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가 썩는 병… 술이 고관절까지 망칩니다"

입력 2022.10.04 06:00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고관절 명의'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정형외과 송주현 교수

  고관절은 신체에서 가장 큰 엉덩이 관절이다. 우리 몸의 체중을 가장 많이 받는 관절이기도 하다. 어떤 자세나 상태에 있든 몸의 하중을 받기 때문에 고관절은 퇴행성 변화를 비롯해 다양한 질환이나 외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다양한 고관절 질환이 있지만 대표적인 것이 ‘대퇴골두 괴사증’과 ‘비구 이형성증’이다. 이 두 질환은 인공 고관절 치환술까지 이어질 정도로 악화되는 경우도 많다. 국내 손꼽히는 고관절 수술 명의인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정형외과 송주현 교수를 만났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정형외과 송주현 교수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정형외과 송주현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고관절에 이상이 있을 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은? 
고관절에 문제가 생긴 환자들이 주로 호소하는 증상은 양반다리를 할 때 사타구니에 생기는 통증, 골반 통증, 엉덩이 통증이다. 양반다리를 하면 고관절에 가해지는 압력이 커져 아픔을 느끼게 되는 것. 앉았다 일어서거나, 차에 타고 내릴 때, 다리를 구부리거나 벌릴 때, 비틀 때도 아파한다. 때문에 특별한 이유 없이 사타구니, 골반, 엉덩이 통증이 1~2주 이상 지속될 때는 병원을 찾아 그 원인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 고관절 질환은 통증이 심한 편이다. 

그래픽
고관절의 구조/헬스조선 DB
-대표적인 고관절 질환은?
먼저 고관절의 구조를 살펴보면, 허벅지 뼈인 ‘대퇴골’의 맨 윗부분은 동그란 전구처럼 생겼는데, 이 전구 같은 대퇴골의 일부를 머리 두(頭)자를 써서 ‘대퇴골두’라고 한다. 동그란 대퇴골두가 골반 아래 양쪽에 움푹 들어간 ‘비구’와 맞물려 돌아가는 관절이 바로 고관절이다. 대퇴골두에 혈액이 제대로 안가 뼈가 썩는 질환이 대퇴골두 괴사증이다. 비구 이형성증도 비교적 흔하다. 선천적으로 비구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아 대퇴골두를 완전히 감싸지 못해서 발생한다. 어릴 땐 괜찮지만 나이들수록 관절염 위험이 높아진다. 최근에는 골다공증이 있는 노인들이 증가하면서 고관절 골절 환자도 늘고 있다. 이들 질환 중 인공 고관절 치환술의 대상이 되는 대부분의 질환이 대퇴골두 괴사증과 비구 이형성증이다.

-대퇴골두 괴사증이란?
대퇴골두 괴사증은 대퇴골두로 혈액이 제대로 안가 대퇴골두 세포가 괴사하고 대퇴골두가 찌그러지면서 통증을 유발하고, 관절이 파괴되는 질환이다. 원인은 크게 외상성과 비외상성으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외상성은 대퇴골두 아래 부분인 대퇴골 경부의 골절이나 대퇴골두가 비구에서 빠져나가는 고관절 탈구 이후에 주로 발생한다.
비외상성 대퇴골두 괴사증은 지나친 음주가 가장 큰 원인이다. 그 다음이 다량의 스테로이드 사용이다. 나머지 20%는 원인을 모른다. 대퇴골두 괴사증은 생각보다 많다. 국내 조사 결과, 유병률이 10만 명당 30명이 었다. 흔하지도 않지만 적지도 않은 수치다. 주요 발병 연령대는 30~50대. 과거에는 남자가 훨씬 많았는데, 지금은 여성도 꽤 많다. 환자의 80%가 양쪽 고관절 모두에 발생한다.

-술이 왜 위험한가?
과음 한 번 했다고 괴사증이 오는 것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5회 이상, 한 번에 소주 2~3병을 마시는 지나친 음주를 장기간 하게 되면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환자 중에 냉면 사발에 소주를 가득 따라 마실 정도로 술을 좋아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소주 같은 독주가 위험하다. 정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술을 많이 먹으면 대퇴골두에 지방세포가 많이 생기고 혈관을 눌러 괴사증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추정한다. 술은 또 혈액을 끈적하게 만들어 혈액 순환을 방해한다.

