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운동, 친구. 김상숙(61·경기도 용인시)씨를 가장 잘 나타내는 세 가지 단어입니다. 누구보다 활기차고 건강하게 살아왔던 김상숙씨는 지난해 4월 예상치 못한 폐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암 위험을 높이는 생활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자부하는 만큼 폐암 진단이 충격적이었습니다. 힘든 마음을 잘 추스르고 이전과 달라진 생활에 적응하며 폐암을 이겨내는 중입니다. 그의 주치의 국제성모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윤지형 교수를 함께 만나 폐암을 극복하는 과정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폐암을 극복 중인 김상숙(왼쪽)씨와 그의 주치의인 국제성모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윤지형 교수./사진=국제성모병원 제공
청천벽력 같은 폐암 진단 2023년 4월, 김상숙씨는 인생 첫 종합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평소 건강한 생활을 해 온 덕분에 국가건강검진만으로도 건강 점검이 충분하다고 여겨왔습니다. 한 번은 아들이 동네 병원에 종합건강검진을 예약해둬 내시경, 흉부 촬영, 초음파 등 각종 검사들을 받았습니다. 워낙 건강했기에 별 걱정 없이 검진 후 결과가 나오기 전, 친구와 베트남으로 여행도 다녀왔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온 4월 17일, 건강검진 결과를 들으러 내원했습니다. 폐, 뇌, 췌장에 종양으로 의심되는 덩어리가 있다는 소견을 들었습니다. 너무 놀랐습니다. 충격적이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어떻게 집으로 돌아왔는지 모르게 귀가했습니다. 혼자 텅 빈 집에서 울다가 멍하니 앉아있는 걸 수십 번 반복하고 나니 치료 받을 병원을 빠르게 결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 용인, 인천 소재의 여러 병원들을 고려하다가 국제성모병원으로 결정했습니다. 심장혈관흉부외과 윤지형 교수를 처음 만나 상담했는데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에 신뢰가 생겨 내린 결정입니다.
정밀 검사 결과, 우측 폐 아래쪽에 2cm 크기의 종양이 있었습니다. 폐암 1기(선암)를 진단받았습니다. 다행히 뇌와 췌장의 덩어리는 악성 종양이 아닌 물혹으로 확인됐습니다. 폐암은 암세포 크기와 형태 등을 기준으로 소세포폐암과 비소세포폐암으로 나뉩니다. 소세포폐암은 현미경으로 확인되는 암세포 크기가 작은 암 종이며 이를 제외하면 모두 비소세포폐암으로 분류합니다. 비소세포폐암은 전체 폐암 환자의 80~85%를 차지하며 편평상피세포암, 선암, 대세포암으로 나뉩니다. 김씨가 진단받은 선암은 기관지와 멀리 떨어진 폐 주변부에 흔히 발생하는 암입니다.
단일공 흉강경 수술로 빠르게 치료 초기에 진단한 덕분에 빠르게 수술 날짜를 결정했고 5월 13일에 단일공 흉강경 수술을 받았습니다. 단일공 수술은 옆구리에 구멍을 하나만 뚫어 그 공간을 통해 수술 도구를 집어넣어 암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구멍 3~5개를 뚫어 진행하는 일반 수술보다 회복 기간이 짧고 통증이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진통제 투여량이 일반적인 흉강경 수술의 절반이고 입원 기간은 3일 정도 더 짧습니다. 전문의의 숙련된 경험과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해 난도가 높은 수술로 꼽힙니다. 심장과 연결된 혈관이나 기관지를 건드리지 않고 종양을 제거하는 정교함을 필요로 합니다. 수술을 시작해 폐 상태를 확인하자 예상보다 종양이 퍼진 상태였습니다. 우측 아래에서 시작된 종양이 폐 군데군데 유착돼 폐 3분의 1을 절제해야 했습니다. 윤지형 교수는 “이 수술을 많이 집도한 덕분에 보통 70분 만에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편이지만, 김상숙씨의 경우 폐 유착이 심해 해당 부위를 전부 제거하느라 두 시간이 소요됐다”고 말했습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윤 교수는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흉터가 4cm로 작아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며 “입원 5일째에 퇴원이 가능했지만 김씨의 불안감이 커 이틀 더 입원하기를 희망해 7일째에 퇴원했다”고 말했습니다. 김상숙씨는 당시 수술이 잘 끝났다는 말을 들었지만 집에 돌아가면 잘못될 것 같은 초조함이 느껴졌다고 했습니다. 병원에 더 머무르게 해달라고 의료진에게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김씨는 “병원에서는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줄 수 있다는 생각에 불안감을 서서히 해소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치료했지만 사라지지 않는 상실감
김씨는 ‘건강을 하루아침에 잃었다’는 상실감에 휩싸여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금까지 꾸준히 운동을 하고 술·담배를 멀리하며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활하는 등 건강관리에 힘써왔기에, 수술한 후조차 자신이 암이라는 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간암이 급속도로 진행돼 투병 2년 만에 돌아가신 친오빠의 사례도 자꾸 떠올라 김씨를 괴롭게 했습니다.
