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암 3기를 이겨낸 조미희(57·경기도 시흥시)씨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자궁 적출, 양쪽 난소 제거, 여섯 번의 항암 요법 등 힘겨운 치료를 모두 이겨내고 현재 장례지도사로 두 번째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의 주치의인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박성택 교수와 함께 만나 이야기 나눴습니다.
난소암 3기를 극복한 조미희(왼쪽)씨와 그의 주치의인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박성택 교수./사진=한림대강남성심병원
복강 전체를 덮고 있던 종양 조미희씨가 처음 암 진단을 받은 건 2015년 8월입니다. 조씨는 복부통증과 소화불량으로 2주간 고생했습니다. 동네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복용해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자 다른 병원을 찾았는데, 그곳에서 “큰 병원에 가보라”는 소견을 들었습니다. 검사 결과, 난소암 3기였습니다. 20cm 크기의 종양이 복강 내에 퍼져있었습니다.
난소암은 초기 증상이 잘 없고, 자궁경부암 검진 등으로 진단이 안 돼 70%가 3기 이상의 병기에서 진단됩니다. 조기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92%에 달하지만 간, 대장, 소장 등 복강 내 기관까지 번진 3기의 경우에는 생존율이 65%로 감소합니다.
조미희씨는 평소 감기조차 잘 걸리지 않아 건강검진 때 외에는 병원에 방문하는 일이 없었다고 합니다. 암 가족력도 없어서 난소암이 생소하게만 느껴졌습니다. 불과 1년 전에 받았던 건강검진에서는 “건강하다”는 소견을 들었던지라, 충격이 더 컸습니다. 조씨가 진단받은 난소암 3기는 예후가 좋은 편은 아닙니다. 난소암은 ‘부인암 중 생존율이 제일 낮은 난소암’ ‘숨은 살인자’라는 수식어를 가질 만큼, 치료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워낙에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온 덕분일까요. 조씨는 오히려 ‘치료가 가능한 상태인 게 어디냐’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생존율이나 사망률 따위는 생각하지 않았고, 오직 ‘나는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만 가졌다”는 게 조씨의 설명입니다.
암 진단을 받은 지 2주 뒤인 2015년 9월, 종양이 퍼진 자궁을 제거하는 광범위 자궁 적출술, 양측 난소를 제거하는 양측 부속기 절제술을 동시에 진행했습니다. 수술 후에는 재발 위험을 줄이기 위한 항암방사선 요법을 4주 간격으로 여섯 번 진행했습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느끼기도 조미희씨가 암 투병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었습니다. 항암 치료를 받을 때 자주 만나던 다른 암 환자의 부고 소식을 들을 때마다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우울해졌습니다. 조씨는 그 당시를 떠올리며 “항암 치료를 같이 받으며 서로 의지하던 이들의 부고 소식을 들었을 때의 감정을 잊을 수 없다”며 “그들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아야하겠다 다짐하며 치료에 충실히 임했다”고 말했습니다.
힘든 순간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살아야 한다’는 의지 덕분이었습니다. 먼저 떠난 이들을 위해, 또 암을 이겨내면 더 즐거운 삶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버텼습니다. 열심히 먹고 움직였습니다. 항암 치료 부작용으로 변비가 심했던 조씨는 채소와 과일을 우유에 갈아 마시며 섬유질 섭취량을 늘렸습니다.
가족도 큰 힘이 됐습니다. 항암 부작용으로 입맛이 없을 때마다 지방에서 일하는 남편을 대신해, 동서가 조씨를 위해 매번 따뜻한 국과 입맛을 돋우는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줬습니다. 아들은 매일 “사랑한다”고 행복하고 긍정적인 말들만 엄마에게 쏟아냈습니다. 덕분에 조씨는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무사히 회복했습니다.
장례지도사로 제2의 삶 시작 치료가 끝난 뒤인 2016년, 조미희씨의 삶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10년 넘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장례지도사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습니다. 치료 기간 동안 삶과 죽음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그로 인해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유가족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며 위로를 해주고 싶었습니다. 조씨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며 일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며 “그러기 위해 현재 삶을 더 건강하게 살고자 노력한다”고 말합니다.
조씨는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취득해 요양원에서 꾸준히 봉사해오고 있습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몸이 아픈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삶이 값지게 느껴진다고 말합니다. 특히 난소암을 이겨낸 자신의 경험담을 여러 사람에게 들려주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기도 합니다.
조미희씨는 지금까지 재발이나 전이 없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중입니다. 2020년 8월, 난소암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 후 지금까지 매년 1회씩 정기적인 추적검사를 받고 있습니다.
