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9시간씩 잠만 자는 남편… 단순 잠꾸러기 아닌 ‘우울증’이라고?

입력 2024.04.2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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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감이 커졌을 때, 이를 현실에서 감당할 자신이 없다고 느끼고 과도한 수면을 선택한다./사진=MBC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 캡처
지난 22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에는 하루에 19시간 잠만 자는 남편의 사연이 공개됐다. 남편은 주말에 잠만 자느라 아들과 놀아주지도 않고, 가족과의 나들이에서도 내내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아내는 “한번은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길래, 119까지 부른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남편 또한 “눈을 뜨고 나서도 내가 잠을 잔 건지, 여기가 어딘지도 모를 때도 있었다”고 했다. 이를 지켜본 오은영 박사는 남편에게 “우울증이 의심되는데,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일단 우울하면 기분이 많이 가라앉고 매사에 흥미가 없고 생활 리듬에 문제가 생긴다”며 이후 우울증 치료를 권했다.

보통 우울증 환자들은 불안감이나 우울감이 심해 잠에 들지 못하는 불면증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오히려 잠을 지나치게 자는 우울증도 있다. 우울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왜 잠을 청하는 걸까?

◇과도하게 자는 비정형 우울증, 겉으론 문제없어

과도한 잠은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한 회피행동이다. 이런 우울증을 ‘비정형 우울증(Atypical)’이라고 한다. 비정형 우울증 환자들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감이 커졌을 때, 이를 현실에서 감당할 자신이 없다고 느끼고 과도한 수면을 선택한다. 특히 자기 효능감이 낮아 ‘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등의 생각을 자주 하는 사람일수록 잠을 찾는 경향이 크다. 비정형 우울증 환자는 식욕에 변화가 없거나 폭식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수면과 식욕에는 문제가 없어 겉으론 우울증 환자처럼 보이지 않는 것이 비정형 우울증의 특징이다. 하지만 내면으로는 ▲팔다리가 무겁게 느껴지고 ▲침대에 누우면 푹 꺼져 들어가는 것 같고 ▲모든 것에 흥미와 의욕이 떨어지는 증상이 동반된다. 과다 수면과 함께 이런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비정형 우울증을 의심해야 한다. 이때는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안전하다.

비정형 우울증 환자들이 음주, 쇼핑, 게임 등이 아닌 잠을 회피 수단으로 삼는 이유는 간단하다. 잠이 가장 하기 쉬운 회피 행동이기 때문이다. 잠은 무조건 도움이 되고 행동 중 자극이나 갈등이 없어 안전하다고 착각하기 쉽다. 잠을 자면 자신이 힘들다는 상황을 다른 사람에게 간접적으로 알리는 신호가 되기도 해, '나 지금 힘들어'라는 무언의 메시지 전달을 기대하는 경우도 있다.

◇잠이 오히려 독… 힘들더라도 움직여야

하지만 과도한 잠은 우울 증세를 완화하기는커녕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잠을 자면 정상적인 활동이 어려워져 외부로부터 건강한 자극을 받기 어렵다. 자극이 없으면 의욕이 저하되고, 우울감에서 탈출하기 더 어려워지고, 나중에는 자괴감, 자책감, 소외감이 더 커지면서 우울증이 악화될 수 있다. 의욕이 없고 우울하더라도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밖에 나가기 힘들다면 실내에서라도 간단한 스트레칭이나 요가라도 하는 것이 좋다. 누워있기보다는 최대한 소파에 앉아 있고, 산책, 여행 등 외부 활동과 관련한 동영상이나 사진을 보면서 활력을 얻는 것도 방법이다. 커튼은 활짝 열어 햇빛이 방 안으로 들어오게 한다. 자연광은 세로토닌 호르몬을 분비해 기분을 좋게 만든다.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서 따뜻한 물로 샤워해 체온을 올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