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랄해진 먹거리들, 경계하지 않으면 비만 됩니다"

입력 2023.03.02 08:00

박철영 대한비만학회 이사장 인터뷰

"배달 음식이 일상이 되고, 디저트 카페 성행하는 등 코로나 이후 확산된 식문화가 비만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대한비만학회 박철영 이사장(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의 말이다. 그는 "맛을 내려 설탕·기름에 범벅된 배달음식, 배는 안 부른데 칼로리는 높은 디저트 등 먹거리들이 사악해지고 악랄해졌다"며 "먹거리를 집중적으로 조절하지 않으면 비만이 엄청난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음식들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식생활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특히 평생 입맛을 좌우하는 어린 아이들의 입맛까지 바꿔놓고 있다. 비만은 엄연한 질병이다. 모든 성인병의 '씨앗'이 된다. 박철영 이사장을 만나 코로나 이후 더 심각해진 비만과 비만 치료의 중요성에 대해 들었다.

대한비만학회 박철영 이사장
대한비만학회 박철영 이사장/강북삼성병원 제공
-코로나 이후 비만이 급증했다?
예상은 했지만 여러 지표들을 보면 확실해졌다. 특히 3040 남성에서 두드러진다. 질병청 자료에 따르면 30대의 경우 코로나 유행 전(2018~2019년) 비만율이 48.9%에서 코로나 유행 후(2020~2021년) 54.9%로 6%p 증가했다. 40대 남성은 46.2%에서 54.2%로 8%p 상승했다. 3040 남성 둘 중 하나는 비만 환자인 셈이다. 다행인 것은 성인 여성의 비만율은 남성과 비교하면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대한비만학회에서도 2021년 설문조사를 했을 때 성인 10명 중 4명이 코로나 유행 이후 체중이 3kg 이상 증가했다고 답했다. 특히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TV·스마트폰 등을 통한 영상시청 시간이 많이 늘어났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콜레스테롤, 혈당 등의 대사 지표들도 부정적인 쪽으로 악화됐다.

-배달이 원흉이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배달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가능해졌다. 늦은 밤에 TV를 보다가 야식이 당기면 배달을 시킬 수 있다. 배달음식을 시킬 때는 ‘지금 굉장히 먹고 싶은 것’을 고른다. 별로 먹고 싶지 않은, 맛없는 음식을 시켜먹는 사람은 없다. 또 1인분만 시키지 못한다. 맛있는 음식을 많이 시키다보니 과식을 한다. 맛있는 음식엔 필연적으로 단순당(설탕), 지방(기름)이 많다. 단순당과 지방을 과잉섭취하면 체중 증가는 물론, 혈당, 콜레스테롤 지표가 안좋아질 수 밖에 없다. 비만해지는 이유엔 사실 운동 부족 보다 식이가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한다. 먹는 것을 줄이지 않고 운동으로만 살을 뺀다는 건 하루 종일 운동을 하는 운동 선수에게나 해당하는 말이다. 비만 환자들 중에 뭘 먹어야 체중을 줄일 수 있느냐고 묻는데, 뭘 먹어서 살을 빼는 기적의 방법은 없다. 덜 먹어야 살이 빠진다.

-삼시세끼 집밥을 먹으라는 이야기인가?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상 삼시세끼 집밥은 쉽지 않다. 그렇다면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지 말고 ‘적당하게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먹어라. 회사 구내식당 메뉴가 예시가 될 수 있다. 구내식당 메뉴는 칼로리 적지는 않지만, 배달음식처럼 맛있지 않아서 많이 먹지 않게 된다. 가능하다면 구내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퇴근하자. 퇴근길에 어느 정도 소화도 된다. 요즘 시중에 많이 나온 건강 도시락(5대영양소 갖춰진 식단)도 추천한다. 과거 건강 도시락의 사업성에 대해 많은 식품 기업들이 공감을 했지만 당시에는 '배달'이 일반화돼 있지 않아 실현하기 어려웠다. 코로나 이후 배달은 일상이 됐다. 건강 도시락도 배달로 먹을 수 있다. 특히 당뇨 등 질병을 갖고 있는데 요리를 하기 어려운 환자에게 건강 도시락을 추천할 만하다. 혼자사는 사람, 노인들에게도 좋다.

