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대규모 공사 끝에 메디컴플렉스 신관 완공 병원 커지고 공원 조성으로 환자 힐링까지 고려 암, 심혈관 등 중증질환 강화, 최종치료기관 사명 스마트병원 시스템 구현… 큰 기다림 없이 진료
고려대안암병원이 완전히 달라졌다. 지하철 6호선 안암역에서 내려 언덕길을 굽이굽이 올라가야 했던 과거와 달리, 메디컴플렉스 신관을 완공하면서 지하철역에서부터 병원까지 에스컬레이터로 연결하고 그 공간은 공원으로 조성했다. 새 건물 덕분에 병원 공간도 기존보다 2배나 넓어졌다. 병원이 넓어졌지만 병상 수(약 1000병상)는 그대로 유지, 환자들이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고려대안암병원 한승범 병원장(정형외과 교수)은 "10년 동안 세심한 설계와 6년에 걸친 대규모 공사를 통해 기존 병원 대비 2배로 규모를 키웠다"며 "병원에 있는 동안 휴식도 하고 미술 작품도 보는 등 병원에 대한 기존의 환자 경험들을 바꾸겠다"고 했다. 병원이 썩 즐거운 공간은 아니지만, '힐링의 공간'으로 탈바꿈하겠다는 포부다. 필수의료, 중증질환 진료도 강화한다. 한승범 병원장은 "고려대안암병원에 온 환자들을 다른 병원에 보내지 않고, 최종 치료기관으로서의 사명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고려대안암병원이 신관 증축을 하면서 완전히 탈바꿈했다. 지하철 안암역에서 병원까지 연결이 되고, 곳곳에 정원을 조성했다. 필수의료·중증질환 치료를 강화하기 위해 심혈관센터에 최신 조영 장비를 마련하고(①), 응급의료센터를 확대 이전했다(②). 병원 로비에는 대형 미디어아트월을 만들어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③).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병실과 수술실 확대… 환자 편의 크게 높아져
고려대안암병원은 2배로 커졌지만 병상수는 늘리지 않아 병원 내 감염 위험을 줄였다. 다인실이 4인실이 됐으며, 부족했던 진료 서비스 공간, 주차 공간도 늘렸다. 환자 1인당 공간이 넓어졌다. 지하철 역에서 병원으로 오는 길을 공원으로 조성했으며, 아직 완성은 안됐지만 옥상 정원도 만들고 있다. 한승범 병원장은 "환자의 기부로 공원을 만들수 있게 됐다"며 "환자들이 병원에서 치료받으면서 휴식도 하고 힐링도 하면서 편안하게 지내길 바라는 기부자의 염원이 담겨있다"고 했다.
수술실도 20개에서 23개로 늘렸다. 앞으로 8개 더 증축할 계획이다. 수술실 중 세 곳이 로봇수술실, 한 곳이 하이브리드 수술실이다. 하이브리드 수술실이란 영상 장비가 마련돼 시술과 동시에 수술도 할 수 있는 최신식 공간이다. 한승범 병원장은 "암·골절 등으로 수술 받는 고령 환자들이 늘면서 대형병원은 항상 수술실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며 "신관을 지으면서 수술실을 대폭 늘렸다"고 했다.
환자의 진료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수납 절차를 간소화했다. 병원에 오면 등록 절차 없이 진료실 앞에서 기다리면 된다. 진료와 검사를 마치고 귀가 전 단 1회의 수납만 하면 끝이다. 신용카드 등록을 해놨다면 자동으로 수납도 된다. 검사 대기 시간도 대폭 줄였다. 기본 검사인 채혈실과 CT검사실, MRI검사실을 신규 공간에 추가로 마련해 외래 진료 환자들의 이동 동선의 효율성을 높였다.
