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부작용 '혈전', 헌혈·수혈로 전파된다?

입력 2022.09.25 10:00

헌혈
백신 접종자들의 혈액을 수혈받는다고 혈전과 같은 백신 이상반응이 생길 가능성은 없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코로나19 이후 헌혈 건수가 감소하고 있다. 혈액비축량이 3일 이하로 떨어지는 날도 잦아졌다. 만약 1일 이하로 떨어진다면 제때 수술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생겨날 것이다. 헌혈 건수가 감소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혈전에 대한 우려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인다. 백신 접종자의 혈액에는 혈전 및 혈전 유발 항체가 남아있다거나 혈소판 수에 이상이 있다는 내용이다. 일부 커뮤니티에선 국민 대다수가 백신 접종자이기 때문에 앞으로 백신 미접종자의 혈액이 귀해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의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말일까?

◇백신 유발 특정 항체가 혈전 생성·혈소판 공격
백신 이상반응 중 가장 잘 알려진 건 혈전이다. 현재까지 인과성이 명확하게 인정된 건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에 의한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이다. 상처가 생겼을 때 혈액을 멎게 해주는 혈소판 부족으로 인한 출혈과 혈전이 동시에 생기는 게 특징이다. 잘 알려진 것과 달리 발생 확률은 백신 접종 100만회 당 0.2건이다.

일반적인 혈전과 백신에 의한 혈전은 다르다. 혈류가 빠른 동맥에 생기는 혈전은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과 같은 대사질환이 주요 원인이다. 혈류가 비교적 느린 정맥혈전의 원인은 조금 더 다양하다. 대사질환은 물론 유전적인 소인이나 악성 종양, 입원으로 인해 정맥순환이 원활하지 않아도 생길 수 있다. 모든 혈전의 공통적인 원인은 혈관의 노화와 혈액의 저류다.

백신으로 인한 혈전은 정맥혈전이다. 그러나 원인은 일종의 자가 항체다. 면역세포가 백신에 의해 유입된 바이러스를 만나 만들어낸 항체가 혈소판을 공격하고 혈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방수미 교수는 “아데노바이러스를 매개체로 개발된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은 정맥혈전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며 “기전은 혈전을 유발하고 혈소판은 소모시키는 특정 항체를 만들어내는 자가면역질환”이라고 말했다.

◇헌혈 유발 항체, 헌혈로 전달 안 돼
백신 접종자의 혈액을 수혈받아 혈전이 생기려면 항체가 넘어와야 한다. 그런데 혈전 유발 항체가 지금까지 남아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백신에 의한 형성된 항체는 반감기를 거쳐 점점 줄어들다가 사라진다. 드물게 혈전을 유발하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 마지막 접종 시기는 지난해 11월이다. 방수미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으로 인한 혈전 및 혈소판감소증은 적어도 백신 접종일로부터 4~6주 이내 항체 발생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라며 “이미 접종일로부터 수개월 이상 경과한 상태에서 발생한 정맥혈전의 원인으로 백신을 지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만에 하나 항체가 남아있더라도 마찬가지다. 혈액팩을 통해 수혜자에게 넘어가 혈전을 유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가천대 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김대원 교수는 “1, 2차 백신을 접종한 사람만 전 국민의 80%가 넘고 이미 수많은 혈액이 수혈된 상태지만 이로 인해 혈전이 발생했다는 보고는 없다”며 “설사 항체나 혈전이 수혈을 통해 이동하더라도 그 수나 양이 적어서 영향을 끼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이상반응, 헌혈·수혈로 전파 가능성 낮아
아직 백신과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은 혈전증도 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지난달 11일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인과성 평가 연구’ 3차 분석 중간보고 결과를 발표했다. 화이자 백신 접종 후 심부정맥혈전증 발생률이 소폭 증가하고 대뇌정맥동혈전증은 백신의 종류와 관계없이 발생률이 증가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문가들은 백신과 혈전증 간 인과성이 인정되더라도 헌혈과는 관계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김대원 교수는 “코로나19 백신의 개발 기간이 짧았고 이상반응이 계속 보고되니까 우려가 있는 것 같다”며 “다만 현재로선 헌혈과 수혈을 통해 혈전 등 백신 이상반응이 전파된다는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아주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임영애 교수도 “우리나라는 혈액 관리에 있어 가이드라인 이상으로 안전을 기하고 있다”며 “만약 백신 이상반응이 혈액을 통해 전파될 수 있었다면 이미 수많은 연구 결과가 나온 뒤 세계보건기구 차원의 피드백이 나왔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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