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말 번역해준다는 어플, 믿어도 될까?

입력 2022.12.16 10:14

울음 상황 유추할 수 있어도 정확한 뜻 몰라
488개 음성 파일 분석했을 뿐… 빅데이터 수준 못돼
전문가들, 단순 재미로 사용할 것 권장

고양이
고양이들은 고양이마다 개별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음성 언어 외에 표정과 몸짓으로도 의사 표현을 하기 때문에 고양이 음성 언어를 분석하는 것만으로 고양이의 심리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순 없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나만 보면 ‘야옹’ 대는 우리 집 고양이는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고양이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단 심리를 겨냥해 만들어진 어플리케이션이 있다. 바로 고양이 음성 언어 번역기 ‘미야오톡(Meow Talk)’이다.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휴대전화 마이크로 녹음하면 현재의 심리 상태를 ‘I’m hunting(사냥 중)’ ‘Mommy, where are you?(엄마, 어디 있어요?)’ ‘I’m going to attack (공격할 거야)’ 등과 같이 사람의 말로 번역해주는 기능이다. 아마존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알렉사(Alexa)’의 머신 러닝 킴에서 일하던 엔지니어가 개발에 참여한 것으로 화제가 돼, 대한민국 반려인들이 샤워 중인 고양이와 알 수 없는 옹알이를 계속하는 고양이에게 미야오톡을 사용해보는 영상이 유튜브에 꾸준히 올라왔다. 
어플리케이션 사용 화면
사진=미야오톡
◇미야오톡, “울음 패턴 알면 심리 유추 가능” 주장
울음소리는 몸짓·표정과 더불어 고양이가 주변과 소통할 때 사용하는 수단이다. 미야오톡은 고양이가 ‘어떤 때에 어떤 소리를 내는지’ 알면, 울음소리로부터 고양이의 심리를 추리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먹이를 기다리는 등의 특정 상황 맥락에서 고양이가 낸 소리들에 일관적으로 나타나는 ‘주파수 패턴’이 있다면, 고양이의 음성이 어떤 패턴을 보이는지 분석함으로써 당시 고양이가 처해있던 상황을 유추할 수 있단 것이다. 상황 맥락을 알면 고양이가 어떤 의도로 운 것인지 ‘울음의 의미’를 짐작해볼 수 있다. 친구에게 사탕을 뺏긴 아이가 우는 걸 보고서 ‘사탕이 먹고 싶어서 운다’고 아이의 심리상태를 추리하는 식이다.

미야오톡 홈페이지에 참고 자료로 제시된 논문 ‘서로 다른 상황 맥락에서 발산된 고양이 음성의 자동 분류(Automatic Classification of Cat Vocalizations Emitted in Different Contexts)’가 담고 있는 내용이 바로 이것이다. 이탈리아 밀라노대 연구팀은 메인쿤 성묘 10마리와 유러피안 숏헤어 성묘 11마리를 ▲먹이를 기다리는 상황 ▲낯선 곳에 고립된 상황 ▲주인이 털을 빗겨주는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시킨 후, 각각의 상황 맥락에서 고양이가 낸 소리를 녹음했다. 그 후, 같은 상황에 녹음된 음성들에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주파수 특성을 포착한 ‘주파수 표본’을 추출했다. 이 표본을 기준으로 개별 음성이 어떤 맥락에서 녹음됐는지 판단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더니, 90% 이상의 음성에 대해 녹음 상황을 정확히 맞췄다는 게 연구팀 주장이다.

