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 사진 이후 처음…" 카메라 앞에서 활짝 웃은 희귀질환 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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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제공
“백일 사진 이후로 이렇게 사진을 제대로 찍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아이가 웃는 모습을 처음 봐서 정말 놀랍고 행복해요.”

충남, 강원,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온 가족 20명이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서울대병원에 모였다. 예쁘게 차려 입고 설레는 얼굴로 약속 장소에 온 이들은 이날만큼은 진료가 아닌 가족사진을 찍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아파서 표정을 지을 수 없는 아이와 가족사진을 찍기 위해 흰색 티와 청바지를 맞춰서 입고 온 가족부터 “걷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아이와 함께 찍는 가족사진은 엄두도 못 냈다”​​며 아이 옷을 새로 준비한 엄마, 지금껏 걸은 적이 없어 신발이 없는 아이를 위해 어제 저녁 퇴근길에 새로 샀다며 쑥스럽게 여름 샌들을 꺼내 아이에게 신기는 아빠까지. 이들은 모두 ‘미진단 희귀질환’ 어린이와 가족들이다. 미진단 희귀질환이란 말 그대로 아직까지 진단조차 내려지지 못한 희귀질환을 뜻한다.

서울대병원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은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전국 미진단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을 초청해 사진을 찍고, 전 세계 다른 연구자들과 함께 미진단 환자의 진단을 돕기 위해 ‘희귀질환 포토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프로젝트는 국제 미진단 희귀질환 네트워크(UDNI)를 지원하는 스웨덴 빌헬름 재단과 함께 진행됐다. UDNI는 현재 전 세계 41개국 대학, 병원, 연구소 등의 전문가들이 모여 학술활동과 공동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국제기구다. 국내에서는 서울대병원 희귀질환센터가 가입·활동하고 있다.

사업단은 이번 행사를 통해 소외되고 위축된 미진단 희귀질환 가족들이 긍정적인 자아상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희귀질환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사업단 관계자는 “진단조차 받지 못해 한 번도 가족사진을 찍어본 적 없는 희귀질환 가족들에게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선물하고, 병명도 없는 상태지만 소외되지 않도록 진단·치료 연구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며 “희귀질환 환자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과 사례는 UDNI 등에 공유돼 국내 환자를 포함한 전 세계 환자 진단·치료에 활용된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랑이(가명)는 엄마 목소리에 웃으며 반응하지만 낯선 목소리를 들으면 두려워하며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처음엔 표정이 굳어졌으나, 베테랑 사진작가와 주위 사람들의 응원을 듣자 자연스럽게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미진단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사랑이는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어 14세임에도 유모차에 앉아 생활하고 있다. 다니던 병원에서는 원인을 알 수 없어 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안내 받았지만, 원인을 알아보는 연구를 통해 진단·치료까지 가보자는 서울대병원 희귀질환센터 미진단 클리닉 의료진 말에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다. 열심히 병원에 다녔고, 이 날도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새벽부터 준비해 지방에서 올라왔다. 사랑이의 가족은 “오랜만에 다른 가족들처럼 즐거운 시간으로 돌아가 기억에 오래 남을 소중한 사진을 남기게 해준 서울대병원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의 지원에 감사하다”며 “이번 행사처럼 사회적 편견이 변화될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더욱 많아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사업단은 앞으로도 이 같은 행사를 통해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의 사회적 인식 개선과 진단·치료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다.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 희귀질환사업부 채종희 사업부장은 “환자와 보호자는 절대 혼자가 아니다”며 “지금은 비록 원인을 모르지만, 언젠가 반드시 원인을 찾아 치료에 다가가기 위해 의료진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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