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3.01.18 09:40

<암이 예술을 만나면>

환자분과 만든 작품을 재 작업한 것입니다. 어둡게 칠한 도화지에 반짝이는 별을 그려 넣는 게 쉽지 않아 실로 수를 놓았습니다.
환자분과 만든 작품을 재 작업한 것입니다. 어둡게 칠한 도화지에 반짝이는 별을 그려 넣는 게 쉽지 않아 실로 수를 놓았습니다.
암 환자에게 희망은 꼭 필요합니다. 고통 속에서 삶의 의지를 불러일으키며, 어려움을 수용하는 능력과, 절망감 속에서도 긍정적인 인간관계를 갖게 하는 힘이 됩니다. 희망은 암을 직접적으로 치료하지는 못하지만 병을 극복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과 정신적인 힘을 제공합니다. 그래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불안한 암 환자들은 희망을 놓지 않기 위한 치료를 꼭 받아야 합니다.

암병동에서 환자들을 만나 미술치료에 대해 말씀드리면, 대부분 “몸이 이렇게 아픈데 무슨 그림을 그리나요?” “미술치료를 받을 상황이 아닙니다”라며 단호히 거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종일 손등에 꽂힌 주사, 링거, 병실의 천장만 바라보고 계신 분들에게 미술치료가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을 알기에, 포기하지 않고 그 분들에게 치료를 권하곤 합니다.

그렇게 미술치료를 시작한 60대의 환자분이 계셨습니다. 그는 처음에 “내 마음에 이제 희망은 없다”며 도화지를 검게 칠하셨는데요. 형편 때문에 공부하지 못했던 10대 시절, 고생만 하고 영양실조까지 경험했던 20대를 지나 그 이후로도 캄캄한 어둠 같던 날들이 지속되다가 이제야 비로소 살만해졌다 생각하니 암이 찾아왔다고 하셨습니다.

살만해졌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를 묻자 곧바로 “아내”라고 답하셨습니다. 착한 아내를 만나 가정을 이루고 손주를 안자, 세상이 아무리 힘들어도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고요. 이분을 붙잡아줄 ‘희망’은 바로 아내를 비롯한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족에 대한 얘기를 나눈 뒤, 검게 칠한 도화지에 반짝이는 별을 그려보기로 했습니다. 잠시 고민하더니 여섯 개의 별을 그려 넣으셨습니다. 자신과 아내, 자식 내외, 손주 둘의 수만큼 그린 겁니다. 그러고는 “사실 제 희망은 우리 손주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를 좋은 할아버지, 아버지로 기억해주기를 바라요. 오랫동안 이 아이들의 곁을 지킬 수 있도록 치료를 잘 받아야겠네요”라며 웃으셨습니다.

이 분처럼 어려움 속에 있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하기 전에는 먼저 현재의 어려움을 바라보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러면 자신이 처한 어려움 속에서도 세상을 가치 있게 바라보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게 됩니다.

암흑 같은 캄캄한 밤의 시간을 보내고 계신가요? 끝이 안 보이는 터널에 갇힌 것 같으신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너머에 빛 하나가 반짝인다면, 그것은 과연 어떤 빛일지 한 번 떠올려 보세요. 그리고 도화지 한 장을 꺼내 그 빛을 표현해 보세요. 희망은 분명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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