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 포근한 이불, 따뜻한 조명, 익숙한 향기… 침실로의 초대

<암이 예술을 만나면>

침실 그림
김태은 교수가 그린 그림
입원 중인 환자들을 만나러 병실로 향할 때, 다른 의료진들이 제게 당부하는 말이 있습니다. “혹시 낮잠을 자고 계시더라도 살짝 깨우셔서 미술치료를 진행해 주세요.”

낮잠을 달게 주무시는 환자분들을 깨우는 일은 참 실례되는 것 같고 어렵습니다. 하지만 밤의 숙면을 위해, 낮에는 활동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저의 일이기에 조용히 환자분께 말을 걸어 깨우곤 합니다.

암 진단 후, 수술이나 항암치료 전후, 경과 관찰 과정에서 많은 환자분들이 잠자는 것으로 어려움을 겪으십니다. 치료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통증뿐 아니라 호르몬의 변화나 심리적 불안감 때문에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지요. 이로 인해 또다시 신체적 피로감과 심리적 불안정이 악화되곤 합니다. 치료 순응도를 떨어뜨리는 악순환입니다.

환자분들이 제게 해주시는 얘기를 들어보면, 밤에 잠이 안 올 때 찾아오는 두려움과 불안감은 낮에 느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압도감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밤에 잡다한 생각이 들지 않도록 푹 잠을 자는 게 아주 중요하다고요. 병원에서는 수면의 질 향상을 위해 약물을 처방하거나 인지행동치료를 진행합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인지행동치료에 대해 환자분들과 이야기 나누고 같이 연습하는 과정을 갖곤 합니다.

환자들의 수면 건강을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이완’입니다.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걱정 없이 편안한 상태가 되어야 합니다. ‘아, 잠이 안 오면 어떡하지?’ ‘오늘도 한숨도 못 자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몸과 마음 모두 긴장 모드에 돌입합니다. 이럴 때 적용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바로 ‘호흡’입니다. 우선 횡격막이 잘 활동할 수 있도록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을 반복합니다.

횡격막 운동은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을 반복하며 내 몸에서 일어나는 감각에 집중해봅니다. 이때 저는 호흡을 지속하는 것을 위해 파도가 밀려왔다가 저만치 가고, 또 밀려왔다가 다시 가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떠올리곤 합니다. 파도의 움직임에 맞춰 호흡을 하는 겁니다.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 익숙해진다면 ‘근육이완’을 경험해볼 차례입니다. 손을 꽉 쥐어서 힘을 세게 주었다가 ‘하나, 둘, 셋’을 셀 때 손의 힘을 풀어보세요. 어린 시절 손을 꽉 쥐고 전기 오르기 게임을 했던 적이 있다면, 그것을 다시 해보셔도 됩니다. 손에 힘을 줬다가 펼치는 순간이 바로 긴장했던 손바닥 근육이 이완되는 순간입니다. ‘아, 이것이 이완되는 느낌이구나!’하고 감이 오실 겁니다. 힘을 주었다가 이완되는 느낌을 반복적으로 느끼다 보면 이완이 그리 어려운 과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몸이 이완되면 심리 상태도 이완돼 긴장도가 떨어집니다. 불안과 걱정이 완화돼 숙면에 도움이 되는 겁니다. 몸과 마음이 연결돼 있다는 증표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해볼 것은 자신이 가장 편하게 잠들었던 순간의 잠자리를 떠올려보는 겁니다. 그때 그 곳의 온도, 이불의 감촉, 조명, 향기 등을 떠올려보세요. 오늘 해볼 미술치료는 바로 그때 덮었던 이불을 그려보는 겁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그 시절의 장면이 구체화되면, 발가락, 무릎, 배, 어깨에 닿는 촉감을 떠올리는 심상법을 진행합니다.

위의 그림은 제가 중학교 1학년 때 지냈던 방의 모습입니다. 저는 할머니와 함께 방을 쓰다가 중학생이 돼서야 그토록 꿈꾸던 저만의 침대 방을 갖게 되었는데요. 생각보다 혼자 자는 게 낯설어서 매일 밤 잠들기 전 불안감을 느꼈습니다. 창밖의 그림자, 시계 소리가 모두 무섭게만 느껴졌지요. 이때 저희 할머니께서 제가 아기 때 항상 덮고 자던 이불을 꺼내주셨습니다. 침대에서 그 이불을 덮고 난 후부터는 혼자서도 잘 자게 되었습니다. 그 이불은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제게 심리적 안정감을 가져다준 열쇠였던 겁니다.

암의 종류나 상태에 상관없이 수면의 어려움은 공통적으로 나타납니다. 잠을 잘 못 자서 예민해지고 긴장감이 더해지는 상태이신가요? 그렇다면 오늘은 여러분들도 편안한 감촉을 방으로 초대해보세요. 여러분만의 안전 이불을 떠올려보세요. 그리고 아늑하고 포근한 그때의 그 감촉을 하나씩 상상하며 오늘 밤에는 부디 편안하게 주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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