<조미희씨>
조미희씨./사진=한림대강남성심병원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웃음 가득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마음이 최고입니다. 그렇게 살다보니 주변에서는 제가 암 환자였던 것도 잘 모릅니다. 장례지도자로 3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암을 극복한 사람으로서, 유가족들에게 여러 가지의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개인적인 삶과 일의 균형을 잘 맞추려고 합니다. 매일 규칙적으로 밥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합니다.”
-난소암 3기 진단을 받으면, 많은 이들이 좌절하곤 합니다. 어떻게 그 상황에서 긍정적일 수 있었는지? “병기 높은 암에 걸리면 부정적인 생각으로 무기력해지는 이들을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무력해질수록 손해는 자기 자신이 봅니다. 저는 ‘열심히 치료받으면 모든 게 지나가겠지’라는 생각으로 치료에만 집중했습니다. 환자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신경 써주던 박성택 교수님의 힘도 컸습니다. 치료 과정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설명해주고, 치료 과정 중 힘든 고민도 들어주시면서 ‘친구’와 같은 존재가 돼 주었습니다. 이런 모든 것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 긍정적으로 암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암 극복을 위해 특별히 신경 쓰신 게 있다면? “암을 이겨낸 비결을 꼽으라면 단연 식사입니다. 삼시세끼 잘 챙겨 먹었습니다. 입맛이 없을 때는 더더욱 밥을 잘 먹었습니다. 암 진단 전에도 가공식품보다는 직접 요리한 음식을 먹었습니다. 암 진단 후에는, 암을 이겨내기 위해 여러 종류의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골고루 챙겨먹었습니다. 잘 먹으니 체력이 올라가고, 건강하게 일상을 보낼 수 있는 힘이 생겼습니다. 이제는 면역력을 지키기 위해서, 암 재발을 막기 위해서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봉사활동을 꾸준히 이어가시는 이유는? “대단한 일은 아닙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남들을 돕고 살고자 합니다. 먼 훗날, 능력이 된다면 기부활동도 하자고 남편과 항상 다짐하고 있습니다. 암 진단 전부터 사회에 힘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암을 겪으며 삶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고 용기가 생겼습니다. 두 번째 삶을 귀하게 얻은 만큼, 도움이 필요한 분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봉사활동을 통해 저 역시 긍정적인 기운을 얻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지금 암과 싸우고 계신 분들께 한 마디. “용기를 가지고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세요. 암 진단을 받으면 불안하고 여러 상황에 흔들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치료 결과는 모두 긍정적인 마음가짐에 달려 있습니다. 암이라는 걸 받아들이고 ‘살 수 있다’고 되새기세요. 두렵고 힘들 때 가족, 의사, 다른 환우들에게 털어놓으세요. 현재의 삶에 집중하며 치료를 잘 받으면 저처럼 반드시 이겨낼 수 있을 겁니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박성택 교수>
박성택 교수./사진=한림대강남성심병원
-조미희씨의 현재 의학적인 상태는 어떤가요? “종양이 깔끔하게 제거됐고, 전이·재발없이 건강한 상태입니다. 2020년 8월에 완치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난소암은 재발률이 높은 암인 만큼, 정기검진과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조미희씨가 지금처럼 꾸준히 병원에 오셔서 검사받고 건강한 생활을 이어가신다면 오랫동안 행복하게 사실 수 있을 겁니다.”
-조씨는 어떤 환자였나요? “조미희씨를 생각하면 환한 웃음이 가득한 얼굴밖에 안 떠오릅니다. 힘든 시간이었을 텐데도 늘 웃으며 암을 이겨내려고 노력하셨습니다. 힘든 항암 치료와 수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힘든 내색 없이 열심히 잘 따라오셨습니다. 또 긍정적인 성격과 쾌활한 성격으로 항상 주변에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 당시에 제가 조미희씨를 ‘병실 리더’라 부를 정도였습니다. 암 환자들과 수다도 떨고 서로 의지하며 회복에 더 전념하셨던 것 같습니다. 열심히 운동하고 잘 챙겨 먹는 노력도 치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을 겁니다.” -환자와의 관계를 중요시하신다고? “의료진은 암 완치라는 목표를 향해 동행하는 ‘파트너’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의료진은 늘 환자에게 알맞은 치료법을 고심합니다. 또, 저희를 전적으로 믿고 따라와 주는 환자들을 보며 힘을 얻습니다.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려고도 노력합니다. 환자가 신뢰하는 의사, 의지하는 의사가 되기 위해, 평생 노력하겠습니다.”
-암 환자들에게 한 말씀. “암에 걸렸다고 좌절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치료 과정은 다 지나갑니다. 의료진을 전적으로 믿고 따라주세요. 꼭 낫겠다는 의지를 갖고 열심히 치료를 받으세요. 주변 가족과 지인의 응원과 지지를 받다 보면 어느새 완치에 이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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