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에 뜬 강아지 약 사도 될까? 영양제는? [멍멍냥냥]

입력 2023.03.22 17:00

동물용 의약품 중고 판매는 불법… 영양제는 관련 규정 없어

강아지 영양제
약국이나 동물병원 개설자가 아닌 일반인이 동물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다. 동물용 영양제는 아직 관련 법이 미비해 일반인이 중고로 판매해도 불법은 아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강아지가 어제 무지개다리를 건넜네요… 총 30알 중 2알 먹고 28알 남았습니다. 택배비 포함 8만 5000원에 판매합니다”

반려견 인지기능장애증후군 치료제 ‘제다큐어’ 중고 판매자가 올린 글이다. 이 약의 원가는 11만 원(30정 기준). 중고나라·번개장터·당근마켓 등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선 다양한 반려동물 의약품과 영양제가 구매자를 기다린다. 

당근
사진=중고거래 플랫폼 갈무리
실제로 ▲개 외부기생충약 ‘프론트라인 플러스’ ‘리펠로’ ▲개 외이도염 치료제 ‘오리모덤’ ▲동물 진균·세균성 피부염 치료제 ‘터비덤 스프레이’ ▲동물 설사약 ‘설사머지’ ▲개 눈물흘림증 치료제 ‘티어젠’ 등 동물의약품 판매글이 중고 거래 플랫폼에 게시돼 있었으며, 동물용 관절·심장·항산화 영양제를 중고로 판다는 사람도 많았다. 인체용 의약품과 영양제를 중고거래하는 것은 불법이다. 동물용은 괜찮은 걸까?

◇자격 없는 일반인이 반려동물 ‘의약품’ 중고로 파는 건 불법 
약국 개설자나 동물병원 개설자가 아닌 일반인이 동물의약품을 판매하는 건 불법이다. 집에 있던 동물의약품을 중고로 판매하는 것 역시 불법에 해당한다. 동물의약품은 약사법과 수의사법에 따라 약국 개설자나 동물병원 개설자만 판매할 수 있다.

법무법인 청음 반려동물그룹 임세걸 변호사는 “본인이 약국 동물병원 개설자가 아니라면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은 동물 의약품을 미개봉 상태로 중고 판매하는 것도 불법”이라며 “약사법 제 93조 제1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동물 ‘영양제’ 중고 판매는 ‘불법’ 아냐… 전문가 “관련 법 미비” 
그렇다면 반려동물용 영양제는 어떨까? 사람이 먹는 건강기능식품을 중고거래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러나 동물용 건강기능식품을 중고거래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더 정확히는 이를 불법으로 규정할만한 법이 없다. 임세걸 변호사는 “현행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은 건강기능식품을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지니는 원료나 성분을 사용해 만든 제품’으로 규정한다”며 “사람이 아닌 동물을 위한 건강기능식품은 위 법률의 규율 대상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건강기능식품 개발사 올위드(ALLWITH) 권혁호 수의사에 따르면, 인체용 건강기능식품과 달리 반려동물 건강기능식품은 아직 법적 지위가 정해져 있지 않다. 대신 보조사료나 배합사료 등 사료로 분류되고 있다.

▲고양이 화장실에 깔아두는 벤토나이트 모래 ▲반려동물 샴푸·로션 등 동물용 화장품과 위생용품을 중고거래하는 것도 불법이 아니다. 그러나 사료 등 반려동물 식품의 경우, 포장을 이미 뜯은 것을 중고 장터에 파는 건 식품위생법에 어긋난다. 임세걸 변호사는 “식품 포장재를 뜯고 속에 있던 내용물을 덜어냈다면, 중고로 판매할 때 포장재에 표기된 식품 중량과 실제 중량이 다른 상태가 된다”며 “이에 ‘식품 등의 표시 광고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표시 기준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과태료·저품질 우려… 될 수 있으면 ‘새 제품’ 구매 권장
현행법은 동물용 의약품을 중고로 판매하는 행위만 불법으로 규정한다. 중고 의약품 구매는 불법이 아니지만, 과태료를 부과받을 위험은 있다. 임 변호사는 “개정된 약사법은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는 자가 판매한 불법 유통 의약품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한다”며 “약국 개설자나 동물병원 개설자가 아닌 일반인에게서 반려동물 의약품을 구매한다면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건강기능식품은 중고로 사고 팔아도 불법이 아니지만, 가급적 새 제품을 구입해 먹이라는 게 수의학 전문가의 의견이다. 보관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성분이 변한 영양제가 중고 장터에 나와 있을 수 있어서다. 권혁호 수의사는 “햇빛이 잘 드는 데 둔 영양제는 수용성 비타민이 빨리 손실되고, 서늘하지 않은 곳에 보관했다면 영양제 성분이 변질될 수 있다”며 “개별포장 없이 큰 병에 들어있는 영양제라면 원료가 산패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중고거래 판매자가 자신이 판매하는 제품을 과대 광고하는 것도 문제다. 온라인 중고 장터엔 반려동물용 관절·심장 영양제를 관절·심장 ‘약’이라고 표기한 사례가 많다. 중고 제품 구매자가 일반 영양제를 의약품으로 오인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안티놀 래피드’란 강아지 관절 영양제의 경우, 판매글 제목이나 상세설명란에 ‘보조제’ ‘영양제’라 명시한 판매자가 있는가 하면, ‘관절약’이라고만 표기한 사람도 있었다. 이는 지난해 초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위·과대광고 예시로 든 사례와 유사하다. 식약처는 한방 영양제를 한약의 일종인 ‘경옥고’로 표기해 판매한 게시글이 소비자가 건강기능식품을 의약품으로 오인·혼동하도록 했다며 적발했다.

◇영양제 중고로 산다면? ‘유통기한’ ‘보관 상태’ 반드시 점검
강아지 영양제를 중고로 판매하며 건강식품 해외직구 플랫폼 ‘아이허브(iHerb)’ 품절 제품임을 강조하는 판매자도 있었다. 이처럼 다른 곳에서 구하기 어려운 영양제라 중고 거래를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까?

권혁호 수의사는 반려동물 건강기능식품을 선택할 때 다음의 4가지를 따져보길 권한다. 첫째, 해당 제품이 자신의 반려동물에게 꼭 필요한 기능성 혹은 기능성 원료를 충분히 갖췄는가. 둘째, 중고 영양제 판매자가 제품을 올바르게 보관했는가. 셋째, 중고로 구매한 영양제를 반려동물에게 다 먹일 수 있을 만큼 유통기한이 넉넉한가. 넷째, 여러 가지 영양제를 동시에 급여하고 있다면, 기존에 급여하던 영양제와 성분이 겹치지 않는가. 권 수의사는 “지용성 비타민이나 미네랄을 과잉 섭취하면 반려동물의 몸에 오히려 무리가 가니,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하기 전 주치의 수의사와 상의하는 게 좋다”며 “반려동물이 영양제를 스스로 잘 먹게 하려 첨가한 ‘기호성 원료’ 탓에 알러지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중고로 산 동물용 영양제를 먹고 반려동물에게 탈이 났다면, 판매자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을까? 중고 영양제에 하자가 있다는 걸 모르고 샀다면 가능하다. 단, 영양제 탓에 반려동물에게 탈이 났음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임세걸 변호사는 “중고 영양제 때문에 반려동물이 아프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할 경우, 판매자에게 하자담보책임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권 또는 불완전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다만, 구매자가 실제로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입증하는 일이 쉽진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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