"치료의 최종 기관 역할 충실히 할 것"
고려대안암병원 한승범 병원장
고려대안암병원에 온 환자들을 다른 병원에 보내지 않도록 최종 병원으로의 역할도 충실히 할 계획이다. 일례로 고려대안암병원은 사립대학 중 유일한 중증외상최종치료센터로 지정돼 운영되고 있다. 한승범 병원장은 "중증외상환자를 전원하지 않고 최종적으로 치료하려면 의료진이 항시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며 "외상외과, 정형외과, 응급의학과 등의 의료진 40~50명이 교대로 당직을 서고 있다"고 했다. 인원이 많이 필요한 만큼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중증환자 진료를 위해 투자를 하고 있다. 한승범 병원장은 "우리나라 수가 보상체계는 의료 행위에만 비용을 책정하기 때문에, 수많은 중증 외상 환자를 보지 않는 한 병원 수입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당장 환자가 없더라도 병원에서 꼭 대기해야 하는 필수 의료 인력, 시설 투자에 대해 정부가 보상을 해줘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관을 지으면서 응급의학센터를 1층으로 확대 이전했다. 환자 분류도 중증, 준중증, 경증으로 나누고 소아 환자를 위한 응급실도 따로 마련했다. 응급실 내 격리가 필요한 환자를 위한 격리 공간도 따로 마련했다.
암 등 중증질환 특화 진료
암병원 안에는 응급 치료가 필요한 암환자들을 위해 패스트트랙을 만들었다. 첨단 의료 장비도 도입했다. 기적의 항암제라고 불리는 CAR-T세포치료를 위한 센터를 오픈해 최신항암치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방사선암치료기 핼시온2.0을 아시아 최초로 도입, 5세대 ClearRT 래디잭트 X9를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이들 방사선 장비는 기존 장비에 비해 암에만 정확히 방사선을 조사하며, 치료 시간을 단축시켜 환자 자세 변화에 따른 방사선 전달 오차를 최소화했다.
심혈관센터에는 반도체 제조 공정과도 견줄만큼 먼지없는 청정시술실을 갖췄다. 최신 혈관조영장비(필립스 아주리온 바이플레인)도 들였다. 이 장비는 병변을 두 축에서 볼 수 있게 만들어 시술의 정확도와 안전성을 높였다.
중환자실은 감염을 막기 위해 공간을 넓혔다. 스마트 중환자실 시스템을 마련, 중환자가 생체 신호에 이상이 생기면 주치의에게 자동으로 알람이 가도록 했다.
진정한 '스마트 병원' 구현
스마트병원은 환자가 물어보거나 공부하지 않아도, 디지털을 이용해 따라가다 보면 해결이 되는, 환자가 병원 이용을 편하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환자가 내원 전 모바일로 예진 설문지를 여유롭게 작성하고 병원에 와서 등록이나 수납 절차 없이 예약만 하면 바로 진료를 보고, 진료를 본 뒤 별다른 조치 없이 자동 결제가 되는, 이런 시스템이 고려대안암병원에서 실현되고 있다.
의료진의 경우도 음성으로 차트를 입력해 단순 반복 업무를 줄이고 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늘렸다. 또한 환자의 생체 신호 등에 이상이 있으면 알람이 오는 등 실시간 입원 환자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고, 침상에 있는 환자에게 단말기를 통해 환자 상태를 설명주는 것도 가능하다. 병동 간호스테이션에서는 담당 간호사들이 업무공간에서 병실 내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고려대의료원은 앞서 국가 과제로 병원정보 시스템(PHIS)을 자체 개발한 바 있다. 국내 상급종합병원 최초로 산하 병원인 안암·구로·안산병원의 병원정보 시스템을 통합하고 클라우드로 완전 전환해 사용하고 있다. 환자의 의무기록이 어디서든 확인이 가능해지면서, 진료 편의 뿐만 아니라 향후 빅데이터로 활용 가치가 커졌다. 쌓인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양한 융복합 연구를 진행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카카오, LG 등 국내 기업들과 협력해 병원 현장과 환자가 어디서든 디지털로 연결되는 옴니버스 플랫폼을 개발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승범 병원장은 "환자가 병원에 오기 전부터 병원에서 치료를 마치고 가정으로 돌아간 뒤에도 적절한 케어가 가능하게 되는 전주기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플랫폼을 준비하는 중"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