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폭망 아니라도… 과일·채소 가격 결국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 [건강해지구]

입력 2024.03.30 12:00
과채 마트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농수산물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기후변화'로 생산량이 급격하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심각하다. 이미 가격이 오르고 있는 농수산물만 해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바나나, 김, 코코아 등… 기후변화로 멸종 비상등 켜져
▶바나나=바나나 가격이 오를 전망이다. 최근 바나나 뿌리가 썩는 파나마병이 유행하면서, 바나나 생산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오르면 바나나 뿌리를 썩게 만드는 '푸사리움 월트 TR4' 곰팡이 번식이 왕성해지는 게 원인이다. 현재 이 곰팡이는 호주, 아시아, 아프리카 그리고 남미까지 옮겨가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파스칼 리우 수석 경제학자는 "기후변화는 바나나 산업에 엄청난 위협"이라며 "파나마병을 유발하는 곰팡이는 홍수나 강풍 등 이상 기후 현상이 나타나면 더 빠르게 퍼질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바나나가 '캐번디시'라는 한 종으로, 유전적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바나나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모두 병에 걸려 아예 사라지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영국에서는 이미 일부 상점에서 바나나 부족 사태가 나타났다. 리우 경제학자는 "공급이 크게 늘지 않으면 바나나 가격은 앞으로도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커피콩=최근 커피 원두 가격이 오른 이유는 기후변화로 생산량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커피는 잘 자라려면 특정 온도, 빛, 습도 등이 맞춰져야 하는데, 기후변화로 온도, 습도 등이 모두 달라지면서 생산에 큰 차질이 생겼다. 실제로 지난 2019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아라비카, 로부스타 등 75종의 커피가 멸종위기에 처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라비카는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60~70%를 차지하고 있는 품종이다. 약 15년 후에는 생산량 절반 가까이가 뚝 떨어질 예정이다. 월드커피리서치는 지난 10월 보고서에서 기후변화 등을 고려했을 때, 현재 연간 8000만 벌크백 생산되고 있는 로부스타가 4500만 벌크백만 생산될 것으로 봤다.


▶코코아=최근 코코아 선물(先物) 가격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미국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지난 주말 코코아 선물 가격(5월 인도분)은 톤당 6396달러로, 한 달 전보다 10.2%, 연초보다 49.6%나 뛰었다. 지난해 3월엔 톤당 2775.48달러에 불과했다. 지난 4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톤당 6586달러나 됐다. 이유는 마찬가지로 기후변화다. 전 세계 카카오의 약 70%는 ▲가나 ▲코트디부아르 ▲나이지리아 ▲카메룬 등 서아프리카 4개국이 공급하는데, 최근 서아프리카에 엘니뇨(해수 온난화 현상)와 카카오 병충해가 덮쳐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2050년 전 세계적으로 기온이 2도가량 올라가면, 서아프리카엔 카카오나무가 살 수 없다고 발표했었다. 기온이 올라가면 카카오나무가 병충해로 멸종할 위험도 커진다. 실제로 코스타리카에서는 평균 기온이 올라가고 전반적으로 습해지는 기후 변화로 카카오나무에 곰팡이병이 생겨 지난 1983년 코코아 수출이 96%나 급감했다. 현재 비영리 연구기관 국제열대농업연구센터(CIAT)에서 밝힌 카카오나무 보존지수는 35.4점이다. 75점은 넘어야 충분히 보호받는 상태로 볼 수 있다. 기후변화로 병해충은 확산하고 있는데, 서아프리카지역 카카오 농부들은 종자를 개량하거나 비료, 약을 쓸 여력이 없어 가격은 당분간 지속해서 오를 예정이다.

