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고맙다” “사랑한다” 표현할수록 마음이 커집니다

힘겨운 치료 과정을 겪으면서, 암 환자들은 자신의 옆에 있는 가장 편한 대상인 보호자에게 쉽게 짜증을 내곤 합니다. 주변 사람들도 “현명한 보호자가 환자를 살린다”라는 말로 보호자에게 부담을 주기도 합니다. 사실은 보호자도 환자만큼이나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54세의 유방암 환자 한 분이 계셨습니다. 그 곁에는 이제 막 대학교에 입학한 스물한 살 딸이 항상 함께 했습니다. 해외에 주재원으로 나가 있는 남편을 대신해 딸이 보호자 역할을 맡게 된 것이지요. 얼마나 야무지게 환자를 잘 돌보는지, 또 환자와 관계가 얼마나 좋은지 병실에서는 ‘효녀’라는 별명으로 불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 근처 카페에 갔다가 ‘효녀’ 딸이 친구들과 함께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를 알아본 딸은 “엄마에게는 제가 카페에 온 것을 비밀로 해달라”고 신신당부를 하였습니다. 스물한 살 대학생이 친구와 카페에서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일인데 왜 비밀로 해달라는 걸까요? 맞습니다. 자신만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게 아픈 엄마에게 미안했기 때문입니다.

환자와 보호자의 삶을 들여다보면 다양한 인생의 단상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환자의 곁을 지키는 보호자는 환자를 향한 미안함, 안쓰러움을 늘 갖고 있습니다. 그런 감정 때문에 단 하루도 마음 편히 보내는 게 힘이 듭니다. 하지만 ‘아픈 사람’과 ‘돌보는 사람’으로 역할이 구분되면서부터 자신의 힘든 사정은 뒷전으로 미뤄둘 때가 많습니다.

많은 환자와 가족들을 보면서 발견한 사실이 있습니다. 가족 간의 사랑은 구성원, 질병의 중증도, 학력, 경제력 등과는 무관하게 ‘표현’을 할 때 더 돈독해진다는 것입니다. 미안한 것을 “미안하다”고 말하고 고마운 것을 “고맙다”고 말하고 사랑하는 것을 “사랑한다”고 말할 때 마음이 충만해지고 가족의 사랑이 더욱 견고해집니다. 견고한 가족 간의 사랑은 결국 환자의 회복에 큰 도움이 됩니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습니다. 내 옆을 지켜주는 보호자, 아프지만 내 옆에서 열심히 치료 받고 있는 환자에게 각자가 느끼는 감정을 충분히, 후회 없이 전달하길 바랍니다. 말로 표현하는 게 어떤 분들에게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일 수 있습니다. 이때, 그림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보세요. 어떤 그림을 그릴지, 어떤 색을 칠할지 고민하다 보면 상대방에 대한 내 감정을 알아차리고 정리할 수가 있습니다.

잠시라도 환자와 혹은 보호자와 분리돼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져보세요. 보호자는 애쓰고 있는 자기 스스로에게 위로와 격려의 말을 건네 봅니다. 특히 자신의 ‘주체성’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습니다. 환자만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자신에게 잠깐의 쉴 틈을 주는 겁니다. ‘보호자’가 아닌 ‘나 자신’으로서 느끼는 세상<그림1>을 표현해보세요.

환자의 입장에 서 있다면 보호자가 자신에게 쏟는 노력에 대한 감사함을 한 번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그 마음을 그림으로 그려보세요. 항상 곁에서 나를 지지해주는 보호자에 대한 고마움<그림2>을 표현하는 겁니다.

지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길고 긴 투병 생활 동안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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