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 사고 있었다” 경쟁 동물병원 허위 댓글에 피해 봤는데… 처벌 어렵다고? [멍멍냥냥]

입력 2025.03.21 08:15
동물 마취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수의계를 달군 소식이 하나 있다. 바로 한 동물병원이 경쟁 동물병원을 허위로 비방하는 댓글을 단 사건이다. 보호자를 사칭해 경쟁 동물병원 비방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자신의 동물병원 내원을 유도하는 일이 그간 암암리에 있었다. 동물병원 간 경쟁이 이전보다 심화한 만큼, 이제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마침 3월 초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국회의원이 금지 대상 허위·과장 광고를 구체화한 수의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번 사건의 열기는 자연스레 이 개정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개정안이 통과돼도 허위 비방 댓글은 처벌이 어렵다는 것이 법률 전문가의 분석이다. 실제 사건을 뜯어보며 그 이유를 알아보자.

◇수의사법, 허위 비방 댓글 규제 미비… “피해 있어도 처벌 어려워”
S동물병원(가명)은 있지도 않은 “마취 사고가 있다”고 주장하는 허위 댓글로 피해를 봤다. 반려견 슬개골 수술을 하려는데, S동물병원이 괜찮을지 묻는 게시글이 회원 수 6만 이상인 네이버 카페 ‘강사모(강아지를 사랑하는 모임)’에 올라온 게 발단이었다. 카페 회원 A씨가 “최근에 문제가 많다고 들었다” “마취하다가 이슈가 있어서… 지인 분 강아지인데… 너무 충격이 크시더라고요” 등 댓글을 달았다. 또 다른 회원 B씨도 “저도 S동물병원은 별로라고 들었어요”라는 댓글을 달았다. 해당 댓글들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A씨는 경쟁 병원인 G동물병원 대표원장의 여동생, B씨는 배우자라는 사실이 S동물병원 조사 결과 드러났다. 헬스조선 취재를 종합하면 B씨 역시 수의사로, G동물병원(가명) 공동 원장을 맡고 있다. S 동물병원은 허위 비방 댓글로 피해를 봤다는 입장이다. S동물병원 원장은 “게시글 작성자의 반려견과 같은 종의 강아지가 그즈음 슬개골 수술을 예약해둔 상태였는데, 카페에 허위 마취 사고 댓글이 올라오고 얼마 되지 않아 해당 예약이 취소됐다”며 “슬개골 수술 예약은 웬만하면 취소되지 않기 때문에 해당 댓글이 영향을 미친 건 아닌가 의심스럽고, 병원 이미지가 나빠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처벌은 어려웠다. 수의사법 제32조와 수의사법 시행령 제20조의2는 ‘수의사가’ ▲허위 광고 또는 과대 광고 행위 ▲다른 동물병원을 이용하려는 동물의 소유자 또는 관리자를 자신이 종사하거나 개설한 동물병원으로 유인하거나 유인하게 하는 행위를 할 경우 면허 정지 처분을 할 수 있도록 정한다. 그러나 A씨는 수의사가 아니기에 면허 정지 대상이 될 수 없었다. B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동물병원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서 경쟁 동물병원을 비방하기만 해, ‘자신이 종사하는 동물병원으로 유인하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법을 피해 갔다.

S동물병원 원장은 “경쟁 동물병원 원장이 단 댓글에 실질적 피해를 입었는데도 처벌이 안 되니 답답한 상황”이라고 했다. G동물병원 측은 B씨가 수의사가 맞는지, 표명할 입장은 없느냐는 질문에 “답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허위 광고 단속 강화한 개정안 통과돼도 ‘규제 공백’ 남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의계에서는 올바르지 않은 경쟁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었다. S동물병원이 위치한 지역 수의사회는 이번 사건을 접한 후 성명문을 발표, 3월 초에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의원이 3월 초 발의한 수의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서삼석 의원 발의안은 동물병원 개설자가 해선 안 되는 광고의 유형을 구체적으로 나열한다. 광고 사전 심의를 위해 대한수의사회에 광고심의위원회를 설치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한국동물병원협회 역시 성명문을 통해 “무분별한 광고로 인한 보호자와 반려동물의 피해를 줄이고, 올바른 동물병원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법적 장치가 절실히 필요하다”며 “이번 개정안에 찬성한다”고 했다.

그러나 수의계 기대와는 달리, 서삼석 의원 개정안이 통과돼도 이번 사건과 유사한 사례를 처벌하는 데에는 도움되지 않을 수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거짓된 내용을 표시하는 광고 ▲소비자가 치료 효과를 오인할 우려가 있는 광고 ▲다른 동물병원의 진료 방법과 비교하거나 타 병원을 비방하는 광고 ▲수술 장면 등 직접적 시술 행위를 노출하는 광고 ▲동물 진료 방법과 관련해 심각한 부작용 등 중요한 정보를 빠뜨리는 광고 ▲객관적인 사실을 과장하는 내용의 광고 ▲법적 근거가 없는 자격이나 명칭을 표방하는 내용의 광고 ▲신문·방송·잡지 등을 이용해 기사 또는 전문가의 의견 형태로 표현되는 광고 등이 금지된다.

법무법인 충정 김연기 변호사는 “개정안은 경쟁 동물병원을 비방하는 내용의 ‘광고’를 처벌할 수 있도록 했지만, 경쟁 동물병원을 비방하는 허위 ‘댓글’이 ‘광고’에 해당한다고 보긴 어렵다”며 “처벌 대상을 광고로 한정할 게 아니라 다른 동물병원을 비방하는 ‘행위’로 넓게 정하고, 수의사가 아닌 동물병원 관계자가 이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 영업주(수의사) 또한 처벌 또는 불이익을 주는 규정이 있으면 이 같은 사례를 처벌하기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