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의 아니게 피부 파래져 ‘스머프’ 인간으로… [세상에 이런 병이?]

입력 2024.01.12 07:15
피부가 파란 폴 카라슨의 모습
은피증은 2013년 미국에서 사는 60대 남성 폴 카라슨이 ‘파파 스머프’라고 불린다며 알려졌다./사진=미국 NBC ‘TODAY’
세상에는 무수한 병이 있고, 심지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질환들도 있다. 어떤 질환은 전 세계 환자 수가 100명도 안 될 정도로 희귀하다. 헬스조선은 매주 한 편씩 [세상에 이런 병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믿기 힘들지만 실재하는 질환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유명 애니메이션 ‘개구쟁이 스머프’는 피부가 파란 난쟁이들의 이야기를 다뤄 전세계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실제로 피부가 파랗게 변하는 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은피증’이나 ‘메트헤모글로빈혈증’을 앓는 사람들이다.

◇은피증
은피증(argyria)은 은이 피부에 침착해 청회색을 띠는 색소이상으로, ‘블루맨신드롬(blue man syndrome)’이라고도 알려졌다.

피부가 파란 폴 카라슨의 모습
은피증 때문에 피부가 파랗게 변한 폴 카라슨의 모습./사진=ABC News
은피증은 2013년 미국에서 ‘파파 스머프’라는 별명을 가진 한 60대 남성 폴 카라슨에 의해 알려졌다. 그는 1998년 건강에 좋고 젊어질 수 있다고 홍보하는 콜로이드 실버(균일도, 불균일도 아닌 혼합물 상태의 은 용액)에 대한 광고를 봤다. 평소 피부염을 앓았던 그는 바로 구매해 콜로이드 실버를 탄 물을 매일 약 300mL씩 마셨다. 이로 인해 카라슨은 체내에 은이 과도하게 축적되면서 한 달 뒤 피부가 파랗게 변했다. 사람들은 그의 모습을 보고 ‘파파 스머프’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카라슨은 은피증 발병 이후 완치되지 않은 채 15년 동안 파란 피부로 살다 2013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심장마비와 은피증의 연관성은 밝혀지지 않았다.

은피증은 폴 카라슨의 사례처럼 체내에 은이 과도하게 축적됐을 때 발생한다. 은이 체내에 유입되는 경로는 ▲피부를 통한 흡수 ▲호흡 중 은 입자 흡입 ▲은이 들어간 음식물 섭취나 약물 복용 등이 있다. 은피증은 환자에 따라 피부 전체에 나타날 수 있고, 한 부위에만 나타나거나 눈동자에만 드러날 수 있다. 은 노출이 된다고 바로 증상이 나타나는 건 아니다. 은이 축적되면서 서서히 피부가 파랗게 변한다. 은 포크, 은 악세사리 등을 사용해도 은에 노출되지 않는다. 은피증은 ▲은 광산이나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 ▲아세트산은, 콜로이드은 등 은 소량이 들어간 약물을 오래 복용한 사람 ▲수술 봉합을 은 도구로 받은 사람에게 발병할 가능성이 높다.

은피증은 한 번 나타나면 완치가 힘들다. 은피증을 진단받으면 우선 그 원인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음식물이나 약물 때문이면 섭취를 중단한다. 은이 있는 직업 환경이라면 보호복 등을 입어야 한다. 금속이온 봉쇄제는 은피증 치료에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저 치료로 피부 조직을 파괴해 새로운 피부 조직을 만드는 방법을 시도하기도 한다. 다만, 체내 축적된 은의 양에 따라 효과도 다르게 나타난다.

은피증이 나타나고, 완치된 모습
은이 들어간 약물에 의해 피부가 파랗게 변한 남성의 모습(왼쪽)과 복용 중단 1년 후 극적으로 피부색이 돌아온 모습(오른쪽)./사진=Canadian Medical Association Journal
은피증을 예방하려면 은이 들어간 제품 사용을 자제하는 게 좋다. 이미 은피증을 겪고 있다면 신속히 전문가와 상담해 발병 요인을 제거하고, 진행을 늦추는 게 중요하다. 현재 은피증의 환자 수는 국내외 모두 집계되지 않는다. 다만,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은의 과도한 노출을 줄여 은피증 발생도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2006년 휴대폰 케이스 공장에서, 2007년 은용액 복용 후 은피증이 발생한 사례가 한 번씩 보고됐다.

FDA는 1999년 콜로이드 실버가 안전하지 않다고 발표했고, 지난해 2월에는 사용 후 인체에 미칠 영향을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콜로이드 실버를 활용한 제품은 여전히 출시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콜로이드 실버를 함유한 비누, 화장품, 반려동물 구강청결제 등이 판매되고 있다.

은피증이 나타나 코, 입술, 볼이 파랗게 변한 모습
은이 들어간 약물에 의해 코, 입술, 볼 등이 파랗게 변하기 시작한 남성의 모습./사진=American Heart Association
◇메트헤모글로빈혈증에 의한 청색증
메트헤모글로빈혈증(Methemoglobinemia)도 피부를 파랗게 만든다. 메트헤모글로빈혈증은 산소를 세포와 조직에 운반하는 적혈구 속 헤모글로빈에 결함이 있는 질환이다. 이 질환은 유전적으로 발병할 수 있지만, 환자 대부분은 특정 약물이나 화학 물질 노출에 의해 증상이 나타난다. 메트헤모글로빈혈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청색증’이다. 청색증은 손톱, 입술, 광대 등이 파란색이나 보라색으로 변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 증상은 산소가 부족해서 조직의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을 때 나타난다. 청색증은 피부 두께, 모세혈관 분포 등에 따라 정도가 다를 수 있다.

메트헤모글로빈혈증 때문에 손이 파랗게 변한 모습
메트헤모글로빈혈증에 걸리면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피부가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이 나타난다./사진=영국 데일리메일
메트헤모글로빈혈증은 증상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다. 결함이 있는 헤모글로빈(메트헤모글로빈)을 억제하기 위해 비타민C 섭취를 늘린다. 증상이 심한 경우 메틸렌블루라는 약물을 사용해 메트헤모글로빈의 농도를 낮춘다. 메트헤모글로빈혈증을 예방하려면 메트헤모글로빈을 일으키는 약물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체내에서는 아질산 아밀, 설파민 등에 중독됐을 때 메트헤모글로빈이 생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메트헤모글로빈혈증 환자는 27명이다. 전세계 환자 수는 보고되지 않았으며, 미국의사협회저널에 따르면 메트헤모글로빈혈증 발병률은 0.035%다.

메트헤모글로빈혈증은 미국 켄터키 동부 푸가트 가문에 의해 알려졌다. 푸가트 가문은 200년 넘게 이 희귀 질환을 앓고 있다. 특히 19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이어온 근친결혼 때문에 이 질환은 계속 나타났다. 메트헤모글로빈혈증에 의한 청색증을 겪어서 이 가문은 ‘유령 가족’이라고도 불렸다. 푸가트 가문의 후손인 개리 푸가트(69)도 메트헤모글로빈혈증을 앓아 피부가 파랗다. 개리는 “다행히 증상이 세대를 거치면서 점점 완화하는 것 같다”며 “예전에는 온몸이 파란색이었다는데, 이젠 코, 팔꿈치, 무릎 정도만 파랗다”고 말했다.

피부가 파란 메트헤모글로빈혈증을 앓고 있는 푸가트 가문의 초상화
메트헤모글로빈혈증은 미국 켄터키에 사는 푸가트 가문에 의해 알려졌다. 푸가트 가문의 초상화./사진=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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