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키운 반려견과의 이별, 덜 힘들게 하는 방법은…” [멍멍냥냥]

입력 2024.04.23 07:15

한국반려동물장례연구소 강성일 소장 ‘펫로스’ 인터뷰

제단 사진
싼쵸를 기억하려 한국반려동물장례연구소 강성일 소장​이 집에 만든 제단/사진=한국반려동물장례연구소 강성일 소장
14년간 반려동물장례지도사로 활동해오며 수많은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이별엔 인이 박한 줄 알았는데, 막상 내 일이 되니 달랐다. 예상치 못한 이별이라 그 충격은 더 컸다. 최근 10살의 반려견 ‘싼쵸’를 떠나보낸 한국반려동물장례연구소 강성일 소장의 이야기다. 그는 이번 이별이 자신의 직업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반려동물과의 이별 후, 남겨진 보호자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그에게 물어봤다.

- 반려동물이 떠나기 직전 상황은 어땠나
싼쵸는 수컷 포메라니안이다. 올해 3월 14일이 딱 만 10살이 되는 날인데, 3월 7일에 떠났다. 잔병치레가 잦았던 건 아니지만, 나이가 나이인 만큼 7살 때부터는 큰 병을 몇 개 앓았다. ▲췌장염 ▲이첨판폐쇄부전증(심장질환) 2기 ▲단백질소실장애 등이다. 죽기 전 2~3년간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병원 처방약을 먹어왔다. 그래도 잘 버텨주었기에 상태가 악화돼 동물병원에 데려갈 때마다 아내와 우스갯소리로 ‘명품백 하나 사는 셈 치자’고 말했다. 병원비가 딱 그만큼 들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매번 상태가 잘 호전됐다.

그러던 3월 6일 밤 11시경, 싼쵸가 호흡 곤란으로 실신했다. 전신 염증을 판정받은 후 이겨내던 도중이었다. 일단 집에서 가까운 24시 동물병원으로 데려가 인큐베이터 산소방에서 치료받기 시작했다. 해당 동물병원은 입원 동물의 보호자가 대기할 수 없는 곳이라 일단 귀가했다. 이튿날 오전 8시, 동물병원에서 급히 호출하길래 아내와 함께 병원으로 갔다. 멎은 호흡을 CPR로 되찾았다가 또다시 숨이 멎기를 그날 오후 5시 30분까지 반복했다. 마지막으로 호흡이 멈췄을 땐 싼쵸가 너무 힘들어할 것 같아 CPR을 포기했다. 아내가 싼쵸를 품에 안고, 나는 그 곁을 지켰다. 그러다가 5시 53분에 싼쵸가 세상을 떠났다.

병원에 머무는 동안 싼쵸를 예뻐하던 할머니와 삼촌, 싼쵸의 어릴 적 친구의 보호자가 다녀갔다. 반려견이 CPR을 두 번이나 버텨내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도 싼쵸가 그 과정을 연거푸 버텨낸 걸 보고, 저를 사랑하던 사람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가려 했구나 싶었다. 

보호자 품에 안긴 싼쵸
숨을 거두기 전, 보호자 품에 안겨 있는 싼쵸/사진=한국반려동물장례연구소 강성일 소장​​
- 장례는 어떻게 치렀나
사실 싼쵸가 실신해서 병원에 처음 데려갔을 때만 해도 이별을 예상치 못했다. 어느 정도 치료받고 상태가 호전되면 다시 집으로 데려올 수 있으리라 믿었다. 갑작스러운 이별이라 장례를 치르기 전에 애도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 3월 7일 오후에 싼쵸가 사망하고, 9일 낮에 장례를 진행했다.

숨을 거둔 싼쵸를 집으로 데려와 52시간 정도 함께 있었다. 그동안 다녀간 사람만 70명이 넘는다. 가족들, 내 지인들, 아내의 지인들, 반려동물 장묘업에 종사하며 알게 된 반려인들이 싼쵸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러 왔다.

장례식장에 가는 날엔 싼쵸의 시신을 품에 안고 늘 함께 산책하던 곳을 걸었다. 싼쵸가 가장 좋아하던 나무에도 들렀다. 화장된 유골은 내가 직접 수습했다. 못할 줄 알았는데 또 어떻게든 하게 되더라.

나무 앞 사람과 반려견
싼쵸의 시신을 안고, 가장 좋아하던 나무에 마지막으로 들른 모습/사진=한국반려동물장례연구소 강성일 소장​
- 떠난 반려동물이 남긴 물품은 어떻게 했나
장례를 치르기 전 아내와 상의해 싼쵸와 관련된 모든 물건을 정리했다. 싼쵸를 내 손으로 보내준 후, 집으로 돌아왔을 때 텅 빈 집을 감당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시신이라도 곁에 있을 때 물품을 정리하는 게 덜 마음 아플 것 같았다. 평소 갖고 놀던 인형 같은 것들을 큰 상자 두 개에 모두 넣어 눈에 안 띄는 곳에 뒀다. 사료나 배변 패드 같은 것들은 싼쵸와 인사하러 집에 온 사람들에게 조금씩 나눠줬다.

그러고도 장례 첫날에는 집에 못 들어갔다. 장례가 끝나고, 유골함을 안고 귀가할 때 싼쵸가 없는 집을 비로소 마주했다. 싼쵸가 쓰던 물건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으니 무척 낯설었다. 인정하기 싫어도 이별이 체감됐다. 물건을 미리 치운 게 현실을 직시하는 데 도움을 줬다.

