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非)당뇨인도 '연속혈당측정기' 사용 미국서 건강관리 도구로 활용하기도 국내외 전문가들 "체중 감량에 도움"
체중 감량은 많은 이들에게 '평생 숙제'처럼 여겨진다. 올해 역시 새해를 맞아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 계획을 세우고 있다. 문제는 한 해가 끝나갈 즈음 주위를 둘러보면, 실제 계획대로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혈당과 인슐린은 정비례로 작동하며, 혈당이 인슐린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픽=최우연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그 중에서도 음식을 적게 먹거나 극단적으로 식사를 거르는 '칼로리 제한' 방식은 건강한 다이어트를 방해하는 대표적 원인으로 꼽힌다. 많은 의료 전문가들 역시 체중 증가의 주된 원인을 단순히 많이 먹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최근에는 혈당과 인슐린이 체중 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혈당 조절을 통해 체중 감소 효과도 볼 수 있는 '혈당 다이어트'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인슐린 조절 통해 '대사 유연성' 키워야
다이어트에 도전하는 많은 사람들은 포만감이 유지되지 않고 식욕을 참지 못해 중도 포기한다. 이는 혈당 조절 실패와도 연관이 있다.
혈당이 높아지면 췌장에서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돼 세포가 포도당을 흡수하도록 돕고, 이를 통해 혈당을 조절한다. 그러나 잦은 혈당 스파이크(혈당 수치가 급격히 상승했다가 떨어지는 현상)는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해, 같은 포도당을 처리하는 데 더 많은 인슐린이 필요해지게 만든다. 인슐린이 제 역할을 못하면 몸에서 저장된 에너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며, 에너지원도 공급되지 않아 계속 허기를 느끼고 먹게 된다. '대사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캐나다 비만·대사질환 전문가이자 책 '비만코드'의 저자인 제이슨 펑 박사에 따르면, 체중 조절의 핵심은 혈당 관리를 통해 혈당 스파이크를 방지하고 인슐린 노출 시간을 줄임으로써 '대사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다. 대사 유연성이란 섭취 에너지와 저장 에너지를 유연하게 전환해 사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대사 유연성이 강화되면 쉽게 살이 찌지 않는 '대사의 선순환'을 이뤄 다이어트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섭취한 음식이 소화 후 포도당으로 전환되면 혈당이 오르는데, 이때 분비된 인슐린은 포도당을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남은 포도당은 체내에 지방을 비롯한 에너지 형태로 저장된다. 대사 유연성이 높을 경우 음식을 먹지 않았을 때는 저장된 에너지를 빠르게 연소시켜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체지방 감소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식욕과 허기도 줄어들 수 있다. 장기적인 다이어트 유지 역시 가능해진다.
제이슨 펑 박사는 "체중 조절은 인슐린이 결정한다"며 "비만은 단순히 많이 먹거나 적게 움직이는 것에만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닌, 혈중 인슐린 농도가 높은 호르몬 불균형 문제로 인해 발생한 결과다"라고 말했다.
혈당과 인슐린은 정비례로 작동하며, 혈당이 인슐린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픽=최우연
'비당뇨인'도 연속혈당측정기로 혈당 모니터링
혈당 조절 측면에서 다이어트를 생각한다면, 결국 인슐린 관리가 관건이다. 인슐린 저항성을 낮춰 대사 유연성이 좋아질 경우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 최근에는 당뇨병을 앓고 있지 않아도 체중 감량과 건강관리를 위해 '연속혈당측정기'로 혈당 수치 변화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연속혈당측정기를 활용할 경우, 혈당 반응을 즉각적으로 파악해 어떤 음식이 혈당 스파이크를 유발하고 자신에게 적합한 운동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개인별 맞춤 식단과 운동 계획을 통한 효율적인 생활 습관 조정으로 이어진다.
미국 Z세대 사이에서는 연속혈당측정기가 '라이프스타일 트래커'로 불리며 건강관리 도구로 널리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이들은 연속혈당측정기를 활용해 혈당 스파이크를 최소화하고, 지방 연소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식단과 운동 습관을 찾고 있다.
연속혈당측정기를 활용한 혈당 관리가 체중 감량과 식습관 개선에 미치는 효과는 다양한 연구와 전문가 의견을 통해서도 입증되고 있다. 2020년 네덜란드 영양학 전문가 에바 페흐너 박사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비당뇨병 성인이 연속혈당측정기로 식후 혈당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면 식이 조절과 혈당 관리가 가능해져 체중 관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 소아내분비학 전문가 알라이나 P. 비드마르 박사 또한 연속혈당측정기를 활용하고 식사 시간을 제한한 비만 청소년의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했다.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조영민 교수는 감수를 맡은 책 '글루코스 혁명'을 통해 "혈당 다이어트는 혈당 스파이크를 예방해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도록 돕는 신개념 다이어트 방법"이라며 "연속혈당측정기를 활용한 혈당 변화 모니터링으로 식사·운동 후 혈당 패턴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