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성 정체성 바꾸려, 강제 전기 충격"… 中 트랜스젠더, 병원 상대 소송에서 승소

입력 2024.11.27 10:31

[해외토픽]

당사자 얼굴 사진
중국에서 한 트랜스젠더 여성(사진)이 자신의 동의 없이 전기충격 치료를 한 정신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벌여 승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사진=가디언
중국에서 한 트랜스젠더 여성이 자신의 동의 없이 전기충격 치료를 한 정신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벌여 승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21일(현지시각) 영국 매체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중국 허베이성의 창리현 인민법원은 본인 동의를 받지 않고 전기충격 치료를 진행한 정신병원이 트랜스젠더 여성에게 6만 위안(한화 약 11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지난달 30일 판결했다. 28세인 이 여성은 '링어'라는 예명으로 소셜미디어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22년 법적 성별이 '남성'인 링어가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히자 부모는 성 정체성을 부정하며 링어를 정신병원에 97일간 강제 입원시켰고, 병원은 성 정체성을 바꾸기 위한 요법(전환치료)의 일환으로 7차례에 걸쳐 전기충격 치료를 실시했다.

앞서 링얼은 지난 8월 진행된 심리에서 전기충격 치료로 인해 자신의 인격이 침해당했다고 밝혔다. 중국정신겅강법에 의하면, 자신이나 타인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한 강제로 정신과 치료를 받을 수 없다. 링얼은 "전기충격 치료는 내 몸에 심각한 손상을 입혔다"며 "치료를 받을 때마다 기절하곤 했다"고 했다. 이어 "(치료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내게 선택권은 없었다"며 "병원은 사회의 기대에 부합하도록 나를 바로잡으려 했다"고 말했다.

병원은 링얼의 성 정체성이 부모에게 위협이 된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링어를 담담했던 의사는 "링어의 성정체성 때문에 링어의 부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위험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링어 부모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강제 치료를 진행했다는 주장이다.

중국에서 트랜스젠더의 성 정체성을 바꾸기 위해 이뤄지는 전기충격 치료 관행에 제동을 건 판결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의 성소수자(LGBTQ+) 활동가들은 이번 판결을 ‘중국 내 트랜스젠더 권리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링얼은 자신의 사례가 다른 성소수자들이 의료 분쟁을 해결하고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트랜스젠더 의료 분야에서 일하는 한 중국 의사는 가디언에 "(성소수자 전환 치료를 하는) 의사들은 (성소수자를) 어떻게 치료하는지 모른다"며 "전기충격 요법을 쓰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들은 지식이 부족해 이런 선택을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3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자료에 의하면, 중국의 젊은 트랜스젠더 5명 중 1명꼴로 부모에 의해 전환 치료를 강제적으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