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심장에 병 찾는 '디지털 엑스레이'… AI로 정확도 높이고 방사선 노출 줄여

입력 2025.01.15 09:29

엑스레이의 진화

삼성 디지털 엑스레이 'GF85', 美 FDA 허가
AI 기반 판독 보조 기능 탑재해 정확도 높여
녹음 가이드 사용, 방사선사 업무 피로도 줄여
방사선 노출 최소화, 소아·의료진 부담 줄어

‘북미영상의학회(RSNA)’ 행사에서 공개된 삼성전자 ‘GF85’. /삼성전자 제공
만성질환에 대한 부담이 증가하면서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여러 의료기기에 대한 수요 역시 전 세계에서 급증하는 추세다. 엑스레이는 환자의 몸에 방사선을 투과시켜 얻는 이미지로 체내 병변을 확인하는 의료기기다. 간단하지만 폐와 심장 계통 질환에 대해 많은 정보를 알려주기 때문에 1차 의료기관에서 많이 사용한다. 최근에는 디지털 엑스레이에 인공지능(AI)을 접목시켜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8년 만에 디지털 엑스레이 신제품을 선보이며 글로벌 선두권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엑스레이, 폐·심장 질환 진단에 필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은 '중년 이후부터 서서히 숨이 차는 증상'이 특징인 질환이다. 처음에는 가벼운 호흡 곤란과 기침이 나타나지만 병이 진행되면 호흡 곤란은 심해지고 심장 기능까지 떨어져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국내 70세 이상 고령자 사망 원인 중 4번째를 차지한다. 한편, 관상동맥질환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막히는 질환이다. 혈관이 서서히 막히면 협심증, 갑자기 막히면 심근경색이라 한다. 암에 이어 국내 사망 원인 2위에 오르고 있다.

이러한 질환을 진단하기 위해 의료진들은 일차적으로 흉부 엑스레이를 활용한다. 엑스레이가 심장의 크기와 모양, 심장 및 대혈관 각 부위의 확장 여부, 폐혈관의 크기, 폐 부종 등 폐와 심장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해서다. 검사 결과로 질환을 확진하기는 어렵지만 수많은 질환을 배제할 수 있다. 호흡 곤란을 겪는 환자가 내원했을 때 엑스레이 검사를 통해 페렴이나 기흉 등을 감별해내는 식이다.

GF85 시뮬레이션. /삼성전자 제공
커지는 엑스레이 시장, 기술적 진화 필요

기대 수명이 증가하면서 엑스레이 검사 횟수가 늘어나자 의료 현장에서는 엑스레이의 기술적 '진화'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먼저 방사선사의 업무 환경을 개선시킬 수 있는 기술이다. 사실 엑스레이 검사 결과를 판독하는 건 의사지만 엑스레이 촬영 업무를 수행하는 건 방사선사다. 방사선사는 엑스레이 촬영 중 환자의 자세와 촬영 위치를 맞추는 데 많은 시간을 소모한다. 이 과정에서 반복적인 작업과 신체적인 부담이 커지며 업무 효율이 떨어지곤 한다. 실제 미국영상의학회지(American Journal of Roentgenology)에 게재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방사선사의 3분의 1 이상이 직무상 번아웃을 경험하고 있다. 방사선사의 번아웃은 검사 결과의 정확도와 직결되므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그 다음으로는 방사선 노출 최소화다. 방사선은 인체를 투과하면서 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다. 물론 흉부 엑스레이를 몇 차례 촬영한다고 발생하는 일은 아니지만 장기간, 여러번 의료 방사선에 노출되면 암 발병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이 지난 202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 100만 명 중 1% 가량은 엑스레이 방사선에 의해 암 위험이 증가한 상태다. 문제는 엑스레이 검사 건수가 빠르게 늘고있다는 사실이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국민 의료 방사선 이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의료방사선 검사 건수는 국민 1인당 7.7건으로 전년 대비 1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 AI 기술 활용해 의료진 업무 환경 개선

의료 현장에 요구에 맞춰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고정형 디지털 엑스레이 'GF85'에 대한 의료기기 품목허가(510k)를 획득했다. 사용자 관점에서 착안한 기술을 집약했다는 평가를 받는 GF85는 다양한 AI 기반 판독 보조 기능을 탑재했다. 예컨대 흉부 엑스레이 영상 분석 AI 솔루션, 'CXR 어시스트'는 결절, 기흉, 폐섬유화 등 10가지 주요 폐 질환의 이상 부위 위치와 병변 존재 가능성 값을 레포트 형태로 제공해 판독 속도를 향상시킨다. '본 서프레션' 기능은 갈비뼈, 쇄골 일부를 알고리즘으로 제거해 폐 영역의 가시성을 확보한다.

방사선사의 피로도를 줄여주는 기능도 탑재했다. 환자마다 '숨을 멈추세요', '움직이지 마세요' 등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하는 행위는 방사선사들이 피로감을 호소하는 영역 중 하나다. 삼성은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녹음된 촬영 가이드를 편리하게 전달할 수 있는 단축키를 탑재했다. 아울러 삼성 글래스 프리 디렉터에는 유리 대체 기술이 적용돼 약 2kg 가벼운 무게로 사용자의 피로를 덜어준다.

이와 같은 기능이 집약된 디지털 엑스레이가 의료 현장에 도입된다면 방사선사의 업무 부담도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한 논문에 따르면, 직무 만족도가 높은 방사선사는 양질의 서비스를 환자에게 제공하게 되므로 방사선사의 업무 환경을 개선하면 의료의 질적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전 제품 저선량 FDA 인증, "시장 점유율 높일 것"

한편, 삼성전자는 정밀한 선량 관리를 통해 환자, 의료진의 방사선 노출 최소화에도 힘쓰고 있다. 안전성이 특히 중요한 소아 대상으로 체중에 따른 6단계 피폭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필요 이상의 방사선 노출은 막았다. 아울러 독자적인 영상처리엔진 '에스뷰'를 통해 방사선 조사량이 낮은 상태에서도 기존과 동등한 품질의 흉부 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을 기반으로 삼성전자 의료기기 사업부의 디지털 엑스레이 전 제품은 저선량 FDA 인증을 받았다.

의료기기는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2010년 제시한 신수종 사업(의료기기·태양광·자동차용 배터리·발광다이오드·제약 및 바이오) 중 하나다. 만성질환에 대한 부담 증가와 코로나 19 유행을 계기로 전반적인 의료기기에 대한 수요가 크게 높아진 상황, 삼성전자는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활용해 디지털 엑스레이 시장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환자와 의료진의 사용 편의성에 초점을 두고 디지털 엑스레이 시장의 혁신을 일궈가고자 한다"며 "디지털 엑스레이 제품 라인업을 강화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가겠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