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에 벌레 기어가는 느낌 들어 잠 못 이룬다면… 망설이지 말고 치료를”​ [헬스조선 젊은 명의]

입력 2024.04.01 07:00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하지불안증후군 명의’ 중앙대병원 신경과 한수현 교수

말하는 한수현 교수
사진=중앙대병원
국내 수면 질환 환자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병원에서 수면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18년 85만 5025명에서 109만 8819명으로 연평균 증가율이 7.8%에 이른다. 수면 질환이 있으면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는데, 그 중에서도 상당수가 하지불안증후군을 경험한다. 잠에 들기 전 다리에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이 들거나, 근육이 뒤틀리는 통증이 나타나는 식이다. 방치하면 만성적인 불면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숙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해 낮 동안 쌓인 스트레스와 피로로 인해 삶의 질이 현격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불안증후군의 모든 것을 중앙대병원 신경과 한수현 교수에게 물어봤다.

-하지불안증후군이란 무엇인가? 
하지불안증후군은 주로 잠들기 전에 다리에 불편한 느낌을 동반하는 수면 질환의 일종이다. 다리가 가렵거나, 따끔거리거나, 타는 느낌에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든다. 이런 불편한 감각들은 다리를 움직이면 조금 나아지나,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 악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잠들기가 어렵고, 잠에 든다 하더라도 자주 깨게 된다. 하지불안증후군 증상으로 내원하는 환자들을 보면 “잠을 자려고 할 때마다 다리에 이상한 느낌이 들어요”, “다리가 불편해서 자꾸 뒤척이고 움직여서 잠을 잘 수가 없어요”, “혹시 저의 다리 신경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요” 등의 이야기를 꺼낸다.

-하지불안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은?
하지불안증후군의 증상은 주로 잠에 들기 전(밤)에 나타난다. 심하면 낮에도 나타날 수 있다. 다리에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 ▲전기가 흐르는 것 같은 느낌 ▲가려움 ▲통증 ▲진동 ▲피부 아래로 벌레가 기어다니는 느낌 등이다. 증상이 심한 나머지 수면 장애를 유발한다는 특징이 있다. 다만, 해당 증상들은 하지에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어깨, 팔 등에도 나타날 수 있다. 예외적으로 코끝에도 증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불안증후군처럼 다리 저림 증상을 동반하는 질환이 많다. 어떻게 감별하나.  
실제로 하지불안증후군과 비슷한 양상의 증상을 보이는 질환이 많다. 다른 질환에 의한 것인지 감별이 반드시 필요하다. ▲야간다리근경련 ▲요추 질환 ▲하지정맥류 ▲말초신경질환 ▲수족냉증, 혈액순환장애, 혈관성 파행 ▲ 관절염이 다리 저림을 동반한다. 야간다리근경련은 일명 ‘쥐가 났다’라고 할 때 나타는 증상을 말한다. 하지불안증후군과 다르게 움직이면 증상이 더 악화되고, 짧은 시간 안에 생겼다가 사라진다. 
요추 질환으로 추간판 탈출증, 척추관 협착증이 대표적이다. 몸의 위치 변화에 따른 증상 변화가 있다. 탈출된 디스크는 척추 내 위치한 신경을 압박해 그 신경이 지배하는 부위의 통증, 감각 저하, 저림 증상과 근력 약화를 유발한다.

말초신경질환은 손이나 발 끝에 주로 증상이 나타난다는 차이가 있다. 수족냉증, 혈액순환장애, 혈관성 파행은 걸으면 악화되고 쉬면 호전되는 특징이 있다. 관절염 역시 관절 부위에 통증이 있으며 움직이면 증상이 심해진다. 반드시 정확한 진단은 내원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말하는 한수현 교수
사진=중앙대병원
-하지불안증후군의 유병률은?
하지불안증후군의 유병률은 약 2~8% 정도이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하지불안증후군 유병율 추세를 분석한 연구는 없으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빅데이터개발포털에서 질병/행위별 의료 통계를 사용하여 연도별 환자 수 추이를 분석해보면 지난 10년간 하지불안증후군 환자 수가 10년 사이 약 두 배로 늘었다. 특히 여성의 유병률이 남성 보다 2~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나이에 따라 유병률은 증가하는 양상이다.

