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 대체육 시장 선도할 수 있을까?

입력 2023.06.01 18:13

[대체육이 뜬다]⑤ 국내 기업 전망

대체육
아직 우리나라 대체육 시장이 큰 편은 아니지만, 충분한 기술력으로 높은 잠재성을 갖고 있다고 평가된다. 더 큰 성장을 위해서는 소비자의 요구를 고려하는 게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욕타임즈 캡처
대체육은 올 수밖에 없는 미래 식품이다. 인구는 늘어나는데 주 단백질 급원인 가축은 이상기온, 감염병 등으로 줄어들 전망이기 때문이다. 대체육은 기후 변화 개선 등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선택지이기도 하다. 생길 수밖에 없는 시장이라면 누구보다 먼저 선점하는 게 좋을 것이다. 과연 우리나라 기업이 대체육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까?

◇축산업 지각변동, 이미 진행 중
아직 시작 단계인 대체육 시장에서 눈에 띄는 건 단연 미국이다. 식품산업의 큰 손 미국은 대체육 시장의 선두를 이끌고 있다. ‘비욘드 미트’, ‘임파서블 푸드’ 등 식물성 대체육 기업의 돌풍으로 전 세계에 대체육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 최근에는 미국식품의약국(FDA)이 배양육 스타트업 ‘업사이드 푸드(Upside Foods)’의 제품 안전성을 인정해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배양육까지 시장 판로를 넓혔다.

배양육 시장에선 싱가포르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싱가포르는 이미 2020년에 배양육 기업의 식품 시판을 승인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내린 결단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싱가포르는 국토가 작고, 식량 수요의 90%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국가라 식량 수급에 해외 사정이 큰 영향을 미친다"며 "이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농지가 필요 없는 대체육 시장을 매우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싱가포르는 2030년까지 기술혁신으로 자국 식량 생산 비율을 3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럽에서도 대체육 시장이 커지고 있다.

이미 식물성 대체육 시장 규모는 2019년 1억 7조여원에 달하고, 2025년까지 연평균 7.3%의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그랜드뷰리서치)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가 특히 큰 대체육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유럽은 배양육 시장에 대한 관심도 크다. 최근 유럽 연합(EU) 연구 개발 자금을 지원하는 호라이즌 2020(Horizon 2020)은 배양육 연구 프로젝트에 270만 유로를 출자했다.

식품산업을 이끄는 여러 나라들이 적극적으로 대체육 시장을 키우고 있어, 축산업 지각변동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뒤처지지 않으려면 빠른 대체육 시장 육성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싱가포르와 마찬가지로 작물을 키울 영토가 충분하지 않고,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대체육 시장 선점이 중요한 이유다.

◇우리나라 시장 성장 속도 느린 편… 기술력은 충분
우리나라 기업은 대체육 시장에서 어느 위치에 있을까? 식물성 대체육 시장에서는 선두 그룹에 속하지 않는다. 2021년 기준 'KORTA 국가별 식물성 대체육 시장 규모'에 따르면 미국이 약 10억 달러(21.0%) 규모로 가장 큰 시장을 형성했고, 영국, 중국, 독일, 일본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우리나라는 0.2억 달러로 38번째다. 그러나 최근 롯데, CJ 제일제당 등 국내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비건 푸드테크 스타트업 널담 진해수 대표는 "충분히 우리나라 기업이 선도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배양육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제품을 내는 등 큰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술력만 보면 후발주자로 보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세포농업기술(배양육) 연구 기업 스페이스에프 관계자는 "시장 성장 속도만 보면 후발주자라고 볼 수 있지만, 기술력으론 뒤처지지 않는다"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배양육 안정성을 조금 더 주의 깊게 검토하고 있어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규제가 구체화되면 빠르게 제품개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월간 피그앤포크한돈에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이정민 박사는 우리나라 배양육 기술이 미국의 60%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배양육 개발 스타트업 씨위드 이희재 대표는 "기술적 격차보다는 자본적 격차가 아닐까 생각된다"며 "생산을 위한 공정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의 허들이 매우 높은데, 국내 스타트업은 100억 규모 투자를 유치할 때 같은 단계의 해외 기업들은 1000억 단위까지 투자받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 구축 측면에서 이런 차이가 발생하면 따라잡기 어려워진다"고 했다.

◇성장 핵심, '소비자 사로잡기'에 있어
간격을 메우기 힘든 자본은 우리나라 기업이 넘어서기 힘든 장애물이다. 그러나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걸 우선순위로 두면 된다. 진해수 대표는 "결국 시장이 고객의 입장에서 쓰인 역사라고 본다면 가장 중요한 건 맛과 가격"이라며 "지금 대체육은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채 건강과 환경에 좋다고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과 환경은 소비자들이 지속해 식품을 구매할 이유가 되진 못한다"고 했다. 실제로 유럽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대체육 시장을 키운 국가는 네덜란드인데, 핵심은 국내 소비량에 있었다. 비건 식품 비영리단체 프로베지(ProVeg)가 11개국 유럽인들의 소비 현황을 살펴봤더니 인구 대비 대체육을 가장 많이 섭취하는 국가가 네덜란드였다. 진해수 대표는 "처음에는 완벽한 비건이 아니더라도 소비자 선택을 받는 시도를 통해 매출 기반으로 성장을 하면 다음에는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 가장 잘 알려진 식물성 대체육 기업인 비욘드 미트 주가가 지난해 예상과 다르게 급격한 하락세를 탔다. 이 외에도 ‘플랜테라(Planterra)’, ‘메이플 리프 푸드(Maple Leaf Foods)’ 등 여러 식물성 대체육 기업들이 성장률 열세를 면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유를 가치 비전과 아이디어만 앞세우고 소비자의 요구를 고려하지 못한 점을 꼽았다. 미국 투자회사 비티아이지(BTIG) 레스토랑 분석가 피터 살레(Peter Saleh)는 "가격과 맛이 육류 제품과 동등하면서 건강과 환경에 좋다는 확신을 심어준다면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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