◇울음소리 내는 상황 알아도 소리의 뜻 정확히 알 순 없어
고양이가 어떤 상황에서 낸 소리인지를 아는 게 곧 그 소리의 의미를 아는 것과 같다는 게 논문의 기본 전제다. 문제는 이 전제 자체가 틀렸단 것이다. 어떤 말이 어떤 상황에서 말해졌는지가 그 말의 뜻을 구체적으로 확정하진 못하기 때문이다. 20세기 미국의 분석 철학자 콰인은 이를 ‘번역의 불확정성 문제’라고 말하며 다음과 같은 예시를 들었다. 한 언어학자가 완벽히 낯선 언어를 사용하는 오지의 원주민을 맞닥뜨렸다. 그 원주민은 토끼가 앞에 보일 때마다 “가바가이(gavagai)”라고 말한다. 언어학자의 모국어 체계에서 그 상황에 대응되는 말은 ‘저기 토끼가 있다’다. 그러나 이 사실만으로 “가바가이”란 말이 ‘저기 토끼가 있다’는 뜻이라고 할 순 없다. 원주민이 ‘살아있는 토끼 몸뚱어리가 있네’라는 뜻으로 말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원주민과 뇌를 공유하지 않는 언어학자로선 어느 것이 '진짜 의미'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동물행동심리연구소 폴랑폴랑(PolangPolang)의 김윤정 대표는 “고양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소리를 내는지 보고 ‘기쁨’ 같은 감정 상태를 넘어 ‘너에게 나는 특별해’ 같은 구체적 발화 의도까지 확인할 순 없다”며 “누군가가 타인을 보고 ‘꺅’ 비명을 질렀다고 해서 그 소리가 반드시 ‘나 저 사람 보고 놀란 거 알아?’란 뜻이라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내가 아는 사람인가?’ 혹은 ‘가스 불을 끄고 나왔나?’ 라는 의미를 담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마다 언어 달라… 일반화된 의미 해석은 한계 有
고양이는 자신만의 개별적 언어가 있다. 강아지처럼 외출이 잦지 않아 가정에 한 번 입양되면 다른 고양이와 접촉할 기회가 거의 없다. 반려인의 언어 패턴이나 억양을 따라 하며 자신만의 고유한 언어 패턴을 형성하지만, 다른 고양이와 대화해 그의 언어를 배울 일은 적다.

주파수가 비슷한 음성들을 하나의 의미 범주로 묶어서 고양이의 말뜻을 해석하는 덴 한계가 있다. 고양이들은 같은 상황에서 같은 의미를 전달할 때 서로 다른 소리를 내기도 해서다. 밀라노대 연구팀이 만든 시스템 역시 고양이가 고립 상황에서 낸 소리의 7.41%를 빗질을 받는 상황에서 낸 소리로, 빗질을 받는 상황에서 낸 소리의 4.76%를 먹이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낸 소리로 잘못 판단했다. 음성 분석만으로 고양이의 의사를 정확히 이해할 순 없다. 고양이의 표정, 상황 맥락, 몸짓 등 의미 형성에 관여하는 요소들을 총체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아직은 ‘단순 재미’, 번역기로서의 효용은 낮아
김윤정 대표는 “미래에 딥러닝 기술이 더욱 발전하고, 엄청나게 방대한 고양이 음성 데이터가 마련돼야 고양이 말을 사람 말로 번역하는 걸 시도라도 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그런 기술과 데이터가 없고, 고양이 연구자들도 아직 고양이 언어를 분석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밀라노대 연구팀은 메인쿤 고양이에게서 196개, 유러피안 숏헤어 고양이에게서 252개, 총 448개의 음성 파일을 얻어 연구에 활용했다. 빅데이터라 말할 수 없는 수준이다.

반려동물 언어 번역 어플리케이션이든, 반려동물 언어 번역 기기이든, 아직은 재미로만 써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김윤정 대표는 “지금으로선 고양이의 울음소리에서 ‘배고픔’ 등 일반적 감정 상태만 확인할 수 있다”며 “울음소리를 ‘나 아직 밥 안 먹었어’ 같은 구체적인 요구사항으로 해석하는 건 인간 입장에서 고양이의 생각이 이럴 것이라고 상상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동물 단체 우드 그린(Wood Green)의 고양이 행동 전문가인 줄리엣 존스는 영국 비비씨(BBC)와의 인터뷰에서 “고양이가 가르릉거린다고 해서 행복하고 편안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애정을 갈구하거나 불편해서 내는 소리일 수도 있다”며 “앱은 지금으로선 오락용으로만 사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