고 침상 생활을 하는 노인이라면, 흡인성폐렴을 예방하기 위해 완전히 누워 있기보다 몸을 반쯤 일으킨 상태를 유지해 위 내용물 역류·흡인을 최소화해야 한다. 특히 식사 전후에는 한동안 눕지 않고 앉아 있는 것을 권장한다. 중추신경계 질환이 있는 환자가 지속해서 사레에 걸린다면, 코위영양관 삽입이 도움 될지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예방접종도 매우 중요하다. 65세 이상이라면 인플루엔자와 폐렴구균 예방 백신을 접종하는 게 좋다. 노년층에서 폐렴구균으로 균혈증이 발생하면 사망률은 60%, 수막염이 발생하면 사망률이 80%에 이른다. 질병관리청에서는 65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비용 부담 없이 폐렴구균 23가 백신,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