상자에 담아둔 물건들은 지금 당장은 손을 대지 못하겠다. 언젠가 이사하게 되면 작은 진열장을 하나 따로 두고 거기에 비치하려고 한다. 함께한 시간을 추억하는 작은 박물관 같은 것이다.

- 이별을 덜 힘들게 하는 방법이 있을까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로 14년간 일했으니 마음의 근육이 단련돼 이별도 더 쉽지 않겠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러나 나도 내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마음고생으로 살이 빠지고, 스트레스로 명치 위도 아픈 상태다.

싼쵸가 떠난 지 한 달여 지났지만, 아직도 이별하는 중이다. 집에 작은 제단을 차려놓고, 매일 사료를 주고 물을 간다. 혼자서 인사도 한다. 그냥 슬픈 대로 슬퍼하는 것밖에 답이 없는 것 같다. 요즘은 반려동물도 49재를 한다. 그날이 오기까지는 그냥 이 상태로 있으려 한다. 이 가슴 아픈 기억도 언젠가는 잊힐 것인데, 지금 충분히 애도하지 않으면 나중에 싼쵸에게 더 미안할 것 같다. 

수습을 마친 싼쵸의 시신
수습을 마친 싼쵸의 시신/사진=한국반려동물장례연구소 강성일 소장​​
-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앞둔 보호자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사진과 영상을 꼭 많이 찍어두길 바란다. 나는 싼쵸 사진과 영상을 많이 남겨뒀는데도 막상 이별하고 나니 모자란다고 느껴졌다. 또 반려동물에게 미안한 일을 최대한 만들지 말자. 나름 잘해줬다고 생각했는데도 장례식장에 서 있으니 미안한 일들이 더 많이 생각났다. 물론, 미안한 일이 하나도 없을 순 없겠지만, 최대한 적게 하려 노력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좋은 보호자가 아닐까. 털을 모아서 간직하는 것도 애도에 도움이 된다. 나는 싼쵸가 장례식장에 가는 날, 앞다리, 뒷다리, 등, 머리, 귀, 꼬리 쪽 털을 조금씩 잘라서 작은 유리병에 간직하고 있다. 빠진 털을 모은 털 뭉치는 큰 유리병에 담아 작은 유리병과 함께 제단에 올려뒀다.

싼쵸가 죽은 직후엔 경황이 없고 비이성적인 상태였다. 그래서 ‘싼쵸를 복제해야 하나’ 이런 생각까지 했다. 실제로 복제 업체와 통화도 했다. 그러나 “싼쵸가 바라지 않을 것”이라는 아내의 말에 관뒀다. 마음에 묻고, 그냥 오래 기억하기로 했다.

이별 후엔, 떠나보낸 반려동물에 관한 기억을 온전히 회피할 수 없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사를 하지 않는 이상 같이 산책하던 길만 가도 생각이 날 거다. 나는 ‘싼쵸 아빠’라는 닉네임으로 대외 활동을 많이 했어서 어쩔 수 없이 싼쵸가 떠오르는 순간이 많았다. 계속 슬픈 것은 못 견딜 일이지만, 가끔 슬픈 것은 겪어보니 괜찮다. 지금은 싼쵸와 함께 자주 다니던 공간에 가끔 가서 그냥 한 번씩 이름을 불러본다. 안 슬퍼하려고만 하지 말고, 슬플 땐 충분히 슬퍼해야 한다.

- 다른 반려동물과 다시 가족이 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나
과거에 내게서 반려동물 장례를 치렀던 보호자가 싼쵸의 장례식날 조문을 왔다. 그분은 내가 수습한 그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고 나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 강아지 공장에서 구조된 반려견을 기르고 있다. 나 역시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싼쵸 동생을 맞이하고 싶다. 유기된 동물들처럼 세상엔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동물이 많다. 그런 동물들이 새 보호자를 찾기 전까지 임시 보호할 계획도 있다. 싼쵸에게 못 다 준 사랑을 다른 동물들에게 줄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을 것 같다.

새로운 반려동물과 연을 맺는 게 꼭 이전 반려동물을 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첫 반려동물과 함께 산 경험이 있기 때문에 두 번째 반려동물을 양육할 때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새로운 반려동물은 먼저 떠난 반려동물이 보호자에게 남기고 간 선물이다. 

장례식장 모니터
싼쵸의 장례식장/사진=한국반려동물장례연구소 강성일 소장​​
- 언젠가 하게 될 이별이 두려워 반려동물 입양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그 심정이 충분히 이해한다. 나도 지금 무척 슬프고, 또 이 슬픔이 언제쯤 괜찮아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싼쵸가 내게 슬픔보다 더 큰 사랑을 주고 갔다는 것이다. 함께하는 시간이 짧을지라도 반려동물은 우리에게 예상할 수 없는 크기의 사랑을 준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을 경험해봤으면 한다.

- 싼쵸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싼쵸가 하늘나라로 떠났다는 소식이긴 하지만 이렇게라도 소식을 전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싼쵸에게 주신 사랑에 감사한다. 
인형과 반려견
가장 좋아하는 인형과 함께 있는 싼쵸/사진=한국반려동물장례연구소 강성일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