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노인 임플란트 명의’ 경희대 치과병원 치과보철과 권긍록 교수

-나이 들면 치아 한두 개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인가?
“태생적으로 사람의 전체 치아 개수는 28개다. 최소 24개는 있어야 문제없이 살아간다. 24개 미만으로 하나둘 치아가 빠지면 치아 배열에 문제가 생기고 부정교합으로 이어진다. 부정교합은 신체 불균형, 근력 손실 등 전신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치매가 대표적이다. 치아 상실은 씹는 기능인 ‘저작 기능’을 약화한다. 정상적인 저작 기능은 뇌 혈류량을 증가시키며 뇌의 신경 활동과 대사 활동을 촉진해 인지 기능을 활성화한다. ‘많이’ ‘잘’ 씹을수록 노화를 막고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치아를 상실해 저작 기능이 떨어지면 뇌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들고, 기억 관여하는 뇌의 해마 기능이 위축해 치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노인들에게 꼭 필요한 치아 개수나 종류가 따로 있나?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따르면 노인은 최소 20개의 자연치를 유지해야 한다. 앞니, 송곳니, 작은 어금니가 필수적으로 있어야 한다. 한국의 경우 오징어, 갈비 등 딱딱한 음식을 씹거나 질긴 음식을 뜯는 식습관이 있어 20개로는 부족하다. 최소 큰어금니를 포함한 26개의 치아가 있어야 한국의 식습관에 적합하다고 본다.”
-이가 이미 빠졌다면 임플란트 시술을 받아야 할텐데, 종류가 많다?
“임플란트는 치주질환이나 충치 등으로 상실된 치아의 잇몸뼈에 티타늄으로 만든 ‘인공치근(지지대)’을 심은 후, 그 위에 ‘지대주’를 올리고, 지대주 위를 치아 모양의 ‘크라운(보철물)’으로 덮는 치료법이다. 인공치근은 치아의 뿌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대부분 생체 친화적인 티타늄으로 만들어진다. 잇몸뼈와 심어진 인공치근이 서로 단단하게 붙기까지 아래턱은 2~3개월, 위턱은 4~6개월이 걸린다. 시간이 지나고 인공치근이 뼈와 붙으면 인공치근 위에 인공치근과 크라운을 연결할 지대주를 올린다. 마지막으로 지대주 위에 인공으로 만든 치아 모양의 ‘크라운’을 씌워 완성한다. 임플란트는 뿌리 자체에서 힘을 받으니 저작력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
임플란트 회사마다 인공치근의 크기, 모양, 재질 등이 다르다. 대표적인 국산 임플란트 회사로는 오스템, 네오, 덴티움이 있고 외국 임플란트 회사로는 아스트라, 스트라우만 등이 있다. 회사마다 특허받은 기술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회사가 더 좋다고 할 수는 없다. 환자의 잇몸, 치아 상태를 보고 환자에게 맞는 디자인의 임플란트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노인은 어떤 임플란트를 쓰는 게 적합한가?
“나이가 들수록 잇몸뼈가 서서히 주변 조직에 흡수되며 골량과 골밀도가 떨어진다. 골량은 뼈에 함유된 칼슘의 양, 골밀도는 뼈의 양과 도를 뜻한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치아 사이의 틈도 넓어진다. 임플란트할 때는 인공 치근 주변에 0.5mm 이상의 틈이 남아야 있어야 한다. 틈이 넓을수록 남아있는 잇몸뼈 건강에 좋다. 임플란트의 크기는 ▲스몰(3.3mm 이하) ▲노멀(3.3~4.0mm) ▲와이드(5.5mm 이상)로 나뉜다. 나이가 들수록 잇몸뼈가 얇아지고 작아진다. 노인의 경우 스몰 사이즈를 선택해 인공 치근 주변에 넓은 틈을 유지하는 것을 추천한다.”
-임플란트 전 확인해야 할 사항은?
“가장 먼저 치아의 골량, 골밀도 등 치아 상태를 확인한다. 그다음 필요한 것은 현재 복용 중인 약이나 자주 맞는 주사에 관해 묻는다. 골밀도 소실을 막는 비스포스포네이트 약, 아스피린, 당뇨약, 고혈압, 골다공증에 맞는 주사약이 있다면 의료진에게 미리 이야기해야 한다. 예전에는 6개월 정도 약 복용과 주사 투여를 멈춘 뒤 임플란트를 진행했다. 하지만 요즘은 연구가 잘돼서 내과와 협진 후 최대한 빨리 임플란트를 시행한다.”
-임플란트, 정확도가 중요한가?
“정교하게 심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구강대 검사를 통해 맨눈으로 치아 상태를 확인한다. 이후 치아 모형을 본떠 임시 틀니를 제작하고 이를 디지털 스캔한다. 스캔본을 보면서 임플란트를 심을 위치와 개수를 정한다. 이후 ‘캐드캠(CADCAM)’ 프로그램을 통해 인공 치근, 지대주, 크라운 등 보철물을 만들어낸다. ‘캐드(CAD)’는 구강 스캐너로 획득한 인체 정보를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해 보철물을 설계하고, 이 설계도는 ‘캠(CAM)’의 3D프린팅으로 생산된다. 예전엔 환자 치열에 맞게 석고를 맞추는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해 시술 절차가 복잡하고 오래 걸렸지만, 지금은 디지털 기술로 단계가 줄어들고 치료 환경이 개선됐다. 덕분에 환자도 의료진도 검사 과정이 편해졌고 검사 정확도도 높아졌다. 특히 디지털 임플란트는 노인 환자가 한 번 심은 임플란트를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임플란트가 불가한 사람도 있나?
