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 인터뷰>
삶은 때로 우리에게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의 전환을 요구합니다. 지난 달 소개해드린 예술 축제 ‘콜라주’ 나담음 런웨이에서 처음 만난 박은진(48·경기도 안양시)씨는 바쁜 일상 속에서 커리어를 쌓으며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지만, 유방암 진단이라는 갑작스러운 시련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이후 또 한 번의 암 진단까지 이어진 고난 속에서, 박씨는 삶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며 자신만의 길을 찾아냈습니다. 암이라는 터널을 지나며 더 단단하고 빛나는 삶을 만들어낸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치열했던 삶 속 암 진단
2020년 5월, 인생에서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던 박은진씨는 퇴근 후 집에서 왼쪽 팔과 어깨를 주무르다가 가슴 위쪽으로 커다란 혹이 만져져 깜짝 놀랐습니다. 심상치 않은 느낌에 다음날 회사 근처 유방외과에 내원했고 악성종양이라는 소견을 들었습니다. 곧바로 서울성모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한 결과, 왼쪽 가슴에 3.8cm 종양이 전이돼 림프절에도 2cm 크기의 종양이 있는 삼중음성 유방암 2기를 진단 받았습니다. 삼중음성 유방암은 유방암 중에서도 치료가 어렵고 전이·재발이 잦아 예후가 불량합니다. 유방암은 크게 ▲호르몬 양성 유방암 ▲HER2 양성 유방암 ▲삼중음성 유방암으로 분류됩니다. 호르몬 양성 유방암은 암 경과가 비교적 양호하고 호르몬 치료를 진행합니다. HER2 양성 유방암은 HER2에 대한 표적 치료를 진행합니다. 삼중음성 유방암은 표적 치료가 어려워 앞으로 더 나은 치료법을 개발해야 하는 암 종입니다. 박씨는 15년 전 언니가 유방암 치료를 받은 적이 있어 BRCA 유전자 검사도 함께 받았습니다. BRCA1 유전자 변이가 발견돼 가족 모두 유전자 검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BRCA1/2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으면 유방암과 난소암 발병 위험이 높습니다.
종양 크기가 크고 전이가 된 상태라 빠른 치료를 위해 하던 일을 모두 정리하고 치료에만 집중했습니다. 종양 크기를 줄이기 위해 6월부터 11월까지 항암 치료(아드리아마이신·사이클로포스파미드 4회, 파클리탁셀 16회)를 받았습니다. 항암 치료로 면역력과 체력이 많이 저하되고 먹고 자고 움직이는 일상적인 행동이 어려울 정도로 고통이 컸습니다. 첫 외래 때 “항암 일정이 밀리지 않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해보자”던 주치의의 말이 비로소 이해되는 순간이었습니다. 2차 항암 치료를 받고 난 뒤에는 호중구 수치가 극도로 저하돼 매번 항암 치료를 받을 때마다 호중구 수치를 올리는 호중구 촉진제 주사를 맞아야 했습니다. 박씨는 ‘항암 일정이 밀리지 않고 받을 수 있도록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상태를 만들자’고 다짐하며 버텨냈습니다. 인터넷 카페, 책 등 각종 자료를 검색해 유방암에 대해 공부하고 항암 치료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대비책을 세웠습니다.
치열했던 삶 속 암 진단
2020년 5월, 인생에서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던 박은진씨는 퇴근 후 집에서 왼쪽 팔과 어깨를 주무르다가 가슴 위쪽으로 커다란 혹이 만져져 깜짝 놀랐습니다. 심상치 않은 느낌에 다음날 회사 근처 유방외과에 내원했고 악성종양이라는 소견을 들었습니다. 곧바로 서울성모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한 결과, 왼쪽 가슴에 3.8cm 종양이 전이돼 림프절에도 2cm 크기의 종양이 있는 삼중음성 유방암 2기를 진단 받았습니다. 삼중음성 유방암은 유방암 중에서도 치료가 어렵고 전이·재발이 잦아 예후가 불량합니다. 유방암은 크게 ▲호르몬 양성 유방암 ▲HER2 양성 유방암 ▲삼중음성 유방암으로 분류됩니다. 호르몬 양성 유방암은 암 경과가 비교적 양호하고 호르몬 치료를 진행합니다. HER2 양성 유방암은 HER2에 대한 표적 치료를 진행합니다. 삼중음성 유방암은 표적 치료가 어려워 앞으로 더 나은 치료법을 개발해야 하는 암 종입니다. 박씨는 15년 전 언니가 유방암 치료를 받은 적이 있어 BRCA 유전자 검사도 함께 받았습니다. BRCA1 유전자 변이가 발견돼 가족 모두 유전자 검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BRCA1/2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으면 유방암과 난소암 발병 위험이 높습니다.
