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윈데믹에 감기약 동날라… 정부 제약사에 약가 인상 혜택

입력 2022.10.25 16:46

약가 인상이 달갑지 않은 제약사
“감기약 이미 최대 물량 생산, 증산 한계”

감기약
동절기 트윈데믹 대비를 위한 감기약 약가 인상이 유력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재유행과 인플루엔자(독감) 대유행 조짐이 보이면서 정부가 분주해졌다. 지난봄, 여름 코로나 재유행으로 발생했던 감기약 대란 반복을 막기 위해서다. 정부는 제약사가 더 많은 감기약을 생산할 수 있도록 각종 행정적 혜택을 제시하고 있다. 약가 인상이라는 파격적인 혜택까지 예고하며, 감기약 증산에 높은 기대를 걸고 있으나, 제약사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사용량 약가 연동제 받고 약가인상까지 '유력'
정부가 파격 혜택 카드로 꺼내 든 감기약 약가 인상 시행은 유력하다.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심사평가원 등 정부부처와 제약업계는 지난 18일 감기약 생산량 증대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선 감기약 수급 안정화를 위한 약가 인상, 특히 아세트아미노펜 증산과 약가 인상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정부는 제약계에 감기약 약가 인상 희망 여부, 인상률 등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고, 제약계는 의견 전달을 마쳤다. 구체적인 약가인상 근거 자료만 제출하면 되는 상황이다.

그간 복지부는 감기약이 약가 인상을 위한 약가 조정 신청기준에 적합하지 않다며, 사용량 약가 연동제 제외는 가능해도 약가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국회의 감기약 증산 요청에 식품의약품안전처 오유경 처장이 "식약처에서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썼다"며, “약가 조정 필요성을 제기해 약가 인상 논의를 시작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했다.

사용량 약가연동제란 의약품 매출이 전년보다 일정 비율 이상 증가할 경우, 약가 협상을 통해 보험약가를 최대 10% 인하하는 제도이다. 코로나 재유행으로 사용량이 늘어난 감기약은 약가가 인하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그 때문에 정부 요청에 따라 감기약 생산량을 늘렸던 제약사가 오히려 손실을 보게 돼 생산량을 조절하려 하자, 정부는 특정 기간에 생산·사용된 감기약은 사용량 약가연동제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구체적인 사용량 약가연동제 제외 품목과 기간을 조율 중인 상황에서 감기약 약가 인상을 추가로 진행하는 것이다.

정부는 감기약 약가 인상 자료만 준비되면, 즉시 약가 인상을 위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감기약 약가 조정은 제약사에서 원가 인상 근거자료를 첨부해 심평원에 신청하면, 검토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약가 인상 빌미 감기약 증산 압박, 웃지 못하는 제약사
감기약 약가 인상이 사실상 확정된 분위기이나 제약사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약가가 오른다고 해서 생산량을 더 늘릴 수 없기 때문이다. 제약사들은 약가 인상이 생산량 증대로 이어질 수 없는 상황에서 약가 인상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해열진통제, 진해거담제 등을 생산하는 국내 A 제약사 관계자는 "약가 인상이 되면 생산량을 더욱 늘어야 한다는 압박, 수급 부족에 대한 제약사의 책임이 커질 것"이라며, "이미 생산 가능한 최대 물량을 생산하고 있어 생산량을 더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선 걱정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사 B사 관계자도 "올해 2~4월처럼 밤샘을 하며 24시간 감기약 생산을 하는 건 아니나, 지금도 공장 가동률이 100%를 초과한 상태"라며, "약가가 올랐다고 무리해서 증산하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약가가 인상되면, 제약사가 이익을 위해 생산량이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일각의 예측은 잘못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 C씨는 "약가 인상이 된다면 좋기야 하겠으나 감기약 약가 인상은 수익에 크게 도움이 되지도 않고, 부담만 큰일이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약가인상이 가장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전문의약품 아세트아미노펜 1정이 51원인데, 약가 인상은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되는 일이라 인상 폭이 클 수 없다"라며, "애초에 전문의약품 감기약은 큰 이익을 위한 품목이 아니다"고 밝혔다.

한편, 전문의약품 감기약 약가 인상 여부와 별개로 일반의약품 감기약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은 작다.

감기약을 생산하는 국내 제약사 대부분이 감기약 수급 안정성 차원에서 일반약 가격 인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일반의약품 진해거담제 '코푸시럽에스' 등을 생산하는 유한양행 관계자는 "전문의약품 약가가 인상되지 않는다고 해서 일반의약품 약가를 인상하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감기약 수급 우려가 계속되는 상황이기에 당분간 일반의약품 감기약 인상은 없을 예정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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