▶오렌지=최근 오렌지 주산지인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감귤녹화병이 돌며 오렌지 생산량이 감소했고, 결국 가격이 올랐다. 2022~2023년에는 병이 돌기 이전과 비교했을 때 수확량이 10%뿐이었다. 감귤녹화병은 기온이 높을수록 가속화한다. 마찬가지로 기후변화가 원인인 것. 오렌지도 바나나처럼 유전자 다양성이 부족해 퍼지기 쉽고, 저항성이 있는 품종을 찾기 어렵다. 오렌지는 귤(만다린)과 포멜라에서 나온 식물체 중 돌연변이를 선별해 얻은 품종으로, 전 세계 품종의 유전자가 거의 비슷하다. 다행히 오렌지 최대 생산국인 브라질은 선제 조치로 병이 퍼지는 것을 막았지만 한 번 뚫리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사과=지난해와 올해 금사과 파동이 일어난 것은 기후 이상으로 꽃이 10일가량 빨리 폈기 때문이다. 과일나무 개화가 빨라지면 과일이 4월에 맺혀 저온에 노출된다. 냉해 등의 피해를 입을 위험이 커진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폭우, 우박 등이 쏟아지면서 지난해엔 사과밭에 전염병이 돌기도 했다. 잠시 정부가 납품 단가 지원에 대대적으로 나서고 대형 마트도 자체 할인 행사를 시작하며 가격이 주춤하고 있지만, 근본적 해결이 없어 장기적으로 봤을 땐 공급부족으로 가격이 다시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농진청에서는 "최근 과수 피해 유형을 보면 봄철 개화기 저온 피해가 규모도 크고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 같은 기후변화가 계속되면 2050년엔 우리나라에서는 강원도만 사과를 재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김=K-푸드 열풍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김도 생산량에 이상이 생겼다. 기후변화로 해수 온도가 올라갔기 때문이다. 보통 김은 수온이 크게 오르기 전인 약 5월까지 수확한다. 수온이 오르면 생산 가능 시간이 줄어든다. 하지만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해양 온난화가 나타나면서 우리나라 연평균 표층 수온은 1990년 이후 역대급 높았고, 남해는 20년 평균치보다 0.5도 올랐다. 수온이 올라가자 전국 김 생산의 약 80%를 차지하는 전남 해역에서 김 생산량이 평년보다 15%나 줄었다. 현지 경매가도 2배 이상 올랐다. 작년 물량은 지난 10년 중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마른 나무
기후변화로 폭염을 기록하는 날이 지속되면서 숲속에서 어린 나무들이 더 크지 못하고 죽는 사례가 늘고 있다./사진=어스닷컴
◇탄소발자국 줄이기 위해 모두 노력해야
여러 연구소에서 기후변화로 농산물 생산량이 줄고 가격이 오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열과 물에 강하고, 병충해에 내성이 있는 신종자를 개발하고 있다. 내성이 강한 오렌지를 만들기 위해 탱자 등과 교배하는 식이다. 아예 실험실에서 원료를 인공 배양하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스위스에서는 2021년 코코아를 인공 배양해 '실험실 초콜릿'을 개발했다. 모양이나 식감이 기존 제품과 똑같고, 향이 더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기후변화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 첫걸음은 탄소발자국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다.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이면 지구온난화가 가속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여름엔 26℃ 이상, 겨울엔 20℃ 이하로 유지하면, 1가구당 연간 166.8kg의 CO₂를 줄일 수 있다. 가전제품 대기전력을 차단하는 것도 방법이다. 대기전력은 에너지 사용 기기 전체 이용 전력의 약 10%를 차지한다. 자주 사용하지 않거나 일시적으로만 사용하는 가전제품은 대기전력이 생기지 않도록 콘셉트 뽑는 게 좋다. 백열등을 LED 등 절전형 전등으로 교체하면 LED 조명 1개당 연간 38.6kg의 CO₂를 줄일 수 있다. 또 샤워 시간만 1분 줄여도 가구당 연간 4.3kg의 CO₂를 줄일 수 있다. 빨래를 모아서 하면 가구당 연간 14kg의 CO₂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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