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아프다던 4살 아이”… 위에서 ‘이 덩어리’ 나와, 정체는?

[해외토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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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푼젤 증후군 때문에 머리카락을 뽑아서 모발 결손이 심한 아이의 모습과 배에서 나온 모발위석 사진/사진=국제외과수술사례보고
네팔에서 네 살 여아가 머리카락을 먹는 습관 때문에 복통을 호소해 수술까지 받은 사례가 공개됐다.

지난 9일 네팔 트리부반대 의대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익명의 네 살 여아는 일주일 동안 윗배 통증을 느꼈고 구토 증상을 보였다. 윗배에 뚜렷한 혹이 보이자, 아이 부모는 그를 트리부반대 의대병원 응급실에 데려갔다. 부모의 설명에 따르면 아이는 2주 전 머리카락을 먹었으며, 평소 머리카락을 뽑거나 먹는 행동을 자주 보였다. 가족 중에 식습관 이상이 있는 사람은 없으며, 아이 엄마의 임신 중 식습관도 정상이었다. CT 검사 결과, 아이의 상복부에서 4cm x 4cm 크기의 덩어리가 발견됐다. 머리카락이 위에서 소화되지 않고 뭉쳐 만들어진 모발위석이었다. 의료진은 발모벽(자신의 털을 뽑으려는 충동을 억제하지 못해 반복적으로 머리카락을 뽑는 질환)과 이식증(음식이 아닌 것을 강박적으로 섭취하는 질환)이 동반되는 ‘라푼젤 증후군’을 진단했다. 아이는 곧바로 수술을 통해 모발위석을 제거했다. 머리카락을 뽑고 먹는 행동을 막기 위한 추가 치료도 진행할 예정이다.

사례 속 여아가 겪은 라푼젤 증후군은 머리카락을 먹는 행위에 중독되는 충동조절장애의 일종이다. 주로 아동기나 청소년기에 발견되며, 정서 불안 등을 해소하기 위해 머리카락을 뽑는 발모벽에서 시작된다. 발모벽 또한 충동조절장애에 속한다. 환자는 머리카락을 뽑을 때 기쁨이나 만족감, 안도감 등을 느끼게 된다. 발모벽은 스트레스 상황과 연관된 심리적 요인으로 발생한다. 여기에 뇌의 세로토닌 체계에 이상이 생기는 생물학적 원인도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아동기에 시작된 발모벽은 예후가 좋은 편이지만, 13세 이후에 발병한 경우 만성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 머리카락을 뽑는 행위가 반복되다 보니 두드러지는 모발 결손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발모벽을 앓고 있는 환자의 33~40% 정도에선 머리카락을 씹거나 삼키는 증상도 나타난다. 이렇게 삼킨 머리카락이 위장에서 소화되지 못하고 공처럼 뭉쳐 딱딱해진 것을 모발위석이라 한다. 모발위석은 라푼젤 증후군 환자의 3분의 1 이상에서 발생한다. 사례 속 여아 또한 라푼젤 증후군의 증상으로 발모벽이 나타나 모발위석까지 생긴 것이다. 모발위석이 생기면 복통과 식욕 부진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때 지체하지 말고 신속하게 제거 수술을 받아야 한다. 특히 크기가 큰 모발위석을 방치해두면 위험하다. 거대해진 모발위석이 위장 또는 소장을 막게 되면 궤양이나 장폐색 등을 유발해 소화기관을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한편, 라푼젤 증후군을 완치하려면 발모벽과 이식증 치료가 필요하다. 환자들은 정신건강의학과와 피부과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상담 치료와 인지행동요법을 진행하면 도움이 된다. 머리카락을 계속 뽑으면서 생긴 두피·모발 손상도 피부과 진료를 통해 치료한다.

이 사례는 ‘국제외과수술사례보고’ 1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