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콜라, 막걸리… 고기 재울 때 효과적인 건? [주방 속 과학]

입력 2023.02.04 12:00

고기 재기
키위, 파인애플 등 과일은 단백질 분해 효소로, 레몬, 콜라 등은 산성도를 높여 고기를 연하게 한다. 효과는 과일이 더 크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질긴 고기를 삶거나 굽기 전 어떤 물질에 재우는 과정을 거치면, 고기가 보들보들해지고 풍미도 올라간다. 재울 때 사용할 수 있는 물질은 과일, 콜라, 막걸리, 요구르트, 와인 등 매우 많다. 도대체 이 물질들은 어떻게 고기를 맛있게 만드는 걸까?

◇질긴 식감은 '단백질' 때문
고기가 질긴 이유는 단백질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근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액틴과 마이오신 단백질, 근섬유를 둘러싸는 콜라겐 단백질이 고기의 식감을 결정한다. 액틴과 마이오신 단백질은 근수축과 이완을 유발하는 결합체로, 동물체가 죽은 직후 남은 에너지로 결합해 사후경직을 유발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풀어져 비교적 부드럽게 탄성 있는 조직을 구성한다. 그러나 열에 노출되면 액틴 성분이 질겨지도록 변성된다. 콜라겐은 원래도 질긴 연결 조직이다. 생고기를 만졌을 때 느껴지는 힘줄이 바로 콜라겐. 결국 연육은 이 단백질들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과일 속 단백질 분해효소, 효과 매우 강해
고기를 잴 때 넣는 배, 키위, 파인애플 등의 과일은 다른 어떤 음료들보다도 효과가 강력하다. 단백질을 아예 분해해 버리는 효소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경희대 조리 푸드디자인학과 윤혜현 교수는 "마이오신, 액틴, 콜라겐 등 단백질은 여러 아미노산들이 펩타이드라는 결합으로 묶여 형성된 아미노산 덩어리들"이라며 "과일에 들어 있는 효소는 펩타이드 결합을 마구잡이로 끊어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마치 단단한 밧줄이 마구잡이 가위질로 끊겼다고 보면 된다. 단백질이 흐물흐물해져 고기는 부드러워지게 된다.

특히 키위에 들어 있는 액티니딘과 파인애플에 함유된 브로멜라인의 효과가 매우 강하다. 이 과일들로 고기를 재울 땐 30분 정도면 충분하다. 너무 오래 재웠다간 오히려 고기가 너덜너덜해져 맛이 떨어질 수 있다. 무화과 속 피신, 파파야 속 파파인, 배 속 인베르타아제도 고기를 연화한다. 무를 사용해도 좋다. 윤혜현 교수는 "과일 효소 효과는 매우 좋으므로 급하게 연육을 할 때 사용할 수 있다"며 "급하지 않을 땐 냉장고에 넣어두면 효소 활동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했다. 한편, 파인애플 등 과일로 고기를 재울 때 통조림 과일을 사용해선 안 된다. 통조림을 만들 때 열을 가해 단백질 분해 효소가 변성되기 때문이다.

◇산성, 단백질 결합 느슨하게 해
레몬, 콜라, 막걸리, 요구르트, 와인 등엔 단백질 분해 효소가 별로 없거나, 아예 없다. 대신 '산'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윤혜현 교수는 "단백질은 등전점이라는 특정 산성도에서 가장 응고된다"며 "산성 물질을 넣어 고기 산도를 높이면 등전점에서 멀어져 단백질이 풀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뭉쳐있던 단백질이 풀어지게 한 후 구우니, 식감이 연해진다. 그러나 단백질 분해효소처럼 단백질을 완전히 끊는 게 아니기 때문에 효과가 매우 크진 않다. 대신 콜라, 요구르트, 막걸리 등 음료에는 당이 들어 있다. 당은 고기의 잡내를 잡고, 풍미를 살리는 효과를 낸다. 연육 효과도 살짝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재운 후 고기를 구울 땐 당 때문에 표면이 빨리 탈 수 있으므로 물로 가볍게 헹궈준 후 굽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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