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 환자를 살리는 ‘배려’의 말 한 마디는…

입력 2023.01.19 08:50

<당신께 보내는 편지>

이병욱 박사의 작품 <행복한 세상> 72.7X90.9cm Mixed media on Canvas 2021
이병욱 박사의 작품 <행복한 세상> 72.7X90.9cm Mixed media on Canvas 2021
과일이 썩어가면서 마지막으로 달콤한 향기를 풍기듯, 암에 걸린 환자들에게선 특유의 냄새가 납니다. 묘사하기 어렵지만 굳이 표현하자면 약간 비릿하면서 퀴퀴한 냄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냄새가 나는 이유는 장기가 암세포에 침범당해 상하기 때문입니다. 퀴퀴한 냄새는 바로 상처의 냄새인 셈입니다.

또 다른 이유 하나는 암 환자의 경우 분비물의 메커니즘 자체가 다를 수 있습니다. 건강한 사람에게서 나는 분비물의 냄새와는 다른 냄새가 나게 되는 겁니다. 냄새의 원인이야 어찌 되었든 건강할 때의 체취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의사는 환자의 냄새를 통해 병의 심각도를 추정하기도 합니다. 냄새가 심해지면 병도 위중해진 겁니다. 수술을 위해 개복했을 때도 육안으로 확인하기 전에 냄새를 통해 먼저 감을 잡습니다. 병기나 암의 확장 부위를 보면 병의 심각도를 추정할 수 있는데, 냄새 역시 추정하는 데 한 몫 합니다. 그 외, 특별히 냄새가 많이 나는 암도 있습니다. 식도암이나 구강암, 위암의 경우에는 냄새가 좀 더 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인 건 환자들이 평소에 그 냄새에 민감하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원래 사람의 후각이 그다지 발달하지 않기도 했고, 특히 자신의 냄새는 잘 모르게 마련입니다. 더욱 다행은 옆에서 간병하는 사람도 익숙해지다 보면 그 냄새를 잘 느끼지 못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인사차 병문안을 왔다가 가는 사람들입니다. “이게 무슨 퀴퀴한 냄새야. 집에서 무슨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이 냄새를 못 맡는단 말이야?” 이렇게 수선을 떨면 환자는 서운함을 넘어 공포감과 좌절감을 느낍니다. ‘내 몸이 암으로 썩어가는구나’ ‘내 몸에서 냄새가 날 정도면 이제 죽을 때가 됐나보다’하고 생각합니다. 평소에 깔끔하던 사람이라면 좌절감이 더욱 큽니다. 간혹 이러한 신체적 박탈감이나 공포감, 좌절감 때문에 ‘이렇게 조금 더 산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더 추해지기 전에 죽자’라는 생각에 빠져 극단적 선택까지 하는 환자도 있습니다.

조그만 배려가 환자를 천국과 지옥 사이를 넘나들게 합니다. “이게 무슨 냄새야?”라며 호들갑스럽게 말하는 사람과 “환기를 시키면 좋겠네”라고 말하는 사람. 이것이 부주의한 사람과 배려 깊은 사람의 차이입니다.

예전에 화제의 드라마였던 ‘장밋빛 인생’에는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안겨 준 명장면이 있습니다. 위암에 걸린 여주인공은 역한 냄새가 난다며 잇몸이 상할 정도로 연거푸 양치질을 해댑니다. 이런 행동을 안타깝게 보던 남편은 또 다시 양치질을 하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가는 아내를 돌려세워 진하게 키스합니다. 그러면서 능청스럽게 덧붙이지요. “냄새는 무슨 냄새. 달콤하기만 한데!”

암 환자의 냄새는 암 환자 스스로 삶과 죽음이라는 경계를 떠올리게 합니다. 인간에 대한 배려를 할 줄 아는 사람과, 반대로 경박하고 가벼운 사람을 가르는 잣대가 되기도 합니다. 작은 행동이나 무심결에 툭 던지는 말이 암 환자에게는 치명적인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암 환자는 자신도 주체할 수 없는 예민함을 간신히 버티고 있을지 모릅니다. 당신의 작은 배려가 환자를 살려냅니다. 환자를 살피고 배려하다 보면 살아 있음이 서로에게 감사와 은혜로 다가올 것입니다. 오늘도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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