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다낭난소증후군, 생리불순 여성은 꼭 검사를" [헬스조선 명의]

입력 2023.05.22 07:00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다낭난소증후군 명의' 이대목동병원 내분비내과 성연아 교수

  생리불순 여성 두 명 중 한 명은 다낭난소증후군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만큼 흔한 질환이지만 아직 호르몬 피임약로 증상을 완화하는 것 말고는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는 실정이다. 호르몬 피임약을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 그 기간조차 가이드라인에 명시돼 있지 않다. 다낭난소증후군 환자를 장기간 살핀 연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환자들은 고민이 많을 수 밖에 없다. 호르몬 피임약만 먹었다가 다른 부작용이 생기는 건 아닌지, 완치는 할 수 있을지, 이노시톨이 좋다던데 건강기능식품도 아닌 이 성분을 먹어도 될지 등이다. 이 모든 질문들을 이대목동병원 내분비내과 성연아 교수에게 직접 찾아가 물어봤다.

성연아 교수
이대목동병원 내분비내과 성연아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다낭난소증후군이란 어떤 질환인가?
다낭난소증후군은 폐경 전 여성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안드로젠)이 많아지고 ▲배란이 잘되지 않아 1년에 9회 이하 월경 주기를 갖는 질환이다. 질환 이름에 난소 속 조그만 물혹이 많다는 뜻인 '다낭난소'가 들어가긴 하지만, 실제로 다낭난소증후군 환자 중 상당수는 다낭난소 증상이 없을 수도 있다. 반대로 다낭난소가 있어도 다낭난소증후군 환자가 아닐 수 있다. 정상 월경 주기를 가진 여성의 20% 정도가 다낭난소를 갖고 있다.

-유병률은 어느 정도 되는가?
우리나라 건강보험공단 자료에는 2010년 2.8%, 2019년 4.3%로 보고돼 있다. 이는 질병코드를 이용해 환산한 것이므로 조금 낮게 평가됐을 수 있다. 우리 연구팀이 다낭난소증후군 전장유전체 분석을 위해 8000여명을 모아 조사했을 땐, 월경을 잘하지 않는 여성이 14%였는데 그중 49%가 다낭성난소증후군으로 확진됐다. 유병률이 약 5.8%로, 다른 인종이나 국내 다른 기관에서 보고한 유병률과 유사한 수치다. 이 정도면 2020년 15~49세 가임기 여성이 국내 1200만명으로 보고되므로, 약 6만8900명의 다낭난소증후군 환자가 있을 것이라 추정할 수 있다. 생각보다 흔한 질환이다.

성연아 교수
성연아 교수가 다낭난소증후군 유병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신지호 기자
-다낭난소증후군은 병인은 무엇인가?
월경하려면 뇌에서부터 신호가 와야 한다. 첫 번째 자극이 바로 성샘자극호르몬 유리호르몬이다. 이 호르몬의 분비 리듬이 이상해지면서 성샘자극호르몬 분비에도 변화가 생긴다. 성샘자극호르몬은 황체형성호르몬(LH)과 난자를 성숙시키는 난포자극호르몬(FSH), 두 가지로 나뉜다. 분비 리듬에 교란이 생기면 LH만 활성화되고, FSH는 기능이 약해져 배란은 안 되고 난포에 미성숙 난자는 계속 만들어지면서 다낭난소가 생기게 된다. 배란이 안 되니 무월경이 생기고, 높은 LH 수치로 남성화를 일으키는 안드로젠도 많아진다. 1980년대 이후 이런 사람들에게서 당뇨병이 잘 생긴다는 게 밝혀졌다. 더 연구해 보니, 다낭난소증후군 환자는 인슐린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인슐린 저항성이 높다는 특징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혈액 속 인슐린 증가가 또 생식계에 영향을 미쳐 성샘자극호르몬 분비 리듬을 악화시켜 악순환에 빠지게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인슐린 저항성은 당뇨병과 대사증후군과도 연관성이 깊어, 이 발견 이후 다낭난소증후군은 생식대사질환으로 분류되고 있다. 아직 호르몬 분비 리듬이 불규칙해지는 원인도, 인슐린 저항성이 다낭성난소증후군의 원인인지 동반되는 현상인지도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우리나라 다낭난소증후군 환자만 나타나는 특별한 증상이 있는가?
질환의 주요 요소인 배란이 잘 안되는 것은 모든 인종이 유사하다. 그러나 팔, 다리, 가슴, 턱, 코, 배, 허벅지 등에 털이 많이 나는 조모증이 백인, 흑인, 히스패닉 등보다 덜 나타나는 편이다. 따라서 진단할 때 혈중 테스토스테론 농도를 측정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비만의 비율, 당뇨병·고지혈증 등 대사 이상의 비율 등에는 큰 차이가 없다.