종양 크기가 크고 전이가 된 상태라 빠른 치료를 위해 하던 일을 모두 정리하고 치료에만 집중했습니다. 종양 크기를 줄이기 위해 6월부터 11월까지 항암 치료(아드리아마이신·사이클로포스파미드 4회, 파클리탁셀 16회)를 받았습니다. 항암 치료로 면역력과 체력이 많이 저하되고 먹고 자고 움직이는 일상적인 행동이 어려울 정도로 고통이 컸습니다. 첫 외래 때 “항암 일정이 밀리지 않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해보자”던 주치의의 말이 비로소 이해되는 순간이었습니다. 2차 항암 치료를 받고 난 뒤에는 호중구 수치가 극도로 저하돼 매번 항암 치료를 받을 때마다 호중구 수치를 올리는 호중구 촉진제 주사를 맞아야 했습니다. 박씨는 ‘항암 일정이 밀리지 않고 받을 수 있도록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상태를 만들자’고 다짐하며 버텨냈습니다. 인터넷 카페, 책 등 각종 자료를 검색해 유방암에 대해 공부하고 항암 치료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대비책을 세웠습니다.
암 치료 고통 속 찾은 ‘나다움’
항암 치료에 대한 반응이 좋아 종양 크기가 0.3cm로 줄어들었고 일정이 연기되지 않아 계획했던 대로 12월 좌측 유방 부분절제술을 받았습니다. 남아 있는 암세포를 없애기 위해 방사선 치료도 19회 받았습니다. 그런데 완전 관해 판정을 받지 못했고 2월부터 6개월간 경구항암제인 젤로다를 복용하며 1년간 아테졸리주맙 면역항암제 치료를 병행했습니다. 2022년 5월에는 예방적 차원에서 양측 난소난관 제거술까지 시행했습니다. 난소를 제거하고 나니 관절통, 근육통을 비롯한 갱년기 증상이 극도로 심해졌습니다. 몸이 힘들어지니까 ‘내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커지면서 우울함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박씨는 무너지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바꿨습니다. 지금껏 걸어오던 인생의 방향을 조금 바꿔보자는 생각에 에니어그램, MBTI 등 각종 검사를 하며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를 먼저 파악했습니다. 그러다가 SNS 마케팅에 흥미를 느껴 공부를 시작했고 인스타그램에 암 투병 과정을 기록했습니다. 팔로워가 3000명까지 늘었습니다. 원데이 클래스로 참여했던 아로마 세러피에 빠져 전문적으로 배우기 시작했고 1급 및 국제 자격증까지 취득했습니다. 활발하게 SNS 활동을 하다가 암 경험자들의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개선하는 단체인 ‘아미다해’를 알게 됐습니다. 처음으로 다른 암 경험자들과 모여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암 환자들끼리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궁금했던 점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어 큰 의지가 되었습니다. 그 후로 나담음 사진전, 런웨이 등 아미다해와 아미북스의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몸뿐 아니라 마음도 서서히 회복해나갔습니다.
두 번째 암 진단
2023년 12월, 주치의로부터 “치료 반응이 좋아 모든 수치가 긍정적인 상태라 정기 검진 주기를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려도 좋을 것 같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기뻐하는 것도 잠시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우측 유방에 0.4cm 크기의 조그만 덩어리가 보여 혹시 모르니 조직 검사를 해봅시다”라는 말이 이어졌습니다. 검사 결과, 두 번째 유방암이었습니다. 2024년 2월 양측 유방전절제 및 복원 수술을 받았습니다. 당시 암 환우 단체인 아미다해 활동을 열심히 하던 상황이었는데 함께 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컸습니다. “괜찮아지면 언제든지 돌아오라”며 격려해준 아미다해 회원들의 응원에 힘입어 회복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지난 12월, 암 경험자 회복을 위한 예술 축제 ‘콜라주’에서 런웨이를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박은진씨>
항암 치료에 대한 반응이 좋아 종양 크기가 0.3cm로 줄어들었고 일정이 연기되지 않아 계획했던 대로 12월 좌측 유방 부분절제술을 받았습니다. 남아 있는 암세포를 없애기 위해 방사선 치료도 19회 받았습니다. 그런데 완전 관해 판정을 받지 못했고 2월부터 6개월간 경구항암제인 젤로다를 복용하며 1년간 아테졸리주맙 면역항암제 치료를 병행했습니다. 2022년 5월에는 예방적 차원에서 양측 난소난관 제거술까지 시행했습니다. 난소를 제거하고 나니 관절통, 근육통을 비롯한 갱년기 증상이 극도로 심해졌습니다. 몸이 힘들어지니까 ‘내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커지면서 우울함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박씨는 무너지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바꿨습니다. 지금껏 걸어오던 인생의 방향을 조금 바꿔보자는 생각에 에니어그램, MBTI 등 각종 검사를 하며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를 먼저 파악했습니다. 그러다가 SNS 마케팅에 흥미를 느껴 공부를 시작했고 인스타그램에 암 투병 과정을 기록했습니다. 팔로워가 3000명까지 늘었습니다. 원데이 클래스로 참여했던 아로마 세러피에 빠져 전문적으로 배우기 시작했고 1급 및 국제 자격증까지 취득했습니다. 활발하게 SNS 활동을 하다가 암 경험자들의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개선하는 단체인 ‘아미다해’를 알게 됐습니다. 처음으로 다른 암 경험자들과 모여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암 환자들끼리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궁금했던 점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어 큰 의지가 되었습니다. 그 후로 나담음 사진전, 런웨이 등 아미다해와 아미북스의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몸뿐 아니라 마음도 서서히 회복해나갔습니다.
