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생존율 개선 '유전자 검사'에 달렸다?

입력 2024.04.01 19:00
대장암
대장암 치료 전 유전자 변이 검사를 통해 가장 적절한 치료제를 선택하면 예후를 개선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흔하게 발생하는 암인 대장암은 수술과 치료제가 빠르게 발전했음에도 사망률이 두 번째로 높은 질환이다. 조기 진단이 늘어나고, 수술과 항암 치료 기술이 발달하면서 국내 대장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증가세임에도 여전히 4기 대장암이라 불리는 '전이성 대장암'의 치료 성적이 저조한 탓이다.

대장암 환자의 20%는 최초 진단 시 전이성 대장암으로 확인된다. 조기에 전이가 발견되지 않는다 해도 전체의 50~60%는 치료 도중 다른 장기로 전이를 경험하는데, 이때 5년 상대 생존율은 80~90%에서 20%까지 낮아진다. 전이성 대장암 치료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개인차 큰 대장암, 유전자 변이 따라 치료법 달라야
전이성 대장암 환자의 예후에 특히 영향을 주는 건 RAS, BRAF 등 유전자 변이다. 그중에서도 국내 전이성 대장암 환자의 4.7%를 차지하는 BRAF V600E 변이 전이성 대장암 환자는 일반 대장암 환자보다 예후가 좋지 않다. 이들의 진단 후 생존기간 평균은 11.4개월로 변이가 없는(음성) 환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변이 음성 환자보다 1차 치료 이후 질병이 최대 두 배 빠르게 진행돼 환자 열 명 중 아홉 명은 3차 치료를 받기 전 사망하거나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범승훈 교수는 "대장암은 하나의 병이 아닌, 환자마다 각각의 특성이 다른 개별 질환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각자의 유전자 변이 상태에 따라 예후와 치료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전이성 대장암으로 진단받으면 반드시 유전자 검사를 통해 최적의 치료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범 교수는 “그중에서도 BRAF 변이 전이성 대장암은 주로 60세 이상의 여성 및 우측 직결장암에서 관찰되고, 복막으로 전이되는 경우가 50%에 달하는 등 일반 대장암과 비교하면 독특한 양상을 띤다"며, "전이성 대장암 진단 시 이러한 임상적 특징을 보인다면 반드시 유전자 검사를 통해 BRAF 변이 여부를 확인하고, BRAF 양성이 확인될 시 알맞은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BRAF 변이의 전이 패턴 도식도
BRAF 변이의 전이 패턴/범승훈 교수 제공
◇치료 전 유전자 검사 유용… 비싼 검사비는 장벽
이 같은 대장암의 특성을 고려해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전이성 대장암을 진단할 때 RAS, BRAF(V600E) 변이 검사를 하길 권한다. BRAF V600E 변이가 확인될 경우, 1차 치료요법으로 베바시주맙과 항암화학요법 병용요법이, 2차 치료요법으로 BRAF 표적치료제 엔코라페닙과 세툭시맙 병용요법을 권고한다.

이 치료제들은 우리나라에서도 보험급여가 적용된다. BRAF V600E 변이가 확인된 전이성 대장암 환자는 2차 이상 치료에서 BRAF V600E 표적치료제인 엔코라페닙과 세툭시맙 병용요법을 보험 급여로 투여할 수 있다.

다만, 변이 확인을 위한 검사비용은 본인부담률이 높아 비싼 편이다. 여러 유전자 변이 여부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검사의 경우, 지난해 12월 본인 부담률이 기존 50%에서 80%로 인상됐다.(진행성·전이성·말기 폐선암 제외) 대신 표적항암제 처방에 필요한 단일 유전자 검사는 급여가 적용된다. 100만~200만원에 달하는 NGS 검사비와 달리, 단일 유전자 검사는 환자 부담 비용이 5만원 미만이다.

범승훈 교수는 "최근 전이성 대장암을 진단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여러 유전자 변이 여부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NGS 검사를 많이 시행하는데, 본인 부담률이 높아 임상 현장에서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범 교수는 "그럼에도 1차 치료를 시작하기 전 유전자 변이 검사를 통해 BRAF V600E 변이 여부를 확인하고 이에 맞는 치료전략을 수립해야만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