취미인 운동이나 여행을 이전처럼 즐길 수 없을 만큼 체력이 떨어진 것도 힘들었다고 합니다. 수술 3개월 후인 8월에 예약한 두바이 여행을 취소하고 꾸준히 다니던 댄스 학원을 그만두는 등 삶이 이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좌절감이 김씨를 집어삼키려할 때, 윤지형 교수가 큰 힘이 돼줬습니다. 김씨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격려하고 궁금해 하는 부분이 있으면 직접 자료를 찾아가며 충분히 궁금증을 해소해주었습니다. ‘3분 진료’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일상 속 사소한 궁금증들까지 상세하게 답변해 준 덕분에 진료 시간이 20~30분 지속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주치의를 만나게 된 건 큰 행운이다. 암이 나을 수밖에 없을 운명’이라고 생각하게 됐고, 점차 이전의 삶을 되찾기 시작했습니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난 뒤에는 폐암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윤 교수에게 질문하고 자료를 직접 찾아보기도 하며 건강관리에 힘썼습니다. 규칙적인 생활이 몸에 익도록 하루에 세 번 식사 후 반려견과 함께 동네를 걸었습니다. 자주 하던 외식 횟수를 줄이고 가급적 집에서 신선하고 덜 가공된 식재료를 요리해 먹었습니다. 밀가루 음식이나 튀김류는 일절 끊었습니다. 주말에는 등산하며 체력을 길렀습니다. 컨디션이 회복돼 최근에는 가족과 함께 포항과 베트남 호치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아직 완치 이전인 김상숙씨의 사례를 소개해드리는 건, 많은 분들이 암 진단 후 암을 받아들이고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기까지 어려움을 겪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만 그런 힘든 시간을 보내시는 게 아닙니다. 김씨도 심적으로 괴로운 시간을 보냈지만, 무사히 극복하고 이전을 삶을 되찾은 케이스입니다. 김씨는 지금까지는 전이나 재발 없이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단, 폐암 완치 기준인 5년이 될 때까지는 6개월에 한 번씩 CT(컴퓨터단층촬영)를 찍고 1년에 한 번 뼈 스캔으로 추적 관찰을 해야 합니다. 그때까지 건강한 삶을 영위하며 최선을 다해 살아갈 것이라고 김상숙씨는 말합니다.
<김상숙씨>
김상숙씨./사진=국제성모병원 제공
-암 이후 달라진 게 있다면? “암 진단 전까지 파워 댄스, 라인 댄스 등 몸을 움직이는 운동을 즐겨했습니다. 파워 댄스는 에어로빅처럼 파워풀한 동작이 동반되는 운동으로, 신나는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다보면 체중 관리도 되고 사람들과 함께 춤을 추는 것이 재밌기도 해서 취미로 시작했습니다. 파워 댄스를 기점으로 춤에 대한 흥미가 깊어져 라인 댄스도 즐겨 했습니다. 하지만 폐암 수술 이후 호흡 기능이나 체력 등이 많이 떨어져서 좋아하던 춤을 못 추고 운동량을 줄여야 했던 게 무척 힘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좋아하던 것을 못하게 돼 속상했지만, ‘예전처럼 회복하자’는 마음이 들기 시작하면서 운동 종목과 운동량을 바꿔 다시 틈틈이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등산을 시작했는데요, 산을 오르내리면서 자연스럽게 호흡을 조절하게 되고,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이 건강 회복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등산을 한 이후로 수술 직후에 비해 체력이 많이 좋아져서 요즘에는 아침, 점심, 저녁 식사 후 꼬박꼬박 걷기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여행도 포기 하셨다던데, 힘들었겠어요? “수술 후 체력이 너무 떨어져서, 원래 계획해뒀던 두바이 여행을 취소할 수밖에 없어 아쉬운 마음이 무척 컸습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꼭 가려고요. 지금은 전보다 체력을 많이 좋아진 덕분에, 얼마 전 베트남 호치민과 포항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두 곳 모두 자연 경관이 아름다운 곳들이라서 기분을 전환할 수 있었습니다. 오는 9월에는 언니, 동생들과 함께 중국 여행을 다녀오려고 합니다. 제가 5자매인데, 모두 다른 지역에 살지만 시간 될 때마다 모여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암을 겪어보니 이 세상에 가족보다 중요한 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완치까지 시간이 좀 남았습니다. 걱정되진 않으세요? “아직 폐암을 완전히 극복한 건 아니지만 저는 워낙에 건강을 잘 챙기며 살아왔던 사람인지라, 암도 수월하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자부합니다. 어떤 이유에서건 제게 암이 생겼고, 암은 제 삶을 많이 변화시켰습니다. 겸손하게, 삶에 감사하며 살라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암 극복에 자신을 갖도록 도와준 주변 사람들과 윤지형 교수님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암 진단 후 수술까지는 모든 게 순식간에 지나갔는데, 제 마음은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좋아하던 것들을 100% 즐길 수 없게 되고 매사에 조심하고 신경 써야 하니 상실감이 크게 와 닿더라고요. 그래도 저를 도우려 노력해 준 가족들과 의학적으로 심적으로 큰 의지가 된 윤 교수님이 있어 암 극복 의지를 굳게 다질 수 있었습니다. 