북미나 유럽에 거주하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서 하지불안증후군 유병률이 구준히 증가한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있다. 유병률은 20년마다 두 배로 증가하고 약 65세에 최고조에 달한다. 아시아 국가에서는 이런 경향성이 관찰되진 않았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왜 생기는 건가? 
아직까지 하지불안증후군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철분 부족과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 이상이 하지불안증후군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도파민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철분이다. 중추 신경계에 철분이 부족하면 도파민이 줄어든다. 이로 인해 신경 전달 체계에 문제가 발생한다. 도파민 신호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하지불안증후군 증상들이 나타나게 된다.

실제로 하지불안증후군 환자의 뇌 자기공명 영상을 확인했더니 감각 신호를 처리하는 뇌 기능이 떨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런 대사적인 요인들이 증상 발현에 영향을 끼쳤고, 뇌 기능에도 영향을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외에도 임신을 하거나, 콩팥 질환이 있으면 철분 부족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항히스타민제,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제제) 복용과 하지불안증후군의 연관성은?
항히스타민제,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뿐 아니라, 구역질이 나지 않도록 조절해 주는 항구토제도 하지불안증후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약물 복용이 하지불안증후군의 악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약들은 기본적으로 도파민 조절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자 스스로 해당 약물이 하지불안증후군의 원인이라고 임의로 판단해, 복용을 중단해선 안 된다. 오히려 약물 복용으로 치료하려던 기존 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 반드시 약을 처방한 의사와의 상의해 약을 변경하거나 중단해야 한다. 하지불안증후군과 함께 치료해 나가는 방법도 있다.

말하는 한수현 교수
사진=중앙대병원
-하지불안증후군 진단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가?
하지불안증후군은 임상적으로 진단하는 질환이다. 우선 네 가지 핵심 증상이 나타나야 한다.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있으며, 참으려고 해도 억제하기 어렵다.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은 주로 가만히 있는 상태에서 나타나며, 오래 움직이지 않으면 불편감이 심해진다. ▲다리를 움직이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호전되고, 다리를 주무르거나 비비거나 당겨도 일시적으로 완화된다. ▲증상이 낮에는 나타나지 않고 주로 저녁에 시작되는 일주기성 변동성을 보인다.

이 네 가지 증상이 행동이상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면 하지불안증후군으로 진단한다. 하지불안증후군이 아닌, 다른 질환에 의해 나타난 증상일 가능성 또한 고려한다. 따라서 필요시 혈액 검사 등을 통해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

-하지불안증후군이 파킨슨병과 관련 있다는 말이 있다. 사실인가? 
하지불안증후군 치료에 쓰이는 약 봉투의 설명란을 보면 파킨슨병 치료에 쓰이는 약이라고 적혀있다. 로피니롤이 대표적인 예다. 그래서 많은 환자가 하지불안증후군이 파킨슨과 관련 있다고 오해한다. 그러나 둘은 다른 질환이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의 신경세포 소실과 관련 있는 신경 변성 장애로 임상적으로는 안정 떨림, 경직, 자세 불안정성이 특징적인 신경계 퇴행성 질환을 말한다. 하지불안증후군 역시 도파민 조절 기능이 떨어지면서 생길 수 있으나, 파킨슨병처럼 도파민의 신경세포 소실되는 게 아니다. 도파민 효능제를 써야 증상이 개선된다는 공통점이 있을 뿐이다.

한편, 하지불안증후군과 파킨슨병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도 저마다 다르다. 어떤 연구에선 파킨슨 환자에서 하지불안증후군이 잘 생긴다고 하고, 그 반대의 연구도 있다. 명확하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 하지불안증후군 환자의 유병률이 2~8%인데, 100명 중에 2~8명이 파킨슨병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 하지불안증후군만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하지불안증후군이 있다고 해서 파킨슨병에 걸릴 것이라고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불안증후군을 방치하면 장기적으로 어떤 위험성이 있나?
무엇보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삶의 질을 현격히 저하시킨다. 하지불안증후군이 정상적인 수면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잠은 인간의 에너지를 보존하고, 면역력을 키우고, 자율 신경을 조절하는 등 우리 몸에 여러 가지 역할을 한다. 하지불안증후군으로 인해 잠을 잘 못자게 되면 이런 기능이 다 깨지게 된다. 전날 잠을 자지 못했으니, 낮에 집중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 외에도 하지불안증후군 환자는 수면 장애로 인해 고혈압, 심혈관계 질환부터 우울증까지 여러 가지 동반 질환을 동반하기도 한다.

