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작성 야간혈색소뇨증, 초고가 약 못 쓰는 환자 많아… 지원 늘어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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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박실비아 교수 / 사진 = 박실비아 교수 제공
‘발작성 야간혈색소뇨증’은 생소한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잘 알려지지 않은 희귀질환이다. 전세계 100만명당 16명, 국내에서는 450명 남짓한 사람들이 이 병을 앓고 있다. 발작성 야간혈색소뇨증 환자들은 빈혈 증상부터 시작해 심하면 혈전증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여느 희귀질환과 달리 치료제가 있지만, 제때 약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약을 사용하려면 연간 4~5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약값이 비싸다보니 보험 적용 문턱 또한 높다.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박실비아 교수를 만나 발작성 야간혈색소뇨증의 증상, 치료와 환자들이 치료 과정에서 겪는 문제 등에 대해 들었다.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은 어떤 질환인가?
적혈구 표면에는 '글리코실포스파티딜이노시톨(GPI)' 이라는 특별한 단백질이 있고, 여기에 부착되는 보호 단백성분은 무분별한 보체의 공격으로부터 적혈구를 보호해준다. 보체란 병원체의 세포막 공격 능력을 향상시키는 선천 면역계를 말한다.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 환자의 경우 GPI가 정상적으로 발현되지 않아서 적혈구가 계속 파괴되고, 이로 인해 혈뇨 증상이 발생한다.

-유전적인 문제인가?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은 살다가 어느 날 PIG-A유전자의 변이가 일어나면서 GPI가 생기지 않는 질환이다. 유전자와 관련됐지만 선천적 유전 변이가 아닌, 후천적 유전변이로 알려졌다. 다만 후천적으로 어떤 원인에 의해 유전 변이가 발생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환자 수가 얼마나 되나?
전세계 유병률은 100만명당 약 16명이고, 국내 환자는 약 450명으로 추산된다. 매우 희귀한 질환으로 분류할 수 있다.

-혈뇨 외에 다른 증상은?
밤에 혈뇨를 본다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지만, 사실 모든 환자가 혈뇨를 겪는 건 아니다. 혈뇨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혈뇨 외에 흔한 증상으로는 빈혈이 있다. 건강검진에서 빈혈이 확인돼 여러 검사를 받았지만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해 상급종합병원에 왔다가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을 발견하게 된다. 비교적 증상이 경미한 환자들이다. 이외에 용혈(적혈구가 파괴돼 헤모글로빈이 혈장으로 방출되는 현상)이 심해져 원인 미상의 황달 수치 증가로 인해 병원을 찾거나, 백혈구 감소증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병이 상당 부분 진행되면 혈전증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 경우가 가장 위험하다. 정맥 혈전증에 비해선 적게 발생하나, 혈전에 의해 심장, 뇌동맥이 막히면 뇌경색, 심장기능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

-다른 질환에 의해서도 혈뇨 증상이 생기는데?
요로결석이나 신장질환 등에 의해서도 혈뇨를 볼 수 있다. 때문에 혈액 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 환자가 증상만으로 감별할 순 없다.

-사망 위험이 높은가?
사망률이 높은 질환이다. 앞서 말했듯 혈전증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으로 사망한 환자 중 40% 정도는 혈전증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도 치료제가 나온 후로는 생존율이 많이 개선됐다.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하나?
환자는 적혈구 세포막을 구성하는 보호 단백질 성분인 CD55, CD59가 결핍된 상태다. 과거 햄(Ham) 검사, 수크로스(sucrose) 용혈 검사를 시행했다면, 요즘은 환자의 말초 혈액을 검체로 유세포 분석을 진행해, CD55, CD59 결핍 여부를 직접 확인하고 진단한다.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은?
에쿨리주맙, 라불리주맙과 같이 보체인자5(C5)를 막아주는 약을 쓴다. C5가 C5a, C5b로 분화되는 것을 막음으로써 MAC공격복합체를 포함한 말단 보체 시스템으로 전개되는 것을 억제한다. 두 약의 기전은 같다. 에쿨리주맙은 2주에 한 번 투약하고, 라불리주맙은 약이 몸에 더 오래 머물도록 개량해 8주에 한 번 투약한다. 두 약이 말단 단계를 막아주는 약이라면, 최근에는 보체 활성의 상위단계를 차단하는 약들도 개발되고 있다.

-초고가 약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로 약값이 매우 비싸고 급여 적용 기준도 굉장히 까다롭다. 그래도 에피스클리 등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기존 치료제들보다 환자가 부담하는 실제 가격이 약 100~300만원 저렴하다. 환자 입장에서는 부담하는 비용의 상한액이 정해져 있어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겠지만, 국고 절감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 국내에서 개발한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별도로 기업 차원에서 소득분위에 따라 약제비를 지원해주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약물 외에 다른 치료법은 없는 건가?
조혈모세포이식법이 있고 완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지만 위험부담이 꽤 있는 치료다. 단순 PNH 치료만을 위해 선택하는 치료로서의 경향은 떨어지고 있다. 데이터를 보면, 발작성 야간혈색 소뇨증은 약을 꾸준히 잘 투약할 경우 정상인들과 비슷한 수준까지 생존율이 높아질 수 있다.

-희귀질환 특성상 치료에 제약이 있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약가 문제가 가장 크다. 약값이 비싸다보니 보험 적용 기준이 굉장히 엄격하다. 실제 많은 환자들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불편함과 위험을 감수한 채 살고 있다. 국가 의료시스템과 예산, 보험 적용 등 여러 사안이 얽혀있어 쉽게 풀기 어려운 문제다. 다만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 입장에서는 급여 조건이 안 돼 치료를 받지 못하고 위험에 노출된 환자를 보면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급여 기준이 좀 더 완화되고, 치료제 무상 공급 프로그램과 같이 환자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많아졌으면 한다.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지금 이 순간에도 더 많은 환자들이 치료제를 투약 받을 수 있도록 많은 의사들이 노력하고 있다. 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을 앓고 있다면 투약 대상 여부와 상관없이 일단 적극적으로 병원을 찾고, 위험한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추적 관찰을 받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