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 마음을 고치면 알 수 없던 아픔이 옅어집니다

입력 2023.11.29 08:50   수정 2023.11.30 10:12

<괜찮지 않은 상황>

사진=헬스조선DB
암 치료를 받다 보면,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으로 힘들어하시는 환자 분들이 많습니다. 검사해보면 병리학적으로 문제는 없는데, 환자 스스로는 “괜찮지 않다”라고 말하곤 하십니다. 괜찮지만 괜찮지 않은 상황입니다.

유방암과 폐암을 진단 받은 환자분의 사례를 들려드립니다. 50대 여성 A씨는 3년 전 폐 전이가 동반된 유방암 4기를 진단받았습니다. 다행히도 항암 요법이 잘 들어, 지금은 표적항암제만 3주에 한 번씩 맞습니다. A씨가 투여 받는 표적항암제는 구역, 구토, 탈모, 통증 등의 부작용이 거의 없는 비교적 편안한 주사입니다. 하지만 A씨의 표정은 밝지 않습니다. 소화도 안 되고 복부 통증이 잦고 답답한 느낌이 듭니다. 손발도 항상 저리고 온몸 여기저기가 자꾸 아파서 진통제도 끊지 못합니다. 너무 힘들어 운동도 거의 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에서는 이상 소견이 없습니다. 3년째 항암제 반응이 좋아 지금은 폐전이도 잘 보이지 않고, 종양이 새로 커지거나 나빠진 부위가 전혀 없습니다. 의사가 아무리 “괜찮다”고 얘기해도 환자는 사실 괜찮지 않습니다.

60대 남성 B씨는 폐암 4기 진단을 받은 후부터 EGFR 표적치료제를 2년째 복용 중입니다. 항암제가 잘 들어서 흉수도 없어지고 폐종양 크기도 작아졌지만 B씨는 항상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합니다. CT도 수차례 찍었는데, 폐암이 나빠진 것은 전혀 아닙니다. 폐 기능도 정상이고 빈혈도 없습니다. “선생님은 항상 좋다고 하시지만 저는 조금만 움직여도 늘 숨이 차서 답답합니다”라는 이전과 똑같은 대화로 진료가 마무리됩니다.

위 사례처럼, 아픈 곳은 많은데 분명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대부분 겪는 증상도 비슷합니다.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고,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고, 몸 이곳저곳 돌아가면서 아프고, 쉽게 피로하고 지칩니다. 암 환자라고 꼭 어디가 아픈 것은 아닙니다. 암은 크기와 위치에 따라 오히려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거든요. 호소하는 증상에 부합하는 장기 내 이상 소견이 없을 때는, “암이 나빠지지 않았으니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증상은 해결해주지 못하는 저의 마음도 답답합니다. 환자는 아픈 것도 힘든데 본인이 꾀병 취급을 당하나 싶어 더욱 스트레스를 받으시겠지요.

괜찮지만 괜찮지 않은 이 상황,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 몸은 가끔 이유 없이 아플 때가 있습니다. 아니,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겠네요. 생물학적으로 신경계가 매우 예민해 그럴 수도 있고, 마음속 스트레스가 감정 대신 몸의 아픈 증상으로 표현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암 환자에게만 있는 일도 아닙니다.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을 때 온몸이 쑤시고 피곤한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입니다. 하물며 암 진단과 치료라는 인생의 큰일을 겪은 사람들이 신체의 변화를 더욱 예민하게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괜찮다”는 의사의 말은 신체의 병리적인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해 안심을 시켜드리고자 하는 말이지, 꾀병을 부린다는 핀잔이 절대 아닙니다. 다만 항암제 효과는 좋은데 이런저런 힘든 증상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시는 분들을 보면 은행에 돈이 쌓여 있는데 인출할 줄 몰라 쓰지 못하는 사람을 보는 듯한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몸이 아프다면 마음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세요. 내 마음이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들어보세요. 과거에 대한 후회, 서운함, 원망, 미래에 대한 불안, 지금 이 순간의 우울함과 짜증, 채워지지 못한 바람 등 내 마음이 하는 이야기를 찬찬히 들어보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내 마음에게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물어보세요. 취미활동, 좋아하는 사람, 맛있는 음식, 좋은 경치, 재미있는 영화 등 무엇이든 좋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해소하세요. 마음의 병을 치료하면 몸의 증상이 해결되기도 합니다.

암 진단 후 일하지 못해 불행을 느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러다가 일을 시작하고 몸의 증상이 나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노동은 암을 악화시킬 테니 무조건 직장은 쉬어야 하지 않느냐”고 묻는 분도 계시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일터가 지긋지긋한 분도 계시겠지만 마음이 맞는 동료들과 즐겁게 일하며 보람을 느끼는 게 좋은 분들도 있습니다. 규칙적인 삶을 운영하는 재미를 느끼시는 분이라면 직업을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추가로, 규칙적인 운동과 식사는 우리 마음의 활동을 유지하는 연료와도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즐거운 일상생활을 누리는 것입니다. 무엇인가에 몰입해 행복감을 느끼는 것은 아픈 증상을 완화시키는 명약입니다. 행복감을 느끼는 그 자체로 암 치료의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셈이기도 합니다. 암 치료의 최종 목표는 ‘완치’가 아니라 ‘암이 있든 없든 우리가 우리의 삶을 살게 하는 것’이니까요.

아프지 않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행복에 제 기도를 보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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