두 번째 암 진단
2023년 12월, 주치의로부터 “치료 반응이 좋아 모든 수치가 긍정적인 상태라 정기 검진 주기를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려도 좋을 것 같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기뻐하는 것도 잠시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우측 유방에 0.4cm 크기의 조그만 덩어리가 보여 혹시 모르니 조직 검사를 해봅시다”라는 말이 이어졌습니다. 검사 결과, 두 번째 유방암이었습니다. 2024년 2월 양측 유방전절제 및 복원 수술을 받았습니다. 당시 암 환우 단체인 아미다해 활동을 열심히 하던 상황이었는데 함께 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컸습니다. “괜찮아지면 언제든지 돌아오라”며 격려해준 아미다해 회원들의 응원에 힘입어 회복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지난 12월, 암 경험자 회복을 위한 예술 축제 ‘콜라주’에서 런웨이를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박은진씨>
-암 진단 당시 어떤 상태이셨는지?
“암 진단 전 정말 치열한 삶을 살아왔습니다. 2020년에는 그동안의 모든 경력을 다 쏟아 부어 기업 교육 전문가로 16년째 일하고 있던 때라 끼니를 거르거나 음료 한 잔만 마셔가며 일했습니다. 운동할 시간도 전혀 없었고요. 업무상 차량 이동이 많아 생활 속 움직임도 적었습니다. 좌식생활은 늘어가고 식생활은 불량하고…. 지금 돌아보면 생활습관 관리를 못했던 게 후회가 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암에 걸려 아프지 않았더라면 이 생활을 오래 지속하다가 건강이 더 나빠지는 결과를 초래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앞만 보고 달려가다가 암이라는 빨간 불이 켜져서 그제야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던 것 같습니다.”
-투병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저는 암 진단이나 치료로 인한 고통보다 모든 치료가 다 끝나고 난 뒤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진단받았을 때의 우울함, 고통스러운 항암 치료 과정, 수술 후 여러 가지 부작용 등등 2년간의 치료 과정에서도 분명 힘든 순간이 많았지만 당시 환자로서 충실한 삶을 살았다고 자부합니다. 매일 ‘오늘 하루 덜 아프게 지내기’를 목표로 환자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덕분에 항암 일정도 전부 맞출 수 있었고 수술 결과도 좋아서 이 모든 과정들이 지나가면 정상인으로서의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치료가 끝나고 나니 체력이 예전 같지 않고 치료로 인한 통증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재발이나 전이에 대한 불안이 덩달아 커져 저를 갉아먹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함께 일했던 동료나 친구들을 만나면 ‘저들은 지금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나는 아무것도 못하고 뭐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 우울함도 깊어졌습니다.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가야하는데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가장 컸습니다.”
-그 마음을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남편의 변함없는 시선 덕분인 것 같습니다. 13년째 제 곁을 지켜주는 남편은 암 진단 전이나 후 늘 변함없이 저를 아끼고 사랑해주었습니다. ‘이전과 같은 시선으로 저를 바라봐준 것’ 그것이 제가 마음을 회복시키는 데 큰 힘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이전에 유방암을 겪었던 친언니가 환자일 때 유용하게 썼던 물품들도 보내주고 물김치 등등 음식을 직접 해서 보내준 것도 참 감사한 일입니다. 덕분에 항암 치료로 입맛이 떨어졌을 때도 끼니를 잘 챙길 수 있었습니다. 암 치료 후 건강하고 왕성하게 활동하는 암 경험자분들을 만나며 나도 곧 그들처럼 잘 지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키워나갈 수 있었습니다.”