-대퇴골두 괴사증은 어떻게 진단하나?
영상검사와 증상에 따라 0~4기로 나눈다. 아무 증상이 없고 MRI에서만 발견되는 0기, 엑스레이에서까지 약간의 이상을 보이는 1기, 가끔 사타구니가 아파오면서 앉을 때 양반다리를 못하게 되는 2a기, 대퇴골두에 금이 가면서 아픈 정도가 심해지는 2b기, 대퇴골두가 완전히 찌그러지면서 전구같이 동그란 제 모양을 소실하는 3기와 고관절 자체의 관절염까지 심하게 진행하는 4기로 구분이 된다. 한편, 환자의 5% 미만에서 병이 진행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약으로 치료가 되나?
대퇴골두 괴사증은 약이나 보존적 치료로 좋아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20가지 약이 치료에 시도됐지만 모두 실패했다. 일단 진단을 받으면 진행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체중을 줄여야 하고, 한발로 서있거나 오래 서있는 습관을 피해야 한다. 허벅지 근육을 키우는 운동을 해야 한다.

-생비골 이식술과 동종골 감압술은 무엇?
두 수술 모두 대퇴골두 등 관절을 살리는 보존적 수술법이다. 인공 고관절 수술을 하기 전에 시도해볼 수 있다. 먼저 생비골 이식술은 장딴지에 있는 가느다란 뼈 '비골'의 일부를 혈관까지 같이 떼서 대퇴골두에 이식하는 수술이다. 젊은 사람에게 시도해볼 수 있으며 성공률은 60%다. 동종골 감압술은 대퇴골두에 작은 구멍을 내어 골두 내부 압력을 줄여준 뒤 다른 사람의 뼈를 차곡차곡 심어서 이식하는 방법이다. 역시 성공률은 60% 정도. 이런 수술들은 관절을 보존할 수 있지만 골 괴사가 너무 크면 버티기 힘들다. 또한 술 등 위험인자를 중단해야 한다. 술이 원인이라면 술을 아예 끊어야 한다. 이런 보존술은 수술 시간이 평균 6시간이나 걸릴 정도로 힘든 수술이지만 인공 고관절 수술을 늦추는 데 효과가 있어 젊은층에서 시도해볼만 하다.
인공 고관절 치환술에 사용되는 인공 관절
인공 고관절 치환술에 사용되는 인공 관절/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결국 인공관절 치환술을 해야 할 때는?
3~4기는 인공 고관절 치환술이 불가피하다. 괴사된 부위를 제거하고 인공 고관절을 삽입하는 수술이다. 과거에는 인공 고관절을 오래 사용하다보면 마모 입자가 발생했다. 연골 역할을 하는 라이너의 재질로 플라스틱이 사용돼 마모가 잘 됐다. 마모 입자는 몸에서 염증이 생기는 등 문제가 있었다. 최근에는 세라믹 도자기로 소재가 바뀌면서 마모가 잘 되지 않아 이런 문제가 줄었다. 과거엔 인공 고관절 수술 시기를 최대한 늦추려고 했지만, 최근 인공 고관절이 발전해서 수명이 30년 이상으로 늘어나 비교적 젊은 나이인 50대에서도 시도해볼만 하다. 인공 고관절은 기능뿐만 아니라 통증 개선에서도 효과가 좋아 수술 4~6주가 경과하면 일반인과 거의 동일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모든 수술이 그러하듯, 인공 고관절에도 드물지만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감염, 탈구, 좌골 신경 마비 등이 대표 합병증이다.

-고관절 인공관절 치환술이 무릎보다 어려운 수술이라고 하던데?
무릎은 비교적 피부와 가까운 관절이라 절개하면 바로 관절이 드러난다. 수술 중에 피도 덜 난다. 반면 고관절은 우리 몸 깊숙이 있고 큰 근육이 둘러싸고 있어 수술 중 피가 많이 난다. 다만 고관절 주변에 근육이나 인대가 크고 튼튼해 인공 고관절로만 잘 바꿔주면 환자 만족도가 무릎 인공관절보다 높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정형외과 송주현 교수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정형외과 송주현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비구 이형성증은 선천적으로 얼마나 많이 발생하나? 
비구 이형성증은 비구가 대퇴골두를 충분히 못 덮는, 고관절의 구조적 이상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고관절을 이루는 비구가 태어날 때부터 작거나 발달과정에서 비구 형성이 충분히 되지 않아, 비구가 대퇴골두를 완전히 감싸지 못해 생긴다. 대퇴골두가 비구 사이로 덜 들어가게 되면 고관절이 불안정해지면서 향후 관절염이 발생할 수 있다. 비구 이형성증의 정확한 발생 원인은 알 수 없지만, 가족력, 둔위 출산, 인종적 차이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생률은 10만 명당 10명 정도다.

