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당신, 기억 '가물가물' 해졌다면… '치매' 주의해야

입력 2024.04.20 09:00
우울한 사람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분명 방금 들었는데, 무슨 얘기였는지 기억이 안 나요"

우울증 환자는 치매 환자처럼 인지 저하 증상을 보인다. 이를 ‘가성 치매’라고 한다. 치매로 병원을 찾는 사람 10명 중 4명이 가성 치매 환자일 정도로 치매와 증상이 매우 유사하다. 가성치매는 다행히 다른 치매와 달리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방치하면 치료가 어려운 다른 치매 발병 위험이 커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우울증으로 인한 가성치매의 특징은 인지 저하 외에도 우울감, 불안, 초조, 불면, 식욕감소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 '치매에 걸린 게 아닐까'라고 걱정한다면 가성치매일 확률이 크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는 “실제 치매 환자는 자신은 괜찮다고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이상함을 감지해 병원으로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가성치매는 사건을 떠올리는 양상도 다르다.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에겐 겪었던 상황에 대한 단서를 줘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가성 치매 환자는 단서를 주면 해당 상황을 기억해 낼 수 있다. 가성 치매 환자는 실제 기억력이나 판단력이 저하됐다기보다 ‘집중력’ 저하가 원인이기 때문이다. 뇌에 정보가 있지만, 집중력이 떨어져 그 정보를 인식하거나 표출하지 못한다.

또 가성 치매는 치매보다 증상이 급격하게 나타나고, 우울증 경도에 따라 인지 저하 정도도 바뀐다. 가성 치매는 회복이 가능한데, 뇌가 아닌 각성에 영향을 주는 ‘세로토닌’ 신경전달 물질 분비량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발병하기 때문이다.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박기형 교수는 “실제 가성 치매 환자의 뇌를 MRI 찍어보면 크게 문제가 없다”며 “세로토닌 분비량이 줄어들면 기분도 나빠지지만, 각성이 떨어지면서 집중력도 떨어져 인지 기능까지 저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울증 치료를 하면, 인지 능력을 회복할 수 있다. 우울증 약물치료를 받게 되면 세로토닌과 같은 모노아민 계통의 신경전달물질 분비량이 늘어나, 집중력이 높아지면서 인지 능력도 다시 회복된다. 가성치매라면 약물치료와 함께 상담치료, 대외 활동 확장 등 우울증 자체를 치료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실제로 고려대 구로병원 한창수 교수의 2017년 연구에 따르면 건망증을 동반한 우울증을 1년 정도 치료했더니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이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회복 가능하다고 그냥 방치해 두면, 오히려 실제 치매 발병 위험이 커진다. 우울증이 만성화되면 약제에 대한 내성이 생기고, 우울증 재발 가능성도 높아져 인지 저하 능력 회복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오대종 교수와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 공동 연구팀 연구 결과, 우울증으로 인한 인지 저하가 2년 이상 만성화되거나 재발하면 6년 이내 실제 치매 발병 위험이 12배, 악화하면 46배까지도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 우울증은 해마 위축 등 뇌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가성 치매를 예방하려면 혈관 관리, 운동 그리고 사회활동을 해야 한다. 실제로 핀란드에서 1260명을 대상으로 2년 동안 혈관 관리, 운동, 식습관 관리, 사회적 교류 활동을 하는 임상 시험을 진행했더니, 약물 복용 없이도 치매 발병률이 낮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뇌 건강은 혈관 관리가 중요한데, 건강한 식습관, 금주, 금연 등으로 실천할 수 있다. 또 운동은 혈관 건강을 지키면서 우울증도 완화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예방책이다.

운동 자체가 뇌세포를 보존하고, 신경전달물질 분비량이 감소하지 않게 막아주기도 한다. 운동이 힘들다면 하루 30분 걷는 등 간단한 활동이나 일상생활에서 좀 더 활동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사회활동 등으로 사람과 교류하면 우울감이 훨씬 덜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