-하지불안증후군 치료법은?
치료의 기본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하지불안증후군의 유발 요인의 제거, 생활습관 개선, 약물치료이다. 증상이 경미하면 약물치료 없이도 조절이 가능하다. 생활 습관을 개선하면 된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과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지키고, 지나친 음주 카페인 음료 섭취 과식 등을 피해야 한다. 자기 전 가벼운 스트레칭과 다리 마사지, 족욕 등이 수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약물치료는 환자가 일주일에 적어도 3일 이상 증상이 있으면 고려한다. 대개 도파민 작용제를 기본으로 하여 다른 제제를 병용해 처방한다. 도파민 효능제는 효과가 좋은 편이다. 그러나 도파민 효능제를 장기간 복용했다간  증강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증강효과는 오히려 증상이 악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도파민 수용체가 피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자들에게 도파민 효능제를 처방할 때 ‘조금만 참을 만한 정도로만 쓰자’고 이야기를 한다.

최근에는 부작용이 덜한 항경련제인 가바펜틴, 프레가발린 등이 1차적 치료제로 각광받는 추세다. 또 철분제가 보조적으로 도움이 될 순 있다. 철분 수치가 떨어진 경우 같이 처방하는 게 좋다. 벤조디아제핀계 약물 또한 흔히 사용되지만 낙상 증가, 의존성의 위험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약물은 보통 잠자리에 들어가기 2시간 전에 복용한다. 이 외에도 철분 섭취가 하지불안증후군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불안증후군 예방법은?
예방의 핵심은 수면 습관을 일정하게 만드는 것이다. 침대는 반드시 ‘잠자는 곳’으로만 활용하자. 수면 시 침실은 어둡고 조용하게 유지하고, 심호흡을 통해 심신을 안정시켜야 한다. 잠들기 6시간 전 격렬한 운동은 피하는 게 좋다. 항상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는 게 중요하다. 일어나 밝은 빛을 쬐어 잠에 깨도록 한다. 이 외에도 커피나 카페인 음료를 삼가고, 금주 및 금연은 필수이며, 복용 약물을 점검(감기약, 알레르기 약, 항우울제 등)해야 한다. 철분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녹황색 채소, 달걀 등이 좋다.

-하지불안증후군의 예후는 보통 어떤가?
하지불안증후군이 심각한 질환으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증상은 다소 불편한 정도에서 매우 심한 정도까지 다양하다. 증상의 심각도가 일정하지 않고 변화되는 경우가 많아 일정 기간에 증상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때때로 수주에서 수개월에 걸쳐 자연적으로 없어지기도 하고, 서서히 감소되다가 다시 증상이 심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정확히 진단되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호전될 수 있다. 완치의 개념은 없다. 질병경과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이다. 평생 관리하며, 때에 따라 약물을 통한 증상 조절이 필요하다.

-하지불안증후군으로 힘들어하는 환자들에게 한 마디.
하지불안증후군만큼 치료했을 때 증상이 잘 완화되는 수면 질환도 없다. 다른 불면증보다 훨씬 약물 치료 효과가 좋고 조금만 노력하면 삶의 질이 많이 개선된다. 하지불안증후군이 의심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병원에 내원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자.

한수현 교수는…
중앙대학교 신경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다. 중앙대병원에서 신경과를 수련한 이후 현재 중앙대병원 신경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진료 과목은 경련, 뇌전증, 수면장애(하지불안증후군, 기면증, 렘수면행동장애), 뇌경색 등이다. 수면장애 분야 연구자이기도 한 교수는 수면 연구 발전에 성과를 내 대한뇌전증학회와 대한수면학회에서 우수구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