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3.03.29 09:40

<암이 예술을 만나면>

김태은 교수의 그림
김태은 교수의 그림
좋은 생각, 좋은 감정을 가져야 한다고 알고는 있지만 몸이 아프다보면 안정적인 심리 상태를 유지하는 게 어렵다고들 하십니다. 후회되는 일들이 자꾸만 떠올라서 우울해지고, 막연하고 모호한 미래를 생각하면 불안해진다고요. 이렇게 생각과 마음이 같지 않을 때 그림을 그려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많은 분들이 암 진단 때부터 ‘캄캄한 터널에 갇힌 기분이다’라고 하시는데요. 캄캄한 터널 밖으로 우리를 연결해주는 문을 그려보면 좋겠습니다.

유방암을 진단받고 투병하시던 50대 후반 환자분은 극심한 우울감을 호소했습니다. 가족을 위해 희생만 하며 살아왔던 자신의 삶이 후회스럽고 화가 난다고 하셨습니다. ‘열심히 살아온 대가가 머리가 빠지고 혈색이 사라진 이 모습이냐’며 속상해하셨습니다. 한참 얘기를 나눈 후 환자분께 이번 치료가 끝나면 하고 싶은 것, 이번에 퇴원하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환자분은 “손톱을 예쁘게 칠하고 싶다. 보석도 반짝이도 붙여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활짝 열린 문 바깥에 아기자기하고 예쁜 네일숍을 그려 넣고는 활짝 웃으셨습니다.

위암 투병 중이던 40대 후반 환자분은 아이들에게 공부 얘기만 한 것, 남편하고 돈 이야기만 한 것에 후회를 느끼셨습니다. 이 분은 활짝 열린 문 안에 가족들이 둘러앉아 웃으며 식사하는 식탁을 그리셨습니다. 남편이 좋아하는 감자전을 바삭하게 부치고, 딸이 좋아하는 파스타를 만들고, 아들이 좋아하는 치킨을 먹는 장면을 그리셨습니다. 그림만 봐도 배가 부르다면서 흐뭇하게 웃으셨습니다. 문에는 ‘돈보다 건강, 공부보다 건강, 많이 안아주자’라고 쓰인 메모지도 그려 넣었습니다.

저는 오늘 여러분의 앞날이 꽃길이길 기원하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문을 열고나서면 작지만 예쁜 꽃들이 펼쳐져 있습니다. 종종 돌멩이도 발에 걸리고, 비가 내리면 흙탕물이 고일 수도 있겠지만 걷기에는 그 어느 곳보다 안전하고 다정한 꽃길입니다.

지금 당장 캄캄하고 어두운 터널 속에 갇힌 것 같은 느낌이 들어도, 그 터널에는 분명 끝이 존재합니다. 터널 밖으로 이어주는 문에 여러분의 작은 다짐을 써 넣어보세요. 그 문을 열면서 매일 매일 새로운 날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다 잘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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