-나담음 런웨이를 인상 깊게 봤다. 참여하게 된 계기는?
“아미다해 활동을 통해 ‘사회로 다시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에서 비로소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암 환자들은 외형적인 변화 등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자존감이 떨어집니다. 저 같은 경우는 체력이 너무 떨어져서 길을 걷다 쓰러질 뻔한 적이 있는데요. 지팡이를 사야 하나 고민한 적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겪으면 자괴감이 들고 내가 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되풀이됩니다. 암 경험자들로만 구성되는 아미다해 프로그램에 참여하니, 역설적이게도 제가 그 동안 너무 암 환자라는 사실에만 매몰돼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전이나 런웨이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나면 ‘나 이런 것도 할 수 있는 멋진 사람이었네’라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집 안에서 우울해하고 있을지도 모를 암 환자들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 사회활동을 하고 바깥 공기를 쐬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암을 진단받고 아미다해 활동을 잠시 멈췄을 때는 공동체의 소중함이 더 커졌습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세요?
“지난 9월부터 아미북스 사회적협동조합 이사로 활동 중입니다. 아미북스 사회적협동조합은 암 환우 커뮤니티인 아미다해와 자매단체로 암 환우 및 건강취약계층의 사회복귀를 돕기 위해 2024년 4월에 설립된 단체입니다. 저는 4월부터 운영진으로 참여했고 지난 9월 이사로 취임하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까지 아미북스에서 주최한 가장 큰 행사였던 예술축제 ‘콜라주’ 준비에 열과 성을 쏟았습니다. 아미북스에서는 특정 분야에서 자격증을 보유한 암 경험자가 강의를 직접 진행하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는데요. 이 강사들을 총괄 관리 및 교육하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정부에서 하는 국책사업이나 지방자치단체나 기업들이 하는 사회 공헌 활동에 참여하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아미북스가 지금은 암 환자들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또 다른 사회 취약계층인 발달장애, 다문화 가정 등까지 확대 적용하기 위해 단계를 밟고 있습니다. 취미생활로는 훌라에 푹 빠져있습니다. 훌라는 ‘치유의 춤’이라고 불리는 댄스 종목으로, 음악에 맞춰 맨발로 추는 춤입니다. 항암 치료 부작용 중 하나인 손발 저림과 같은 신경 증상을 완화하면서 전신 운동이 되니까 참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암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암 환자들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암에 걸리고 나니 나라는 사람을 되돌아보고 소중히 여기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암은 나를 돌아보는 데 충분한 시간을 줍니다. 그 시간 동안 남보다는 나를 더 많이 쳐다보고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건 어떤 건지 등을 하나씩 알아가세요. 암에 걸렸다고 모든 게 끝나는 게 아닙니다. 물론 과거와 완벽하게 똑같은 삶을 살 수는 없지만 암으로 인해 삶을 변화시킬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변화를 맞이할 수 있도록 혼자보다는 가족, 암 경험자 등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보세요. 특히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암 환자들과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아미다해, 아미북스도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힘든 암 투병 시간을 함께 즐겁고 행복한 순간으로 바꿔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암 진단 전 정말 치열한 삶을 살아왔습니다. 2020년에는 그동안의 모든 경력을 다 쏟아 부어 기업 교육 전문가로 16년째 일하고 있던 때라 끼니를 거르거나 음료 한 잔만 마셔가며 일했습니다. 운동할 시간도 전혀 없었고요. 업무상 차량 이동이 많아 생활 속 움직임도 적었습니다. 좌식생활은 늘어가고 식생활은 불량하고…. 지금 돌아보면 생활습관 관리를 못했던 게 후회가 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암에 걸려 아프지 않았더라면 이 생활을 오래 지속하다가 건강이 더 나빠지는 결과를 초래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앞만 보고 달려가다가 암이라는 빨간 불이 켜져서 그제야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던 것 같습니다.”
-투병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저는 암 진단이나 치료로 인한 고통보다 모든 치료가 다 끝나고 난 뒤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진단받았을 때의 우울함, 고통스러운 항암 치료 과정, 수술 후 여러 가지 부작용 등등 2년간의 치료 과정에서도 분명 힘든 순간이 많았지만 당시 환자로서 충실한 삶을 살았다고 자부합니다. 매일 ‘오늘 하루 덜 아프게 지내기’를 목표로 환자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덕분에 항암 일정도 전부 맞출 수 있었고 수술 결과도 좋아서 이 모든 과정들이 지나가면 정상인으로서의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치료가 끝나고 나니 체력이 예전 같지 않고 치료로 인한 통증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재발이나 전이에 대한 불안이 덩달아 커져 저를 갉아먹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함께 일했던 동료나 친구들을 만나면 ‘저들은 지금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나는 아무것도 못하고 뭐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 우울함도 깊어졌습니다.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가야하는데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가장 컸습니다.”