-디저트 카페도 문제다?
언젠가부터 식사 후 케이크·쿠키·커피 등을 파는 디저트 카페 방문은 '필수 코스'가 됐다. 디저트는 에너지 밀도가 높은 식품이다. 배는 안 부르면서도 칼로리가 매우 높다. 유명한 쉐프들이 말하길 ‘맛있는 디저트의 조건은 앞에 먹은 메인 메뉴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달고 맛있어야 한다’고 한다. 맛이 강렬해지면 당연히 칼로리는 높아진다. 개인적으로 후식은 먹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밥 먹고 과일을 깎아먹는 것도 건강에 좋지 않다. 주식 섭취로 혈당이 올라간 상태에서 이를 낮추기 위해 췌장에서 인슐린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후식이 또 들어오면 인슐린을 또 분비해야 해 췌장에 과부하가 걸린다. 나는 이를 멀리 뛰기와 비교한다. 한번 멀리 뛰었다면 어느 정도 자세를 안정화한 다음에야 두번째 멀리 뛰기를 할 수 있다. 밥 먹고 후식, 그것도 고탄수화물·고칼로리 후식을 바로 먹는 것은 그런 측면에서 몸에 굉장히 부담되는 식습관이라고 할 수 있다.

-칼로리가 거의 없는 아메리카노 후식은 어떤가?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주식을 먹고 위가 어느 정도 늘어난 상태에서 커피를 한컵(톨사이즈 기준 355mL)을 마신다고 치자. 위가 너무 늘어난다. 소화 효소도 묽어진다. 앞서 먹은 음식의 소화가 충분히 될 리가 없다. 에스프레소 정도 작은 용량을 마신다면 몰라도 아메리카노 사이즈 음료를 식후 바로 마시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나의 경우 밥 먹을 때 물을 거의 마시지 않는다. 물 없이 천천히 먹어야 체중조절,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된다. 커피를 마신다면 적어도 한 시간 뒤에 먹을 것을 추천한다.

-운동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공복 운동은 가급적 추천하지 않는다. 몸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저녁을 먹은 뒤 12시간이 지난 아침이 되면 몸에 저장된 에너지가 없다. 이 상태에서 운동을 하면 효율이 좋은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쓰지 못하고, 근육과 간에서 에너지를 만들어 써야 한다. 비효율적인 '연료'를 쓰는 셈이다. 공복 운동은 마치 기름이 없는 차를 몰고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공복 운동을 하면 공복감이 더 심해져 과식할 위험도 있다. 가급적 식후 운동을 추천한다. 오후 1~3시, 점심 먹고 움직이면 다치지도 않고 햇볕을 받으니깐 뼈 건강에 도움이 된다. 운동은 유산소운동, 근력운동을 같이 해야 한다. 최근 유산소운동, 근력운동을 다른 날 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나왔다. 월,화,수는 유산소 운동을, 화,목은 근육운동을 하는 식이다.

-효과 좋은 약들도 나왔다?
비만 개선을 위한 일순위는 식사, 운동, 수면 등 생활습관 교정이다. 약물은 보조적인 수단이다. 약물은 체질량지수 25 이상인 환자에서 비약물 치료(생활습관 교정)로 체중 감량에 실패한 경우에 고려한다. 그런데 생활습관 교정은 생각보다 어렵다. 노력하는 과정에서 약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비만 약은 중독 등의 위험이 있는 향정신성 약물이 많아 약 투여 기간을 수개월간으로 제한해야 하는데, 최근 장기간 쓸 수 있는 약들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GLP-1 등 장호르몬과 비슷한 성분으로 만들어진 약들이다. GLP-1는 음식을 먹으면 소장에서 나오는 호르몬으로, 뇌에서 식욕 촉진 중추를 억제하고 식욕 억제 중추는 활성화시킨다. 식욕을 줄이고 음식을 덜먹어도 포만감을 느끼게 되면서 체중이 빠지게 된다. GLP-1은 인슐린 분비도 촉진해 혈당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펜타민 등 기존 다이어트 약은 심장질환·불면증·우울증 등의 부작용 위험이 있는데, 장호르몬 기반으로 만들어진 약은 이런 심각한 부작용이 없고, 약 투여 기간도 3년 이상 임상시험 결과가 나와 있어 비교적 장기간 사용할 수 있다. 효과도 체중의 15~20%까지 감량을 기대할 수 있다. 

