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된 ‘비대면진료’ 후기… 환자 ‘만족’, 의약사 ‘불안’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지난 23일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수행 실적 평가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비대면진료는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의료기관 외부에 있는 환자에게 원격진단과 원격치료를 제공하는 의료서비스로, 2020년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이후 보건의료기본법에 근거해 제한적 범위에서 시범사업으로 시행됐다. 정부 재원으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실시한 이번 연구는 2023년 6월 1일부터 2024년 7월 17일까지 최소 1회 이상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 참여한 환자(1500명)와 의사·약사(300명·100명)를 대상으로 수행됐다.

◇비대면진료 월 평균 10만건 이상… ‘내과’ 최다
설문 결과, 월 평균 비대면진료 건수는 2023년 6~8월 16만7950건에 달한 뒤, 같은 해 9~12월 11만2485건으로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대면진료 총 진료비는 167억원으로, 건강보험 외래 진료비의 약 0.06%를 차지했다. 내과(63.8%) 진료가 가장 많았고, 이어 ▲이비인후과(8.1%) ▲가정의학과(5.2%) ▲소아청소년과(4.4%) ▲정형외과(3.6%) 순이었다. 환자 연령 비율은 60대(18.6%), 50대(16.7%), 80세 이상(13.8%) 순으로 높았다.

비대면진료를 이용한 환자들의 질환은 본태성 고혈압(23.6%), 2형 당뇨병(11.0%), 급성 기관지염(8.9%) 등이었다. 급성비인두염, 위염·십이지장염, 기타 급성 상기도감염 등은 비대면진료에서만 상위 다빈도 상병(傷病)을 차지했다. 많이 처방된 약제는 위점막보호제(레바미피드·7.3%), 기침억제제(레보드로프로피진·6.9%) 등이었다.

우리나라 전체 병원급 중 1.2%, 의원급 중 18.3%가 비대면진료에 참여했으며, 세종, 대전, 전남, 전북, 광주 소재 의료기관에서 참여율이 높았다. 1인당 비대면진료 횟수는 평균 3건이었고, 52.7%는 비대면진료 후 대면진료 없이 다시 비대면진료를 받았다. 비대면진료의 평균 진료 시간은 재진 9.2분, 초진 12.5분이었다.

◇환자 60%가 ‘만족’… “시간 관리 용이·편리함·비용 절감”
설문에 참여한 환자 중 78.4%는 비대면진료 후 본인 수령(60.5%), 대리수령(24.7%), 재택수령(14.9%) 등을 통해 약을 처방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용 동기로는 ‘병원 방문 시간 부족(46.5%)’, ‘편리함(18.5%)’ 등을 꼽았다.

82.5%는 비대면진료의 안전성이 대면진료와 유사하거나(50.1%), 대면진료보다 불안하지 않다(32.4%)고 답했다. 반면, 비대면진료가 대면진료보다 불안하다고 응답한 이들(17.6%)은 그 이유로 ‘정확한 진단에 한계가 있다(72%)’,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23.9%)’ 등을 언급했다.

전체 응답자의 60.2%는 비대면진료의 전반적 의료서비스 질에 만족(매우만족·만족)한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시간 관리 용이함(56.4%)’, ‘편리함(20.6%)’, ‘비용 절감(11.2%)’을 꼽았다. 향후 비대면진료 이용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환자도 91.7%에 달했다. 반면, 비대면진료 불만족 이유로는 ‘증상 설명의 어려움(48.1%)’, ‘오진 우려(19.5%)’, ‘의사 설명 이해 부족(15.6%)’ 등이 지적됐다.

◇의약사 80% 이상 “비대면진료 불안”
비대면진료의 안전성을 두고 의사·약사들은 환자들과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대면진료 대비 비대면진료의 안전성에 대해 의사 80.3%, 약사 82.5%가 불안하다고 응답했으며, 그 이유로 ‘정확한 진단에 한계가 있다(77.6%·38.6%)’,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18.3%·13.6%)’ 등을 들었다.

의사와 약사의 비대면진료 평균 만족도 점수는 5점 만점에 각각 2.86점, 2.61점이었다. 의사는 ‘효율적인 진료시간 관리’를, 약사는 ‘대상 환자 확장 가능’을 만족하는 이유로 꼽았다. 반면, 불만족 사유로는 의사와 약사 모두 ‘환자의 정확한 질병 관련 증상이나 불편함 표현 한계’, ‘의료사고 발생의 위험성과 법적 책임 소재 불분명’을 언급했다.

향후 비대면진료 이용 의향을 묻는 질문에는 의사(84.7%), 약사(67.0%) 모두 과반수 이상이 ‘있다’고 답했다. 주된 이유는 ‘효율적 진료시간 관리’, ‘대상 환자 확장 가능’ 등이었다. 비대면진료 허용 범위에 대해 의사들은 환자, 의료기관, 의약품, 진료 횟수 등을 확대하고 처방일수는 줄여야 한다고 응답한 반면, 약사들은 환자, 의료기관, 의약품, 진료 횟수, 처방일수 모두 현재보다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측은 “비대면진료에서 환자와 의사 간 의사소통 개선과 진료 정확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의료진과 환자 모두를 대상으로 의사소통 기술 향상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