전라도나 충청도 등 전국 각지에서 거주하는 지인들이 직접 농사지은 신선한 식재료를 보내주기도 하고, 외롭지 않게 함께 시간을 보내주는 등 저를 많이 생각해주는 것이 너무 고맙습니다. 폐암에 걸렸지만 사랑하는 아들 덕분에 조기에 발견할 수 있었다는 행운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원래는 2023년이 아닌 2022년에 종합건강검진이 예정돼 있었는데 그때 검사를 받았다면 폐암을 이렇게 빨리 진단받을 수 없었을 겁니다. 2023년 1월에 받은 건강검진에서 아무 이상 없이 건강한 상태라는 결과가 나온 걸 보면 2022년에는 제 몸에 아직 암세포가 자라기 전이었을 테니까요. 그래서 이제는 언제나 모든 것에 감사한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지금 암과 싸우고 계신 분들께 한 마디. “윤지형 교수님께 ‘암 투병에 있어서 무엇보다 마음 관리가 중요하다’는 걸 배웠습니다. 의학적인 치료는 전적으로 주치의를 믿고 따르고, 환자는 마음·스트레스 관리에 집중하는 게 좋습니다. 의료진을 믿고 편안한 마음으로 따르면 건강은 금세 회복됩니다. 저도 암 진단을 받고 1년 조금 지난 상황이라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의료진에 대한 믿음과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이겨내고자 합니다. 우리 함께 암 극복합시다!”
<윤지형 국제성모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윤지형 교수./사진=국제성모병원 제공
-국내 폐암 치료 성적은? “폐암의 5년 생존율은 초기인 1기는 80~90%, 2기 60~70%, 3기 50%, 4기 15~20%입니다. 초기로 분류되는 1~2기는 수술 치료를 통해 종양을 완전히 제거하고, 3~4기는 항암, 약물, 방사선 치료가 동반됩니다. 면역 항암제나 표적 치료제 등이 꾸준히 개발돼 폐암 생존율이 상당히 높아졌고, 앞으로도 올라갈 전망입니다. 임상의학 분야 의료진은 수술을 받는 환자의 통증과 상처를 최소화하면서 수술 효과를 높이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현재 폐암 수술 과정에서 늑골 신경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진행하는 수술법에 대해 연구 중이며 조만간 관련 논문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늑골 신경은 폐 근처에 위치한 중요 부위로, 수술 때 잘못 건드리면 가슴 통증이 오래 지속되는 후유증을 겪게 됩니다.”
-단일공 흉강경 수술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단일공 흉강경 수술은 일반 흉강경 수술보다 환자의 통증이 압도적으로 줄어듭니다. 구멍을 3~5개 뚫는 일반 수술과 달리 구멍을 한 개만 뚫어서 진행하기 때문에 통증 및 흉터를 최소화해 회복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수술입니다. 평균적으로 환자 퇴원 기간이 3일 정도 빠릅니다. 단, 의료진의 부담은 높은 수술인데요. 하나의 구멍을 통해 정교한 수술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상당한 기술을 요하며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고도의 집중력도 필요합니다. 수술 시간이 길어질수록 환자 합병증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신속함을 필요로 하는 수술방법입니다. 환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게 의료진의 기본 소양이라고 여겨 2013년부터 단일공 수술을 집도하고 있습니다.”
-암 극복에 있어 ‘마음 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폐암의 알려진 원인으로 흡연·간접흡연, 환경오염 등이 있습니다. 여성 폐암이 증가하는 최근 데이터로 미루어 본 결과, 조리할 때 나오는 연기인 조리흄이나 라돈 등 방사선 물질도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꼽힙니다. 김상숙씨를 포함해 제가 수술한 환자들 중 절반이 여성입니다. 폐암 위험요인들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가지 더 강조하고 싶은 건 마음 관리인데요.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트레스가 계속되면 더 큰 스트레스를 부르고 종국에는 신체에 안 좋은 영향을 줍니다. 이런 영향으로부터 몸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마음의 건강함입니다.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취미 활동을 찾아 실천하거나 행복을 주는 사람들을 가까이하세요. 마음 관리가 힘들 때 언제든지 저를 찾아와 눈물을 흘려도 좋습니다. 환자들이 스트레스 받지 않고 오래오래 건강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암 환자들에게 한 말씀. “폐암을 진단받으면 기수가 어떻든 힘들기 마련입니다. 폐암이 예후가 좋지 않은 암으로 알려져 있지만 치료 성과가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항암·방사선·수술 등 암 치료 기술이 많이 발전했으며 우리나라 의료진은 수술 기술과 항암제를 임상에서 잘 활용하고 있는 세계 1위 암 치료 국가입니다. 그러니 표준 치료를 잘 받고 마음 관리에 힘쓰세요. 희망을 버리시면 절대 안 됩니다. 김상숙씨도 지금은 이렇게 유쾌하고 편안한 상태지만 처음에는 우울함과 불안함을 크게 느꼈습니다. 김상숙씨 사례를 보며 의지를 갖고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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