-비만대사수술 적응증은?
비만대사수술의 효과가 뚜렷하게 알려지고 술기의 발달로 부작용이 개선되면서 수술 대상 환자들이 확대되고 있다. 비만이 심각한 서양에서는 지난해 수술 대상자 기준이 아시아인 기준으로 하향됐다. 현재 아시아인은 체질량 지수 35 이상이거나 체질량지수 30 이상이면서 비만 관련 동반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 체질량지수 27.5 이상이면서 제2형 당뇨병을 앓는 경우가 비만대사수술 대상이 된다. 수술을 하면 체중의 30% 정도를 감량할 수 있다. 혈당도 개선이 된다. 장기간 효과가 어느 정도 입증돼 있지만 간혹 비만이 재발돼 재수술을 해야 하는 사례도 있다. 비만대사수술 후에 지속적인 생활습관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디지털 치료제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 학회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휴레이포지티브와 협약을 맺고 모바일 앱 '체중관리 건강노트'를 개발했다. 앱에 체중, 식사, 운동, 음주, 수면에 대한 라이프 데이터를 입력하면 자신의 생활습관 정보를 한눈에 파악하고, 코칭을 받을 수 있다. 자신의 라이프 데이터를 인지하는 것은 그 자체로 도움이 된다. 일례로 당뇨병 환자가 연속혈당 측정기를 착용하면서 특정 음식을 먹을 때마다 달라지는 혈당 변화를 눈으로 확인하면 향후 혈당 관리가 쉬워진다. 나의 경우 비빔국수와 순대국을 먹었더니 생각 이상으로 식후 혈당이 확 올라갔다. 환자 스스로 문제점을 인지하면 고칠 수 있다. 비만은 결국 생활습관이 망가져서 생기는 병이다. 치료 역시 생활습관 교정이 메인이다. 비만 개선에 도움을 주는 생활습관을 만드는 데 디지털 치료제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앱에는 향후 복약 지도 등의 서비스도 탑재할 것이다.

대한비만학회 박철영 이사장
대한비만학회 박철영 이사장/강북삼성병원 제공
-올해 대한비만학회 이사장에 취임했다?
대한비만학회가 탄생한 1992년만 해도 학회를 창설한다는 소식에 주변 의사들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무슨 비만을 치료하겠다는 것이냐'는 의견이었다. 30년이 지난 지금 비만은 모든 질병에 핵심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으로 영향은 훨씬 커질 것이다.

이사장에 취임하고 앞으로 2년 간 비만을 개선시킬 수 있는 방법들을 학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찾아서 해결하고자 할 것이다. 비만은 특히 올바른 정보를 알리고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같은 정보의 홍수 시대 속에서, 비만의 비전문가들이 너무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학회에서는 유튜브, 블로그 등에 다양한 콘텐츠를 직접 제작해 비만 환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현 정부가 소아청소년·청년들의 비만·당뇨병 관리에 관심이 많은데, 제도권에서 보험으로 치료를 보장해줄 수 있도록 정책 개선에 힘을 보탤 것이다. 비만은 질병으로 접근해야 하며,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 있다.

-3월4일 세계 비만의 날을 맞아 걷기대회 행사를 연다?
그렇다. 3월 4일 토요일 9시에 우이동 만남의 광장에서 만나 우이천 등 2.9km를 걸을 예정이다. 누구나 참석이 가능하다. 본격적인 포스트코로나 시대, 봄을 알리는 3월 첫주 같이 걸으면서 비만 개선 의지를 다지자는 취지다. 걷기 전에 혈압, 혈당, 체지방을 재고 1시간 정도 걸은 뒤 다시 재볼 것이다. 올바른 걷기 방법에 대한 교육도 할 예정이다. 비만은 유병률이 높지만 환우회가 없다. 비만을 질병으로 생각하지 않고 비만한 사람들은 스스로가 숨기 때문이다. 비만은 명백한 질병이며, 이제 수면 위로 끌어올려 해결책을 같이 모색해야 한다. 비만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가져야 비만을 개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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