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학제 진료로 유방암 환자 2주 만에 수술… 이후 삶까지 돌본다

입력 2025.02.26 09:41

헬스특진실_차병원 유방암센터

유방암 수술 1500례 달성, 전국 4위
노동영·김승기·조영업 등 명의 진료
한 달 내 수술 완료, 절제·재건술 함께
난임 센터 필수 협진으로 가임력 보존

여성 일생일대의 중대사 임신과 출산. 임신·출산을 겪는 연령대는 주로 20∼30대인데, 이 나이 때 유방암이 발병하는 환자가 최근 늘고 있다. 유방암은 한 해 약 3만 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할 정도로 여성에게 흔한 암이다. 40∼50대 환자가 여전히 가장 많지만, 차병원 의료진은 "20∼30대 여성 환자가 옛날보다 자주 보인다"고 증언한다. '암'이라는 말이 무서울 수 있지만, 유방암은 잘만 치료하면 생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있다. 유방암을 치료한 후 임신에 도전하는 여성이 많다.

난임 극복에 힘써온 차병원이 유방암 치료에도 집중하고 있다. ▲강남차병원 노동영 원장·윤찬석 교수 ▲분당차병원 김승기 교수·이승아 교수·이관범 교수 ▲일산차병원 조영업 교수·김세중 교수 등 유방암 치료에 힘써온 명의들이 모였다. 작년 한 해 강남·분당·일산·구미차병원에서 집도한 유방암 수술은 1500례로, 국내에서 네 번째로 많다. 차병원은 유방암 치료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을까.

차병원은 2024년 유방암 수술 1500례를 달성했다. 사진은 강남·분당·일산·구미차병원 유방암센터 의료진. /차병원 제공
절제술·재건술 함께, 빠른 치료 후 임신 가능

차병원은 환자의 몸·마음·생활을 모두 고려한 맞춤형 치료를 시행한다. 진단에서 수술까지 걸리는 기간을 단축한 게 대표적이다. 지방에서 온 환자들은 진단 후 수술을 받기까지 병원 근처에 머물기가 힘들다. 수도권 환자라고 수술을 기다리는 게 내킬 리는 없다. 차병원은 환자 편의를 위해 진단 후 최대한 빨리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돕는다. 빠르면 한 달 이내에 진료·검사·수술을 마칠 수 있다. 최근 분당차병원 외과 김승기 교수가 수술한여성 환자는 30대 초반으로, 결혼식 4개월 전에 유방암을 진단받았다. 수술을 오래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라 최대한 일정을 조정해 진단 후 2주 만에 수술을 시행했다.

유방 절제술 후 찾아오는 우울감까지 돌본다. 몸 다른 곳으로 암이 원격 전이되지 않은 이상, 유방암 환자들은 대부분 수술로 암을 절제한다. 3분의 1 정도는 유방 전절제술을 받는다. 환자는 수술 후 유방암 완치에 가까워지지만, 자신이 알던 몸에서는 멀어진다. 김승기 교수는 "변화한 신체 모습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우울과 불안을 느끼고, 수면 장애도 흔히 겪는다"며 "이럴 땐 정신건강의학과 협진으로 약물치료를 받으면서 기분을 조절하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강남차병원 외과 윤찬석 교수는 "유방 재건 전문 성형외과 의료진과 협진해 유방 전절제술 후 유방 재건술을 곧바로 이어서 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며 "환자의 체력 부담과 회복 기간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강남·분당·일산차병원 모두 유방 절제술과 재건술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김승기 교수의 30대 예비신부 환자 역시 유방 절제술과 재건술을 동시에 받았다.