-그 마음을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남편의 변함없는 시선 덕분인 것 같습니다. 13년째 제 곁을 지켜주는 남편은 암 진단 전이나 후 늘 변함없이 저를 아끼고 사랑해주었습니다. ‘이전과 같은 시선으로 저를 바라봐준 것’ 그것이 제가 마음을 회복시키는 데 큰 힘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이전에 유방암을 겪었던 친언니가 환자일 때 유용하게 썼던 물품들도 보내주고 물김치 등등 음식을 직접 해서 보내준 것도 참 감사한 일입니다. 덕분에 항암 치료로 입맛이 떨어졌을 때도 끼니를 잘 챙길 수 있었습니다. 암 치료 후 건강하고 왕성하게 활동하는 암 경험자분들을 만나며 나도 곧 그들처럼 잘 지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키워나갈 수 있었습니다.”
-나담음 런웨이를 인상 깊게 봤다. 참여하게 된 계기는?
“아미다해 활동을 통해 ‘사회로 다시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에서 비로소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암 환자들은 외형적인 변화 등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자존감이 떨어집니다. 저 같은 경우는 체력이 너무 떨어져서 길을 걷다 쓰러질 뻔한 적이 있는데요. 지팡이를 사야 하나 고민한 적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겪으면 자괴감이 들고 내가 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되풀이됩니다. 암 경험자들로만 구성되는 아미다해 프로그램에 참여하니, 역설적이게도 제가 그 동안 너무 암 환자라는 사실에만 매몰돼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전이나 런웨이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나면 ‘나 이런 것도 할 수 있는 멋진 사람이었네’라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집 안에서 우울해하고 있을지도 모를 암 환자들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 사회활동을 하고 바깥 공기를 쐬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암을 진단받고 아미다해 활동을 잠시 멈췄을 때는 공동체의 소중함이 더 커졌습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세요?
“지난 9월부터 아미북스 사회적협동조합 이사로 활동 중입니다. 아미북스 사회적협동조합은 암 환우 커뮤니티인 아미다해와 자매단체로 암 환우 및 건강취약계층의 사회복귀를 돕기 위해 2024년 4월에 설립된 단체입니다. 저는 4월부터 운영진으로 참여했고 지난 9월 이사로 취임하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까지 아미북스에서 주최한 가장 큰 행사였던 예술축제 ‘콜라주’ 준비에 열과 성을 쏟았습니다. 아미북스에서는 특정 분야에서 자격증을 보유한 암 경험자가 강의를 직접 진행하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는데요. 이 강사들을 총괄 관리 및 교육하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정부에서 하는 국책사업이나 지방자치단체나 기업들이 하는 사회 공헌 활동에 참여하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아미북스가 지금은 암 환자들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또 다른 사회 취약계층인 발달장애, 다문화 가정 등까지 확대 적용하기 위해 단계를 밟고 있습니다. 취미생활로는 훌라에 푹 빠져있습니다. 훌라는 ‘치유의 춤’이라고 불리는 댄스 종목으로, 음악에 맞춰 맨발로 추는 춤입니다. 항암 치료 부작용 중 하나인 손발 저림과 같은 신경 증상을 완화하면서 전신 운동이 되니까 참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암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암 환자들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암에 걸리고 나니 나라는 사람을 되돌아보고 소중히 여기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암은 나를 돌아보는 데 충분한 시간을 줍니다. 그 시간 동안 남보다는 나를 더 많이 쳐다보고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건 어떤 건지 등을 하나씩 알아가세요. 암에 걸렸다고 모든 게 끝나는 게 아닙니다. 물론 과거와 완벽하게 똑같은 삶을 살 수는 없지만 암으로 인해 삶을 변화시킬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변화를 맞이할 수 있도록 혼자보다는 가족, 암 경험자 등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보세요. 특히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암 환자들과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아미다해, 아미북스도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힘든 암 투병 시간을 함께 즐겁고 행복한 순간으로 바꿔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 외롭고 힘드시죠?
암 환자 지친 마음 달래는 힐링 편지부터, 극복한 이들의 노하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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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 지친 마음 달래는 힐링 편지부터, 극복한 이들의 노하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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