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찌기 싫은데… ‘씹뱉’이 ‘먹토’보다 낫다?

입력 2022.10.05 09:00

씹고 뱉기도 섭식장애 증상… 만성화 위험
장 기능 떨어지고 식욕 호르몬 교란 문제도

섭식장애
음식을 씹고 뱉는 것은 먹은 음식을 토하는 것만큼이나 위험한 섭식장애 증상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식욕이 폭발하는데, 살은 빼고 싶다. 음식 맛은 느끼고 싶은데, 열량을 섭취하긴 싫다. 상반되는 두 욕망 사이에 절충안으로 나타난 게 바로 ‘씹뱉(씹고 뱉기)’ 다이어트다. 말 그대로 음식을 입에 넣고 씹다가 뱉는 것이다. 삼키지 않기 위해서다.

‘씹뱉’은 음식을 먹은 후 토해내는 ‘먹토’와 닮았다. 둘 다 음식으로 열량 섭취하길 극도로 꺼리는 데서 비롯된 행동이다. 소셜미디어엔 ‘그래도 먹토보단 씹뱉이 낫다’는 여론이 많다. 이미 먹은 걸 게워내는 것보단 삼키기 전에 뱉는 게 덜 해롭단 것이다.

◇‘먹토’뿐 아니라 ‘씹뱉’도 심각한 ‘섭식장애’ 증상
음식을 먹고 토하는 행위가 섭식장애 증상이란 건 비교적 널리 알려졌다. 반복적으로 음식을 게워내는 게 건강에 이로울 리 없어서다. 먹토가 몸에 남기는 후유증 중 하나가 치아 손상이다. 토하는 과정에서 이가 산성의 위액에 자주 노출되면 치아 표면인 ‘법랑질’이 닳는다. 귀 아래 침샘인 ‘이하선’이 비대해지기도 한다. 손가락을 목구멍 깊숙이 찔러넣어 구토하는 습관이 있다면, 손등 부근이 앞니에 쓸린 상처인 러셀 사인(Russell’s sign)’이 생길 수 있다. 극도의 절식 탓에 혈청 내 칼륨 농도가 지나치게 옅어졌다면 심부정맥이 발생할 위험도 있다.

‘씹고 뱉기’는 ‘먹고 토하기’ 보다 사소한 행동이지만, 이 역시 섭식장애 증상이다. 둘 다 음식을 먹고자 하는 충동을 이기지 못해 폭식했을 때 이를 어떻게든 무마하려는 시도다. 2015년 국제학술지 ‘통합정신의학(Comprehensive Psychiatry)’에 실린 한국 연구팀의 논문에 의하면, 연구에 참여한 359명의 섭식장애 환자 중 24.5%에서 음식을 씹고 뱉는 증상이 관찰됐다. ‘씹고 뱉기’를 하는 환자들은 하지 않는 환자보다 섭식장애 병력이 더 심한 경향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씹고 뱉기’의 위험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율리 교수는 “음식을 씹고 뱉는 방식으로 다이어트를 하다가 만성적인 섭식장애를 얻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경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오미애 교수 역시 “대부분 사람은 음식을 씹고 뱉는 걸로 문제가 생기진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조기에 개입해서 치료하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계속 ‘씹뱉’ 하다간… 소장·대장 벽의 근육 손실돼
음식을 씹기만 하고 삼키지 않으면, 우리 몸은 소화할 음식이 없다. 장이 운동하는 빈도가 줄어들다 보면 소장과 대장 벽의 근육이 손실될 수 있다. 장의 운동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선 음식을 조금만 먹어도 속이 더부룩해지고, 장이 가스로 팽창하게 된다. 대장에 사는 유익균이 줄어들어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생길 우려도 크다.

음식이 몸에 들어오기가 무섭게 빠져나가니, 혈액과 세포 내 당 수치가 급격히 변하는 것도 문제다. 신체 균형이 깨지면 식욕 관련 호르몬 분비가 교란돼 폭식하기 쉬워진다. 폭식 후엔 식욕을 억누르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먹은 음식을 도로 토하거나, 다음번 식사 때 음식물을 씹기만 하고 뱉어낸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뇌의 식욕 중추가 둔감해져 점점 더 많은 양의 음식을 갈구하게 된다. 폭식과 먹토·씹뱉이 번갈아 나타나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 피부 발진·근력 약화 등 이상 증상 생기면 병원 가야 
김율리 교수는 먹고 토하기·씹고 뱉기를 멈추고 싶다면 우선 체질량지수(BMI)를 19~24로 유지하라고 한다. 체중이 표준 이하로 내려가면 음식을 섭취하고자 하는 생물적 본능이 강해져, 뇌의 식욕 시스템이 더 활발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규칙적인 식사로 몸에 음식이 안정적으로 공급된단 신호를 줘야 신체 균형을 되찾을 수 있다. 끼니를 여러 번 나눠 먹으면 저혈당 상태에 빠지거나 극심한 허기를 느끼는 것도 예방된다. 식사 속도는 너무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게 좋다. 소화기관을 지나며 영양분이 천천히 흡수되는 음식을 먹으면, 우리 몸의 신경 신호들이 잘 작동해 과식하지 않고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즐거운 식사를 위해 다양한 음식을 시도해봐야 하나, 당지수(GI)가 높은 식품은 삼간다. 폭식하기 쉬운 자극적인 음식도 마찬가지다. 온종일 음식이나 다이어트 생각이라면 몰두할 만한 취미를 만들어보자.

이상을 스스로 실천할 수 없다면 반드시 전문의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극심한 신체 이상이 생겼을 때도다. 오미애 교수는 다이어트를 하다 ▲피부 발진 ▲호흡 곤란 ▲심한 탈진 ▲발가락이 차고 푸르러짐 ▲대퇴부·어깨 근육이 약해져 계단을 오르거나 팔 들기가 어려움 ▲일어날 때 쓰러진 적 있거나 심하게 어지러움 등의 증상을 경험했다면, 즉시 병원을 방문하길 권했다. 절식 탓에 신체 상태가 극도로 나빠졌다는 신호여서다.

음식을 제대로 섭취하기가 어려워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으면 영양치료와 정신심리치료를 받게 된다. 식습관·체중을 정상 수준으로 회복하고, 체중·체형·음식에 관한 왜곡된 생각을 바로잡기 위함이다. 필요한 경우 약물치료가 추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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