유방암은 인생의 끝이 아니므로 많은 환자가 완치 후 임신·출산을 계획한다. 최근 늘어난 20∼30대 환자들은 특히 그렇다. 차병원은 차여성의학연구소의 난임 치료 노하우를 유방암 환자에게도 고스란히 적용했다. 윤찬석 교수는 "암 치료 후 가임력이 상당히 떨어질 수 있어 임신 계획이 있는 환자는 난임 센터 협진을 필수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난자를 냉동해두면 암 치료 후 임신을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승기 교수에게 최근 유방암 수술을 받은 28세 여성 미혼 환자는 난임 센터에서 미리 난자를 채취해 동결했다. 결혼 일정이 아직 잡히지는 않았지만, 언젠가 결혼과 임신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막연하게나마 있어서였다.

다학제 진료로 "환자 맞춤 치료 논의"

이런 맞춤형 치료가 가능한 것은 ▲외과 ▲혈액종양내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성형외과 등 여러 과의 다학제 진료 덕분이다. 예컨대, 일산차병원 유방암센터는 유방암 치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신건강의학과·재활의학과 등도 협력하는 통합 진료 시스템을 구축했다. 분당차병원의 유방암 다학제 진료에는 평균 5개 진료과에서 7명의 교수가 참여한다. 평균 진료 시간은 30분이며, 관련 진료과 암 전문의가 한자리에 모인다. 진단부터 수술, 수술 후 항암치료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계획을 짜고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 방식을 선택한다. 김승기 교수는 "다학제 진료를 통해 최선의 방법으로 수술하면 치료 성적도 좋아지고, 암에 대한 환자의 심리적 부담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강남차병원에서도 이러한 협진이 원활하다. 윤찬석 교수는 "유방암 환자 검사 의뢰의 일정 비율은 영상의학과에서 바로 시행해주도록 정해두고 있다"며 "병원 근처에 오래 있기 힘든 지방 환자는 금식만 하고 왔다면 당일에 바로 MRI(자기공명영상)와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치료 부작용 관리하고, 끝까지 책임 치료

유방암 완치 20∼25년 후에 갑자기 재발하는 경우도 매우 드물게 있다. 재발하지 않은 지 오래된 환자들도 차병원이 끝까지 챙기는 이유다. 김승기 교수는 "유방암 수술 당시 림프절 전이가 상당히 진행됐던 환자도 수술 후 항암 치료를 잘 받아서 15∼20년간 재발 없이 지내곤 한다"며 "이런 환자도 유방 건강을 확인하려 1년에 한 번은 외래 진료를 온다"고 말했다. 윤찬석 교수는 "의사가 된 직후에 수술한 유방암 환자가 아직도 찾아온다"며 "검진 후 딸·손주 얘기를 즐겁게 나누고, 나중에 그 환자의 딸이 가족력 예방 차원에서 유방암 검진을 받으러 또 온다"고 말했다.

치료 과정이 괴롭지 않도록 환자 삶의 질도 관리한다. 많은 사람이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으며 백혈구 수치가 떨어져, 심장·두근거림·발열·피로 등 부작용을 겪을까 걱정한다. 차병원은 자체 치료 가이드라인을 통해, 수술하고 퇴원하는 날에 미리 백혈구 수치를 올리는 주사를 투약한다. 면역 저하 등 부작용 걱정을 덜기 위함이다. 일산차병원 조영업 유방암센터장은 "발생 가능한 다양한 부작용을 관리하기 위해 암통합진료센터와의 연계 진료로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진단받지 않은 환자들도 열심히 발굴한다. 1기에 발견해 수술하면 98% 완치되기 때문이다. 한 번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며 친하게 지내는 중년 여성들이 윤찬석 교수에게 함께 검사받으러 온 적이 있었다. 이 중 한 사람이 유방암을 진단받아, 아직 증상이 없음에도 걱정되는 마음에 병원을 방문한 것이다. 유방암 환자의 일가친척들이 한 번에 여럿 검사받으러 오는 일도 흔하다. 윤찬석 교수는 "이렇게 '괜히 걱정돼' 병원을 찾는 사람들 가운데 한두 명이 유방암 환자로 판정되기도 한다"며 "조기 발견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