“잇몸뼈가 많이 소실됐거나 염증 등으로 상태가 좋지 않으면 임플란트 수술 진행이 어렵다. 잇몸뼈 이식술을 고려할 수는 있으나 노인의 경우 면역력이 떨어져 회복 과정이 오래 걸린다. 이럴 때는 브릿지, 틀니를 권한다. 브릿지는 소실된 치아의 양옆 치아를 일부 다듬은 후 지지대로 삼아 보철물을 연결해 소실 된 치아를 덮는 시술이다. 틀니는 잇몸을 본떠 제작한 것으로 남은 치아가 없고 임플란트를 할 수 없을 때 사용된다. 저작력이 강한 순서로 봤을 때 임플란트가 가장 세고, 다음으로 브릿지, 틀니 순이다. 임플란트는 반영구적이지만 브릿지는 5~10년을 주기로 틀니는 3~4년 주기로 교체하거나 수리해야 한다. 틀니의 경우 매번 식사할 때마다 음식이 껴 이물감과 불편함이 심할 수 있다.”
-임플란트와 틀니를 함께 하는 경우도 있나?
“임플란트 틀니를 통해 가능하다. 임플란트 틀니는 2~4개의 임플란트를 심은 후 틀니와 연결해 사용하는 방법이다. 4.0mm 이상의 크기의 임플란트를 사용할 때는 2개를, 3.3mm 이하의 작은 임플란트를 사용할 때는 4개를 심는다. 우리 병원에서는 4~5개 정도의 임플란트를 식립한 뒤 임플란트 상부에 틀니를 연결하는 ‘All-on-X’을 사용한다. All-on-X 에서 X는 임플란트의 개수를 뜻하는 것으로 4개를 식립하면 ‘All-on-4’, 5개를 식립하면 ‘All-on-5’가 된다. 일반 임플란트에 비해 부담이 적고 틀니에 비해 저작력이 강하다는 장점이 있어 임플란트가 두려운 노인들에게 추천한다.”
-임플란트 후 부작용은?
“임플란트 초기에 관리를 잘못하면 출혈, 부기, 통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임플란트 후 1주일 동안 인공 치근이 잇몸뼈에 잘 붙을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공 치근과 뼈가 잘 붙지 않으면 둘 사이에 피가 들어가면서 새로운 조직이 생긴다. 그러면 인공 치근이 흔들리고 임플란트가 부러지거나 빠질 수 있다. 1주일 정도 딱딱한 음식은 피하고 죽과 같은 유동식을 먹는 것을 추천한다. 또 음식을 먹을 때 임플란트 부위에 음식이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수면 습관도 중요한데, 자면서 이를 악물거나 치아를 가는 습관이 있다면 임플란트가 흔들릴 수 있다.”

-임플란트 시술을 위해 좋은 치과를 고르는 기준은?
“요즘 인터넷을 보면 값싼 가격으로 임플란트가 가능하다고 광고하는 치과들이 많다. 저렴하다며 선결제를 유도한 뒤 폐업하는 이른바 ‘먹튀’ 치과나 막상 가면 추가 비용을 붙여 시술하는 ‘덤핑’ 치과 등이 문제다. 이처럼 싼 가격으로 광고하거나, 선납을 요구하거나, 불필요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치과는 피해야 한다. 좋은 치과를 고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실제로 임플란트를 심어본 지인의 소개다. 또 장비가 많은 치과도 추천한다.”
-치과 오기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사람들이 미용실, 피부 관리샵은 부담 없이 편하게 간다. 치과도 똑같이 생각했으면 좋겠다. 치과는 무서운 공간이 아니라 관리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라. 자주 올 필요도 없고 딱 6개월에 한번씩만 와도 좋다. 치아 검진과 스케일링만 잘 받아도 임플란트처럼 큰 수술을 막을 수 있다. 꼭 대학병원이 아니어도 좋으니 집에서 가깝거나 나와 잘 맞는 치과를 찾아 '나만의 주치의'를 만들어라. 치과를 절대 어려운 공간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권긍록 교수는…
경희대 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보철과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스위스 제네바 대학 치학부 방문 교수로, 미국 하버드 대학 치학부 방문 교수로 해외에서 활동한 바가 있다. 경희대학교 치과대학 치의학전문대학원 학(원)장, 대한치과보철학회 회장, 대한치과이식임플란트학회 회장 등 임원직을 맡아왔다. 현재는 대한치의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대한치과보철학회여송신인학술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스포츠치의학, 노인치의학, 총의치치료 입문 등의 저서를 작성하며 학술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앞으로도 다수의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들의 치아 건강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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