시기별 치료법
사진=이대목동병원 제공
-다낭난소증후군을 방치하면 어떤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가?
다낭난소증후군은 여성의 일생에 걸쳐서 영향을 미치는 질환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젊은 가임기에는 생식계 문제와 불임을 유발하고 중년 이후엔 생식계 문제는 좋아지지만, 대사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 시기별로 보자면 소아 다낭난소증후군은 초경이 빠르고, 테스토스테론이 많아 성조숙증, 조모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청소년기로 가면서 월경 이상, 여드름 등이 나타난다. 대사질환과 관련해서는 인슐린 저항성이 커져 당뇨병 발병 위험이 커지고 고지혈증 위험도 증가한다. 비만일수록 위험도는 더 커진다. 가임기 땐 난임을 유발할 수도 있다. 폐경 이후엔 고혈압, 관상동맥 질환,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다낭난소증후군은 테스토스테론이 많이 나올 뿐,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적게 나오는 병은 아니어서 월경을 계속 안 하게 되면 에스트로겐이 자궁 내막을 계속 자극해 자궁 내막 증식이 일어나게 된다. 이는 조기 자궁내막암 위험을 높인다. 실제로 25세 전에 자궁내막암이 생긴 다낭난소증후군 환자를 본 적이 있다. 다낭난소증후군을 방치하면 이 모든 질환의 원인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월경 이상이 있다면 반드시 진료를 받아보는 것을 권한다.

-언제 다낭난소증후군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아가야 하는가?
먼저 월경이 규칙적이지 않을 때다. 정상 월경 주기는 21~35일이다. 그래서 1년에 10~17회 월경을 하면 정상이다. 이 범위를 벗어나면 월경 주기 이상으로 보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우리 병원에서 사용하는 문진표(▼하단 사진)를 참고하면 된다. 다음 10가지 문항 중 월경 관련 증상 하나를 포함해 4개 이상이 있다면 내분비내과나 산부인과 의사와 상담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을 권고한다. 어머니, 자매 등 직계 가족 중에 월경 이상이 있거나 다낭난소증후군이 있어도 다낭난소증후군 고위험군에 속하므로 월경 주기를 잘 확인해 봐야 한다.

문진표
사진=이대목동병원 제공
-어떻게 진단하는가?
진찰과 검사 후 ▲혈액 내 남성 호르몬 증가나 남성 호르몬 과다 증세(조모증 등) ▲무월경 혹은 1년에 9회 이하 월경 ▲난소 초음파에서 난소에 12개 이상의 조그만 물혹, 3가지 중 2가지에 해당한다면 다낭난소증후군으로 확진한다. 두 가지만 있어도 다낭난소증후군이므로 꼭 난소 초음파를 할 필요는 없다. 사춘기에는 난소 초음파를 피하라는 미국내분비학회 권고 지침도 있다. AMH 호르몬으로 다낭난소증후군을 진단할 수 있는지 살피는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는 진료 지침이 없어, 다른 국제기관이나 미국 내분비학회, 유럽 생식학회 진료 지침을 따르고 있다. 성샘자극호르몬 검사는 진단 기준에 속하지 않는다. 또 테스토스테론 검사는 월경 시작 7일 이내 아침에 검사해야 한다. 남성처럼 매우 높지 않아도, 여성 평균보다 95~100분위 인에 속한다면 테스토스테론이 높은 것이다.

