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죽은 듯 다가와…” 전기차, 보행자 칠 가능성 2배

입력 2024.05.22 20:00
전기자동차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전기·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보행자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두 배가량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상대적으로 작은 소음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전 세계에서 화석연료 사용을 제한하는 움직임이 커지면서 전기·하이브리드 자동차로의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영국은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전면 중단하는 ‘완전한 전기차 전환’ 시점을 2035년으로 정한 상태다. 그런데 이러한 차량들은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소음이 작다는 특징이 있다. 소음 수준이 높은 도시에서 거주하는 보행자는 자동차가 다가오는 소리를 듣지 못해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영국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LSHTM) 연구팀은 자동차 연료 유형에 따라 사고 위험에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2013~2017년까지 전국여행실태조사(NTS)와 도로안전통계(STATS19)의 데이터를 사용해 전기·하이브리드 자동차와 내연기관 자동차의 운행거리 대비 보행자 사상 비율을 비교한 것이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영국에서는 교통사고로 91만671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중 12만197명이 보행자였다. 보행자 중 74%(7만1666명) 내연기관차에 치였다. 전기·하이브리드 차량에 치인 보행자는 2%(1652명)에 그쳤다. 24%(2만2829명)의 보행자는 어떤 유형의 자동차에 치였는지 알 수 없었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수가 훨씬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를 주행거리 1억 마일당 보행자의 사상자 비율로 전환했더니 조금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1억 마일당 평균 2.40건의 보행자 사고를 낸 반면, 전기·하이브리드 자동차는 5.16건으로 계산됐다. 똑같은 거리를 주행했을 때 전기·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보행자 사고를 낼 가능성이 두 배가량 높다는 뜻이다. 도시 지역에서는 농촌 지역보다 3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보행자 사고를 일으키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수가 절대적으로 많지만 똑같은 거리를 간다고 가정했을 땐 전기·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더 위험하다고 결론지었다. 다만 약 25%의 보행자 사고에서 자동차 유형이 누락된 점은 이번 연구의 한계라고 덧붙였다.

연구의 저자 필 제이 에드워즈(Phil J Edwards) 박사는 “우리 연구 결과는 주변 소음이 많은 지역에서 전기·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공중 보건의 관점에서 볼 때, 앞으로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가 금지된다면 그만큼 보행자에게 가중되는 위험도 완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영국의학저널(BMJ)이 발간하는 학술지 ‘역학·지역사회 보건 저널(Journal of Epidemiology & Community Health)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