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걸음걸이에는 건강의 비밀이 숨어 있다. 보행 습관과 체중 분산 방식만으로도 발 건강 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 20년간 발과 발목만 전문적으로 치료해 온 족부 전문의인 필자는 발을 치료하는 것만큼이나 올바른 보행 습관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엄지 보행'의 중요성은 백번 강조하고 싶다.
연세건우병원 제공
◇엄지에 체중의 60% 실어야
바른 보행의 핵심은 체중의 약 60%를 엄지발가락에 실어 걷는 데 있다. 발뒤꿈치로 시작해 발바닥 전체로 체중이 분산되고, 마지막 단계에서 엄지가 지면을 밀어내며 추진력을 얻는 자연스러운 연결이 중요하다. 이 과정이 원활해야 보행의 안정성과 효율성이 확보된다.
하지만 무지외반증과 같은 발 질환은 엄지 보행을 방해해 몸 전체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불안정한 보행은 족저근막염, 지간신경종, 갈퀴족지, 발목 인대 및 연골 손상 등 다양한 족부 질환은 물론, 무릎관절염이나 척추 질환까지 유발할 수 있다. 많은 환자들이 보행의 미세한 차이로 인해 발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무지외반증은 엄지 보행을 방해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엄지발가락이 바깥쪽으로 틀어지면서 발의 정렬이 무너지고, 체중이 고르게 분산되지 않아 보행 마지막 단계에서 엄지가 제대로 지면을 밀어내지 못하게 된다. 이로 인해 보행 패턴이 점차 왜곡돼 다양한 합병증이 동반되기 쉽다. 올바른 엄지 보행을 위해서는 무지외반증 치료가 선행돼야 한다.
아킬레스건이 타이트해져도 발 앞쪽에 체중이 쏠리는 전족부 보행을 하게 된다. 이는 발가락과 발볼에 과도한 압력을 가해 신경을 자극하고 염증을 일으켜 지간신경종을 유발할 수 있다. 아킬레스건 경직으로 발바닥의 특정 부위에 충격이 반복되면서 족저근막에 미세 손상을 입고 염증이 나타나 족저근막염이 생기기도 한다.
◇무지외반증 고쳐야 엄지 보행 가능
올바른 엄지 보행을 위해서는 무지외반증 치료가 선행돼야 한다. 무지외반증은 초기에는 보존적 치료를 우선한다. 병기가 진행될 경우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가장 널리 시행되는 교정 절골술은 엄지 뼈 주변 피부를 일부 절개해 휘어진 엄지발가락 뼈에 실금을 내 원래의 각도로 회전·정렬한 후 핀이나 나사로 고정하는 방식이다. 최소 침습 술은 엄지 뼈 주변에 2∼3㎜의 미세한 구멍을 통해 뼈를 절골하고 돌출된 부위를 안쪽으로 밀어 넣어 자연스러운 뼈 리모델링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수술적 치료는 환자의 생활 습관, 변형 정도, 관절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후 족부 전문의의 진단과 충분한 상담을 통해 환자 맞춤형으로 결정하는 것이 좋다.
◇엄지 보행으로 즐겁고 활기찬 삶을
엄지 보행은 단순히 걸음걸이를 넘어 전신 건강에 직결되는 중요한 생활 습관이다. 발뒤꿈치로 시작해 발바닥 전체에 체중이 고르게 분산되고, 마지막 단계에서 엄지발가락이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할 때, 우리의 몸은 균형 있게 움직이며 무릎, 발목, 척추 등 코어 부위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평소 자신의 걸음걸이를 꼼꼼히 관찰하고, 약간의 이상 징후라도 발견되면 조기에 족부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필수적이다. 특히 무지외반증과 같이 엄지 보행을 저해하는 질환은 단순히 통증을 해소하는 차원을 넘어, 올바른 보행 패턴을 회복하기 위해 반드시 치료돼야 한다.
우리 모두가 걸음걸이를 되돌아보며, 엄지발가락이 제대로 지면을 밀어내고 있는지 점검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바른 보행은 단순히 걷는 행위가 아니라 전신 건강과 직결되는 중요한 생활 습관임을 명심하고, 엄지 보행을 하고 있는지 다시 확인하자. 발이 건강해야 즐겁고 활기찬 삶을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