-비구 이형성증은 조기 발견이 안된다?
비구 이형성증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대퇴골과 비구 사이에 기본적으로 완충 작용을 하는 연골이 있어서다. 성장을 해나가면서 체중이 늘고 활동량이 많아지면 고관절에 가해지는 충격과 압력이 늘어나게 되는데, 비구 이형성증으로 대퇴골과 비구의 접촉면이 좁은 경우에는 충격을 분산하지 못하면서 연골에 무리가 간다. 연골이 계속해서 충격을 받게 되면 연골이 찢어지거나 닳게 되고, 뼈와 뼈가 직접 부딪히면서 통증이 발생하게 된다. 환자들은 사타구니 통증을 흔하게 호소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절뚝거림이 발생하며, 장시간 서 있거나 활동을 하면 증상이 악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비구 이형성증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조기 고관절염으로 진행할 확률이 높다. 환자들 가운데는 비구 이형성증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지내다가 성인이 된 후 갑자기 생긴 통증으로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

-비구 이형성증은 어떻게 치료하나?
치료는 크게 보존적 치료(물리‧약물‧주사치료 등)와 수술적 치료로 나뉜다. 보존적 치료로는 체중이 부하되는 운동을 삼가고, 근력을 키울 수 있는 자전거(실내 혹은 실외)타기, 수영 등이 도움이 되며, 약물 치료는 소염진통제 등을 쓴다. 하지만 이러한 보존적인 치료는 근본적인 원인인 작은 비구를 크게 만들 수 없어, 결국 수술을 해야 한다. 수술은 비구측을 돌아가며 절골하고 회전시켜 비구가 대퇴골두를 충분히 덮어주도록 하는 것이다. 수술이 크고, 환자가 당장 심하게 아프지 않아 수술을 꺼리는 경우가 자주 있으나, 젊은 나이에 수술이 잘되면 자기 관절로 평생 살 수 있다. 관절염이 진행되지 않은 20~30대 젊은 나이의 환자에게 절골술을 적극적으로 권하며, 비교적 경과가 좋다.

-고관절 건강을 지키는 방법은? 
가장 중요한 것은 체중 관리다. 적정한 체중으로 조절을 해서 고관절에 가해지는 체중 부담을 줄여야 하며, 고관절에 부담이 되는 운동(등산·오래 걷기·배드민턴·테니스·탁구 등)은 피해야 한다. 아쿠아로빅이나 실내자전거를 추천한다. 나이 들어서 돈, 친구, 근육만 있으면 행복할 수 있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 근육이 튼튼해야 고관절이든, 허리든, 무릎이든 관절을 안정적으로 꽉 잡아줘 병을 막을 수 있다. 운동을 한다고 새로운 것을 무리하게 시작하기 보다, 평소에 해왔던 운동, 잘하는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고관절에 좋지 않은 자세도 알아두자. 대표적인 것이 다리를 꼬고 앉는 동작이다. 이 자세는 고관절을 과도하게 굴곡시키고 비구순이나 연골 손상을 부를 수 있다. 양 무릎을 붙인 채 바닥에 쪼그리고 앉는 자세나 무거운 물건을 들 때 혼자 드는 것도 피한다. 고관절 스트레칭을 통해 근육을 이완해주는 것이 좋은데, 과하면 오히려 관절의 막이나 구조물이 손상될 수 있어 본인의 신체 능력 이상의 스트레칭은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고관절 질환자에게 마지막으로 한말씀 
일상생활 중 사타구니나 골반 주변 또는 엉덩이 부분에 반복적인 불편감이 나타난다면 고관절 질환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고관절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잘못된 정보를 믿다가 병을 키우는 사례가 많다. 꼭 전문가에게 진단을 받아야 하고,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정형외과 송주현 교수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정형외과 송주현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송주현 교수
가톨릭대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정형외과 교수다. 국내 대표적인 고관절 수술 의사다. 30여 년간 고관절 인공관절 치환술을 진행했으며, 절개부터 봉합까지 2시간 내로 진행할 정도로 베테랑 의사다. 인공관절 대표 원인 질환인 대퇴골두 괴사증의 병리 기전에 대해 관심이 많아 이를 주제로 박사 논문 등을 썼다. 대한고관절학회 학술상, 대한골연부조직이식학회 학술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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