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만 나면 ‘점(占)’보는 사람들… ‘불안 시대’ 산물? [별별심리]

입력 2022.10.20 17:49

안심·확신을 얻으려는 심리… 조언 정도로 받아들여야​

사례1. A씨는 오늘도 점집을 찾았다. 이번 달에만 세 번째다. 묻고 싶은 것도, 듣고 싶은 것도 많다. 가족의 건강, 자식의 혼사는 물론 크고 작은 고민에 답이 필요할 때도 점쟁이를 찾는다. 갈 때마다 10~20만원씩 복채도 꼬박꼬박 낸다. 그렇게 들어간 돈이 올해만 수백만원에 달한다. 주변 사람들이 말려보지만 소용없다. 맞든 틀리든 일단 ‘그분’의 말을 들어봐야 한다.
사례2. 대학생 B씨가 처음 ‘점집’을 찾은 건 고3 때였다. 수능을 앞둔 그는 점집을 방문해 예상 성적, 진학 전망 등을 물었고, 점쟁이가 시키는 대로 모든 생활패턴을 바꿨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원하는 성적을 얻어 좋은 대학에 진학했다. 이후 그는 틈날 때마다 점집을 찾고 있다. 진로나 이성 친구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는 물론,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고 다이어트를 할 때도 점쟁이에게 조언을 구한다. 고민이 해결되지 않아도 일단 점을 보고 실행에 옮겨야 마음이 편하다.

점을 보는 그림
일러스트=박상철 화백
◇남녀노소 ‘점’ 인기… ‘불안한 시대’의 반증
요즘 시대에 점(占)은 하나의 취미생활로 자리 잡았다. 날짜를 정하고 주기적으로 점집을 찾는가 하면, 재미삼아 지인과 함께 점이나 타로를 보러 가는 이들도 쉽게 볼 수 있다. 과거보다 점집 문턱 또한 낮아졌다. 젊은 사람들도 다양한 이유로 점집을 찾고 있으며, 점집이 아닌 웹 사이트, 전화 통화, 메신저 등을 통해 점을 보기도 한다.

사람들이 점을 보는 이유는 궁금증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서다. 다가올 미래, 특정 사건에 대한 궁금증이 될 수 있고,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될 수도 있다. 궁금증은 ‘불안’을 의미하기도 한다. 사람은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 있을 때 궁금해하는 동시에 불안해한다. 점을 보고 궁금증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 역시 불안함·불확실성을 걷어내고 안심과 확신을 얻으려는 심리로 볼 수 있다. 특히 불안함·불확실성이 클수록 점에 의존하고 빠지기 쉽다. 연세대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는 “인간은 불안하고 고민이 있을 때 누군가의 말을 참고하거나 자신이 생각했던 방향으로 잘 가고 있다는 확신을 얻고자 한다”며 “점에 많이 의존한다는 것은 현재 심적으로 불안하고 힘들다는 것을 반증한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보편적인 말도 ‘내 이야기’라고 생각… 회피수단 삼기도
점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대개 두 가지다. 다시는 점을 보지 않겠다고 다짐하는가 하면, 반대로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기도 한다. 후자에 해당될 경우, 특히 점을 본 뒤 궁금증이 풀리거나 불안감이 사라지고 점괘가 구체적으로 들어맞은 경우 더 자주, 쉽게 점집을 찾고 의존하게 된다. 점의 ‘적중률’이 ‘재방문률’로 직결되는 셈이다.

점 특성상 점을 본 사람들은 적중률이 높다고 느낄 가능성이 크다. 실제 점괘가 구체적으로 적중할 때도 있지만, 보편적인 이야기를 자신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일종의 ‘바넘 효과(보편적으로 적용되는 특성을 자신과 일치한다고 믿는 현상)’다. 단국대 심리학과 임명호 교수는 “점을 보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성격, 상황이 자신에게만 있는 것처럼 들리고, 틀린 부분보다 맞힌 부분에 더 집중하게 된다”며 “특히 점집에서는 대부분 이분법적으로 말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생기기 쉽다”고 말했다.

성격 특성으로 인해 점을 잘 믿고 쉽게 점에 기대게 될 수도 있다. 사소한 일에 큰 불안함을 느끼거나 타인의 말에 잘 흔들리는 사람은 물론,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사람 역시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철저하게 대비하기 위해 결정의 순간마다 점집을 찾곤 한다. 의존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의 경우 회피 수단으로 점을 보기도 한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점을 봄으로써 미래에 벌어질 결과에 대한 책임을 자신의 ‘능력’이 아닌 ‘운명’이라는 외부 요인으로 돌리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원인이 자신한테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최종 결정권자는 자신, 조언 정도로 받아들여야
점은 불확실하고 불안한 상황에서 안정감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 ‘목적을 이루려면 무언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그 일에 매진해 원하는 결과를 얻거나, ‘노력하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기도 한다.

문제는 지나치게 의존하고 맹신하는 경우다. 점에 대한 믿음이 과도하면 사소한 결정을 내릴 때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판단력을 잃고 점집에서 들은 말들을 법처럼 여기고 맹목적으로 따를 위험도 있다.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 본 점이 오히려 불안감을 키워 다른 점집을 전전하게 되기도 한다. 이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으려면 점을 조언 정도로 받아들이고, 최종 결정권은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항상 인지해야 한다. 불안감이 크면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동시에,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 준비해야 할 사항들을 돌아보는 노력도 필요하다. 임명호 교수는 “조언을 듣는 것은 좋지만 결정권까지 넘겨줘선 안 된다”며 “자신은 결국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자신만큼 ‘나’에 대한 객관적 정보가 많은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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