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독소’ 붙은 스마트폰, 알레르기 주범이라고?

입력 2022.11.17 17:00

전자파까지도 영향… 호흡기 질환 악화시켜

일러스트=박상철 화백
한국 갤럽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100명 중 3명에 불과하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흔히 사용하는 스마트폰에 각종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심각할 정도로 많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미국 알레르기 천식 면역학회(ACAAI) 연례 회의에서 발표됐다. 세브란스병원 알레르기내과 박경희 교수는 "알레르기 소인이 있거나 알레르기 비염, 알레르기 결막염, 천식, 아토피 피부염 등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환자라면 스마트폰으로 원인 유발 물질에 노출됐을 때 알레르기 질환이 발병하거나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스마트폰에 붙어있는 물질, 알레르기 질환 유발·악화해
미국 아이오와대 공중보건학과, 보스턴 아동병원 공동 연구팀은 스마트폰에 얼마나 많은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험참가자 15명의 스마트폰을 수거해 알레르기 유발 물질 농도를 확인했다. 그 결과, β-D 글루칸(BDG), 박테리아 내독소(엔도톡신) 등 알레르기 유발 물질과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 항원이 발견됐고, 그 수치도 높았다. BDG는 곰팡이 세포벽에서 발견되는 항원으로 기도를 자극하며, 특히 알레르기 비염을 악화시킨다. 코점막 상피세포에 존재하는 수용체가 이 물질을 인식해 비염을 악화한다. 내독소는 그람 음성 세균의 세포 외막 성분으로, 기도 속 염증 반응을 활성화한다. 특히 천식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 항원은 반려동물 키우는 사람의 스마트폰에서 높은 농도로 검출됐으며, 키우지 않는 사람의 스마트폰에서도 발견됐다. 연구팀은 "스마트폰이 여러 환경에 놓이면서 항원 분자들이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의 스마트폰에도 붙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알레르기 비염, 천식 등 알레르기 호흡기 질환이 있는 환자라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스마트폰 전자파가 호흡기 질환을 악화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기 때문. 아주대병원 이비인후과 연구팀이 실험 참여 그룹에 스마트폰과 같은 주파수(1.8GHz)와 세기(SAR=1 W/Kg)의 전자기파에 노출한 뒤 코점막 점액 섬모의 운동 횟수를 관찰했더니, 스마트폰 전자기파에 노출된 섬모는 정상 섬모보다 11% 덜 운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점액 섬모 운동 능력이 떨어지면 외부 물질이 체내 들어오기 훨씬 쉬워져, 염증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원래 호흡기 질환이 있던 사람이라면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 연구팀은 "특히 비염 등 호흡기 질환이 있는 환자는 주의해서 스마트폰을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성인, 소아 모두에게 나타나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이 많이 붙어있는 스마트폰에 지속해서 노출되면 우리 몸엔 어떤 변화가 생길까? 가천대 길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강성윤 교수는 "스마트폰을 손으로 만진 후 그 손으로 얼굴을 만지거나, 전화 받으려고 스마트폰을 얼굴에 가져다 대는 등의 행동으로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이 호흡기 등을 통해 우리 몸으로 들어가면 면역 과민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며 "흔히 소아에게 더 잘 일어나지만, 성인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통 눈이 가렵거나 붓거나 충혈되는 결막염, 콧물, 재채기, 코막힘 등이 나타난다. 이 반응이 만성화되면 천식, 알레르기 비염, 아토피 피부염 등 알레르기 질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알레르기 질환 증상은 보통 오전에 더 심하고, 기침 등 기관지 증상은 밤이나 새벽에 더 심해진다.

◇주기적으로 소독해야
그렇다고 스마트폰을 안 쓸 수는 없다. 주기적으로 스마트폰을 알코올 솜으로 깨끗이 닦아주는 것만으로도 알레르기 질환이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연구팀은 스마트폰에 붙어 있는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소독제도 확인했다. 70% 이소프로필알코올, 표백되지 않은 클로락스(0.184% 벤질, 에틸 벤질 염화암모늄), 0.12% 클로로헥시딘, 0.05% 세틸피리디늄 염화물, 3% 벤질벤조에이트, 3% 탄닌산으로 스마트폰을 닦은 뒤, 닦지 않은 것과 비교했더니, 클로로헥시딘과 세틸피리디늄이 BDG와 내독소를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이었고, 벤질벤조에이트와 탄닌산이 반려동물 항원을 잘 제거했다. 그냥 알코올 소독제로 닦는 것도 아예 닦지 않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었다. 박경희 교수는 "알레르기 질환이 있다면 유발 물질에 대한 노출을 줄이기 위해 주기적으로 스마트폰을 닦는 등의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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