-치료는 어떻게 진행하는가?
생활 습관 교정과 피임약으로 규칙적인 자궁출혈을 유발하고 테스토스테론을 감소시킨다. 호르몬 피임약 유지 기간은 진료 지침에도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아, 진료하는 의사의 방침에 의존한다. 내 경우, 1년 4회 미만 심한 희발 월경이나 6개월 이상 무월경이라면 1년 정도 호르몬 피임약을 처방한다. 이후 약을 중단해 자연 월경이 회복되는지 관찰한다. 이때도 3개월 이상 생리를 하지 않는다면 자궁내막 보호 목적으로 프로게스테론을 복용하도록 한다. 이외 대사 이상이 있으면 당뇨병 약재인 메트포르민을 사용하기도 한다. 모든 경우에 생활 습관 교정은 동반돼야 한다. 생활 습관 교정으로는 충분한 수면, 건강한 식사, 규칙적인 운동, 체중 관리, 스트레스 관리 등을 말한다.
현재 치료를 위해 호르몬 피임약을 사용한다는 지침화 돼 있지만, 사용 기간은 유럽생식학회 등 어디에도 명기돼있지 않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에스트로겐과 연관된 메스꺼움·유방통·혈압상승·부종 등과 프로게스테론 관련된 체중 증가·여드름·기분 변화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이상지혈증 혈전 위험 증가, 장기간 에스트로겐 노출에 의한 고위험군의 유방질환 위험 증가 등이 있을 수 있다. 비만 등 대사질환이 있어 향후 심혈관질환이 높은 다낭난소증후군 환자에게선 호르몬 피임약을 장기간 사용하는 게 정말 이로울지 심각하게 고려돼야 한다고 본다.

-완치는 가능한가?
완치 가능 여부를 단정하긴 어렵다. 앞서 말한 것처럼 여성의 일생에 걸쳐서 건강 문제를 일으키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환자별 치료 목표에 맞춰 개별치료가 이뤄지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본다. 젊은 가임기 여성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고 자궁 출혈이 없다면 호르몬 피임약을 복용해야 하고, 자궁 내막이 두껍다면 자궁 내막 보호를 위해 간헐적인 프로제스테론 복용이 필요하다. 임신이 목표라면 배란 유도가 치료 목표가 될 것이다.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 대사 이상 증상이 많아진다면 생활 습관 교정이 주치료가 될 수 있다.

성연아 교수
이대목동병원 내분비내과 성연아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최근 다낭난소증후군 분야에선 어떤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는가?
아직 다낭난소증후군 환자 일생을 장기 추적 연구해 건강에 어떤 이상이 생겼는지를 본 연구가 없다. 현재 이런 장기 추적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또 유전적 요인과 관련해서도 발병 원인이 되는 특정 유전자를 규명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유전자 기능은 환경 요인에 의해 변화하는데, 이런 후성 유전학적으로도 환경 요인이 유전자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확인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진단 기준도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진단 기준 확립이 가장 시급한 문제가 되겠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은 생식대사질환이다. 산부인과와 내분비내과 중 어디를 가는게 맞나?
내분비내과에 가든 산부인과에 가든 진단에는 무리가 없다. 다만 치료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난임 치료가 목적이면 산부인과, 인슐린 저항성 등 대사 치료가 목적이면 내분비내과로 가는 식이다.

-다낭난소증후군에 이노시톨이 좋다던데, 사실인가?
이노시톨이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고 테스토스테론을 감소시킨다는 보고가 있는 건 맞다. 그러나 어느 가이드라인에도 이노시톨이 치료법으로 명기된 것은 없다. 따라서 먹는 걸 권고하진 않는다.

-다낭난소증후군 환자에게 마지막 한마디 한다면?
다낭난소 증후군은 굉장히 귀찮은 병이다. 치료하더라도 월경 주기가 회복되거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좋아지는 등 눈에 보이는 호전이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늘 정기적인 진료의 끈을 놓지 말고 생활 습관 교정을 해 질환을 조절하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다. 다낭난소증후군은 불치병도 난치병도 아니지만, 방치하면 일생에 거친 생식계 문제와 만성 중병의 위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연아 교수
이대목동병원 내분비내과 성연아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성연아 교수는...
이화여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이대목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로, 내과 과장과 내분비내과 분과장을 맡고 있다. 다낭난소증후군의 대사이상과 유전요인에 관심이 많아 관련 연구를 현재까지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연구로 질병관리본부에서 지원한 한국인 다낭난소증후군 전장유전체 분석사업이 있다. 다낭난소증후군은 매우 여러 요인이 얽혀 있는 질환이라, 환자 한명 한명의 이야기에 집중해 꼭 맞는 치료를 하는 데 열의를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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