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 우수하다더니… 암 치료 받으러 81일 기다려야 하는 '이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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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영국 NHS 소속 전공의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하고 있는 모습./사진=영국의사협회
영국의 암환자들은 경제 수준이 비슷한 다른 나라의 암환자들보다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받는 빈도가 낮았으며 치료를 받으려면 오랫동안 기다려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팀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영국에서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가 이뤄지는 비율이 어떤지 알아보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비교 가능한 4개 국가(호주, 캐나다, 노르웨이 및 영국)에서 암 진단을 받은 78만1892명을 분석한 것이다. 식도암, 위암, 결장암, 직장암, 간암, 췌장암, 폐암, 난소암 등 8가지 암 유형이 포함됐다.

8가지 암 유형 모두에서 영국의 암 환자는 다른 국가의 환자들보다 항암치료를 받는 비율이 낮았다. 예컨대 폐암 환자 중 항암치료를 받는 비율은 캐나다(35.0%), 노르웨이(45.3%), 호주(41.4%)에 이어 영국(27.7%)이 가장 낮았다. 노인 환자는 더 심했다. 85세 이상 영국 암 환자의 2.4%가 항암치료를 받은 반면 호주에서는 8.1%,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는 14%가 항암치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암치료와 방사선요법을 시작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에서도 차이가 났다. 전반적으로 노르웨이와 호주가 빨랐다. 영국은 4개의 국가 중 가장 느린 편에 속했는데 이마저도 지역별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항암치료 시작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은 잉글랜드(48일)가 가장 짧았고 스코틀랜드(65일)가 가장 길었다. 방사선치료를 시작까지 걸리는 기간은 북아일랜드(53일)가 가장 짧았고 스코틀랜드(79일)와 웨일스(81일) 길었다.

연구팀은 암 치료를 위한 오랜 대기 시간은 치료 성적을 나쁘게 만들고 개인의 스트레스와 불안 수준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봤다.

모든 환자가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받는 건 아니다. 다만 두 치료법은 수술과 더불어 암 치료를 지탱하는 기둥들이다. 영국의 암 환자 10명 중 약 4명은 방사선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앞으로 암 발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치료법에 대한 수요 역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암 연구소(Cancer Research UK)는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 사용에 있어 국제적인 차이가 발생하는 데에는 많은 요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영국에서 암 치료가 지연되는 이유는 수십 년간 영국 정부가 암에 대한 장기 계획을 세우 않았고 투자 역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암 치료를 위한 의료 시스템의 인력과 역량이 부족해졌다는 것이다.

연구의 저자 Georgios Lyratzopoulos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암 진단 및 치료가 국제적으로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10년 이상의 연구를 기반으로 한다”며 “우리는 이미 영국의 암 생존율이 호주와 같은 국가에 뒤처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암 치료 환경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지만 공공의료시스템의 압박과 역량 부족으로 인해 모든 환자가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